앙드레 가뇽의 한 곡

S101115042

Premiere Impression

Premiere Impression을 들으시려면…


접어놓은 글…

아내가 아프다.

아내의 아픔은 단일한 고통으로 아로새겨지는 것이 아니라 아픔이 몸에서 빠져나갈 즈음에 푸석해진 몸 저 안 쪽에서 또 다른 고통이 기포가 터지듯 퍽하고 터진 후 몸 밖으로 밀려나왔다. 그 고통은 아내의 몸의 일각을 침식했고 아내는 아랫입술을 깨물고 고통을 감당했다.

의사들이 아내의 병과 고통 그리고 원인 어디쯤에 청진기를 대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들은 아내의 병명도 모르고 원인도 모른 채 처방전을 써주었고, 약은 아픔에 소용이 없었다. 그리고 아픔이 사라지려고 할 즈음 또 다른 아픔이 닥쳐왔다.

그러면서 은행잎이 떨어졌고 날이 추워졌고 추위라곤 모르던 자신의 뼈 속에도 한기가 밀려왔다.

아내의 아픔을 바라보며, 자신의 무력함에 대하여 수치스러웠고, 그 무력함을 다스리기에 자신이 더 없이 무력하다는 것을 절감할 수 밖에 없었다.

때로 음악이란… 쓸데없이 아름다워서… 정말 믿을 수 없는 시간의 저 끝으로 자멸하면서, 세상은 단 하나의 음률로 그릴 수 없는 것이라고…

눈물 한방울을 남겨놓고 떠나가는 것이다.

This Post Has 18 Comments

  1. 흰돌고래

    아아 아프시다니..! 빨리 완쾌하시기를 바랍니다…

    1. 旅인

      조금씩 나아가고 있는 것은 감지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일이 한번 스쳐지나면서 늙어가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2. 마가진

    어디가 편찮으신지.. 여인님의 글을 봐서는 뚜렷한 병명을 알지 못하시는 것 같고..
    그러지 않아도 날이 더욱 추워지니 여인님의 마음이 더욱 아프신 것 같습니다.
    사모님의 심신은 편찮으시겠지만 이런 여인님의 마음이 곁에 계시니
    한 편 커다란 위안이 되실 것입니다.
    음악의 분위기가 더욱 안타깝네요.
    힘내시구요. 사모님께 빠른 차도가 있길 바랍니다.

    1. 旅인

      조금씩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으나 아슬아슬한 기분은 어쩌지 못하겠습니다.

      몸시 아플 때는 참으로 참담한 생각만 들더군요.

  3. 위소보루

    사모님께서 빨리 쾌차하시기를 바랍니다.
    정말 병명을 알지 못한다니 걱정이 되시겠습니다만 그래도 빠른 치유가 가능한
    것일 거라 믿습니다. 너무 걱정하시지 마십시요

    1. 旅인

      예 체력도 보강해나가면서 조금씩 조금씩 나아지겠지요.
      아플 때는 제대로 먹지 못하다가 요즘은 먹기도 하고 하니 좀 괜찮아진 모양입니다.

  4. 클 리 티 에

    아이쿠, 사모님께서 편찮으신 것도 모르고 요즘 왜 여인님 글이 아니 올라 오나하고 궁금하였어요. 어쨌든지 건강하셔야 해요. 세월이 갈수록 더욱 필요한 것은 몸과 마음의 건강 같아요.
    사모님께서 건강을 오래오래 누릴 수 있기를 기도하는 마음입니다.

    1. 旅인

      이제부터라도 건강을 좀 챙겨야 되겠습니다.
      집 사람의 아픔이 다 나로부터 비롯하는 것 같아 마음이 더욱 애틋했습니다.

  5. 플로라

    잘은 모르지만,
    아드님도 대학 군대보내시고…
    목표로 하신 것들이 어느 정도 이루어진 후 오는 허탈함이나 진빠짐 …그런거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봅니다. 제가 작년 첫 개인전 이후 일년 내내 온몸이 다 아파서 한방병원에 의존하여 요새 겨우 추스리느 ㄴ중이거든요.
    쾌차하시길 빕니다….

    1. 旅인

      그런 점보다는 다른 것 때문인 것 같습니다. 아무 것도 이루지 못했고 없다는 결여감에서 온 그런 것 같습니다.

      금요일날 다녀왔습니다.
      시상식은 잘 끝났는지요?

