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하

중국의 왕이 자신의 땅을 天下라고 했다면, 우리는 山河라 한다. 하늘 아래가 다 자신의 땅이라는 대륙의 오만방자함에 대하여, 산과 강이 어울어진 곳을 우리의 땅이라고 한다.

하나의 뿌리가 갈라져 산맥이 되고 다시 갈라져 산이 되며, 또 다시 갈라져 언덕과 구릉이 되다 못해 야트막한 평야가 되어 지평선을 이루기 전에 갯벌로 바다 위에 몸을 풀고, 갈라진 산과 들의 틈서리에서 쏫아난 무수한 샘들은 바위와 돌틈을 지나 개울로 합하고 산곡간의 개울은 다시 합하여 개천이 되어 산모서리를 돌아 결국 강으로 합한다. 강 또한 합하고 합하여 평야에 젓줄을 대며 그 유역이 넓어지다가 갯벌 위로 포개지면서 바다로 스미니, 이 땅의 갈라지고 합함은 촘촘하고 부드러워 비단 위에 강과 산을 수놓은 듯하다 함은 그른 말이 아니다.

광야와 지평선이 보이지 않는 이 곳에서, 하늘과 땅이 갈라져 소실되는 지점을 분명하게 인식하거나, 빛과 그림자를 여과해내기란 어렵다. 이 땅에선 모든 것이 갈라지듯 섞이고, 합하는 듯 풀어지는 곳이다. 그래서 사물과 풍경이 뚜렷하게 자신을 이야기하지 못하고, 빛과 그림자와 바람과 물과 바위와 나무와 풀과 논두렁 모든 것에 뒤섞이며, 마침내 자연 속에 소실되고, 다시 드러나는 것이다.

20100525

여암 신경준 선생의 山水考에는

一本而分萬者山也. 萬殊而合一者水也. 域內之山水表以十二. 自白頭山分而爲十二山, 十二山分而爲八路諸山. 八路諸水合而爲十二水, 十二水合而爲海. 流峙之形 分合之妙 於玆可見.

라고 쓰여있다.

This Post Has 6 Comments

  1. 흰돌고래

    갈라지듯 섞이고, 합하는 듯 풀어지는 곳

    아름다워요. !

    1. 旅인

      여암 신경준 선생의 글에 힘을 입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참 읽기가 어려워요. 우리의 산하는 인상이 없이 부드러워 그 표정을 알 수가 없지요.
      수줍은 처녀의 모습이랄까요?

  2. 마가진

    산맥에서 바다까지 그 이어짐이 너무 자연스럽고 생명력이 넘치는 표현같습니다.

    1. 旅인

      우리나라의 아름다움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때론 너무 평범하다고 생각하다가도 문득 경이롭게 아름답다고 느끼게 되거나 아침 골안개나 그런 것을 보면 우리 산하가 살아서 숨을 토하고 촉촉하게 우리를 감싸 안는다는 것을 알게 되는 그런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처럼 사람과 대지가 서로 호흡하고 살아가기 좋은 곳도 없는 듯 싶습니다.

  3. 선수

    아.. 산하, 참 아름다운 말이네요. 저도 공감해요. 우리나라의 토양과 대지가 주는 느낌… 그립습니다~

    1. 旅인

      여기에 살면서 그리워 할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외국에 나가 계시면 우리나라의 포근한 산과 들이 정말 짙게 그리워질 때가 있더군요. 하지만 외국의 지평선 위로 지는 노을을 한번 바라보고 싶습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