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문 유리창에 기대어

밤으로 물든 거리를 본다. 사무실 내부의 공간이 창에 반사되어 어둠 위로 떠오른다. 유리창에 나의 모습도 기괴하게 떠오르는데, 그 모습을 보면 고립이라는 것을 느낀다.

고립 위로 거리의 불빛이 얼룩진다.

그러면 어떤 감정이 나를 점유하기 시작하는데, 외로움같다. 외로움으로 단정하기에는 딱히 외로울 것이라곤 없다. 기다림같기도 하다. 하지만 내가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지 알 수 없다.

거리의 불빛과 나 사이의 메울 수 없는 틈새, 그것에 대한 갈증으로 부터 떠오른 막연한 감상들을 어둠으로 외곽포위된 사무실 안에서 고립이라든가 외로움이나 그리움이라는 감정이라고 처리해버린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렇다면 내 안에 어떤 단일하고도 꽉 차올라 거부할 수 없었던 확실한 감정이라는 것이 있었던 적은 있었던가?

20100531

This Post Has 4 Comments

  1. 마가진

    유리창 너머 밤풍경을 보면 밤풍경과 그것을 바라보는 자신의 모습이 유리에 반사되어 겹쳐보이지요.
    그것을 보고 있으면 결국 혼자라는 것을 느끼고 빨리 벗어나 저 불빛과 움직이는 사람들에 속하고 싶어지는 것 같습니다.

    1. 旅인

      어제는 마감일임에도 전산장애로 자정 넘어까지 사무실에 있었습니다. 사무실에는 직원들이 마감 때문에 머물고 있었음에도 왜 그런 고립감을 느꼈는지 모르겠습니다.

      사무실에서 나오자 밤바람은 참 시원했습니다.

      하지만 너무 늦어 술 한잔 못하고 곧바로 귀가!^^

  2. 선수

    으앗 저도 생각이 나질 않아요 어떤 단일하고 꽉차올라 거부할수 없었던 확실한 감정…
    느껴보고 싶네요
    어쩌면 저는 의심이 많아서 일지도.. 집중력이 떨어져서일지도..

    1. 旅인

      그러게 말입니다. 메디슨 카운티 다리에서 사진사가 “애매함으로 둘러싸인 이 우주에서 이런 확실한 감정(사랑?)은 단 한번 오는거요.”라고 말한 감정이 이 나이에 다가온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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