  6. 플로라

    다른 이의 꿈에 보조하는 역할이라는 것이 한계가 있는 듯해요. 결국은 나의성취가 없다면 말이지요. 지난 한해동안 깨닫기만하고 실천이 잘 안되던 항목이기도 하구요.
    시상식과 관련하여 홈페이지에서 아무런 공지도 발견하지 못했구요. 남편혼자 보러갔다가 때마침 행사를 진행하기에 주는거 받아왔답니다^^
    부산에서의 반응은 상당히 좋았다고 합니다. 날이 좋아서 전문컬렉터들이 다 골프치러 가는 통에 주최자들도 별 수확없었지만, 사실주의 회화의 강세인 영남지역 사람들을 보고 온 것이 성과였던 모양이예요. 돌아와서 사실주의 작가들이 자신의 눈썰미로 그리느 ㄴ것이 아니라 전사하는 것에 대한 우려스러움을 이야기했어요. 저는 슬라이드 필름으로 쏴서 그리는 정도를 생각했는데, 요새 인쇄술이 발달하니 캔버스에 사진을 그대로 프린트해서 그리는 일이 종종 있는가봅니다. 남편말이 사진을 찍으면 정확할 것 같지만, 오차가 존재한다고 해요. 그걸 잡아내어 수정 하지 못한 그림들을 몇몇 보았고, 그러면서 손으로 그리느라 고생했다는”뻥”을 들었다고 해요. 굉장히 위험하고 앞으로 크게 몰락할 수 있는 문제라고 걱정하더라구요. 화랑계에서도 전사하는 것으로 알려진 사람의 작품은 크게 보지 않는다고 하는 군요.
    사진과 회화…서양에서도 그림의 비밀과 관련한 다큐멘터리로 봤던 기억이 있어요. 참 …어렵습니다^^

    1. 旅인

      아직 부군께서 갈 길이 멀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닌가요? 이번 미전에 대하여 혹독하게 쓰긴 했지만, 정말로 간만에 여러 작가들의 다양한 개성의 작품을 보다보니 가슴이 부듯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다양한 아이디어와 기법들을 보면서 저런 것을 흉내내보고 저런 방식과 이런 방식을 융합해본다면 멋있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겠구나 하는 등의 여러가지 생각에 머리 속이 피곤했는지 집으로 오면서 내내 지하철에서 내내 졸았습니다.

      예전에 박서보씨가 우리 집 옆에 살았습니다. 그는 집 차고 셔터를 올려놓고 작업을 했습니다. 당시는 그가 말하는 <평면의 시대>로 그의 작업은 캔버스에 하얀색을 칠한 후 그 위에 나이프로 동일하고 단순한 물결무늬를 계속 그려나가는 것이었습니다. 저희 누나가 다니던 대학의 교수였고 이웃이기도 하여 간혹 교수님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드린 후 옆에 쪼그리고 앉아 그의 작업을 볼 수가 있었는데, 그의 작업은 고등학생이었던 제가 볼때 참으로 재미없고 단순한 반복 작업이었지만, 하여튼 그는 무지 열심히 그렸습니다.

      한참 후 박서보씨 특별전인가를 본 적이 있습니다. 하얀캔버스에 하얀색을 칠하고 나이프로 심드렁한 물결을 긁어대던 그의 작업이 어떠한 실험정신의 연장선상에 있었는가를 그의 특별전을 통해서 알 수 있었고 그의 실험정신이 어떠한 마스터피스를 만들어 냈는가를 보면서 커다란 감동에 사로잡혔던 적이 있습니다.

      아마 부군이 발견해내고 표현했던 물빛과 앞으로 또 찾아내고 우리 앞에 전해줄 또 다른 물빛이 차곡차곡 쌓인다면 우리는 그 물빛들을 통해서 새롭게 세계를 해석해낼 길을 찾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런 점이야말로 시류에 영합하고 값싼 명예를 쫓고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저들과 다른 미적 세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저도 그런 부군의 길에 일말의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음으로 나마 돕고 싶다는 생각이 들며, 부군을 돕는 일에 힘이 들더라도 힘을 내시기 바랍니다.

    2. 플로라

      유리가면이라는 만화를 보면 주인공의 첫 공연에 누군가 보라색 장미다발을 보내줍니다. 인생의 첫 팬을 갖게된 가진 것 없는 소녀는 그 팬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언제나 열심히 노력하지요. 여인님의 글과 격려가 작가 본인에게도 이겠지만, 저에게도 굉장한 힘이 됩니다.
      박서보선생님의 작품은 딱 한번 전시회에서 보곤 올곧고 강직한 선비를 눈앞에서 보는 듯한…차원이 다른 품격이랄까…벅찬 감동에 눈물이 났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 분을 예로 들어주시니 제가 정말로 잘 살아야겠다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3. 旅인

      사실은 저도 오랜동안 님으로 부터 많은 힘을 받았습니다.

      부군의 그림을 보면서 앞으로 그림의 전개방향에 대한 심적인 갈등과 실험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되리라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그것이 어떠한 고민이든 불만족한 결과를 초래하든 그림의 발전에는 불가피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때마다 많은 힘이 되어주셔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저도 멀리서 마음으로나마 늘 응원을 하겠습니다.

  7. 잎싹

    사모님께서 치마폭에 쌓인 먼지 털어내듯 훌훌 털고 좋아지셨으면 하네요.
    날이 추우니 더 힘드실거예요.

    여인님도 힘내세요~

    1. 旅인

      예 고맙습니다. 이제 많이 나아졌습니다.

  8. 선수

    아니 이런 소식이… 여인님께서 더 힘내시고 기운을 내셨으면 합니다.

    사진도 음악도 눈물이 찡합니다..

    1. 旅인

      많이 나아졌습니다. 그동안 긴장상태였는지 이제 제 몸이 뻐근합니다.

      이사 중 잠시 시간을 내신 모양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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