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골목

저 골목을 들어서면 사람들의 삶이 아득하다는 생각이 든다. 골목을 통해서 집까지 가는 길에는 무수한 음식점과 미용실들이 있다. 골목에는 별다른 냄새가 나지 않는다. 밤이면 유리창을 통해 가게의 안이 환하게 들여다 보인다. 하지만 유리창 안에는 손님은 거의 보이지 않고 빈 탁자와 문 가에 앉아 있는 주인이 보일 뿐이다. 주인의 눈에는 더 이상 손님을 받을 의지도 없어 보인다. 주방에는 화덕이 차갑게 식어있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그렇게 야금야금 망한다. 주인들은 떠나가고 인부들이 목재와 시멘트 포대를 부려놓은 뒤 며칠이 지나면 새로운 이름에 깨끗한 탁자가 채워진 요식업소가 들어서기도 한다. 그러나 개업당일이 지나고 나면 오래된 주점이나 식당과 다를 것 없이 형광등 불빛 만 쓸쓸한 곳이 되고 주인의 식당 안쪽에서 어둠에 휩싸인 거리를 내다볼 뿐이다.

미용실도 형편은 음식점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것 같다. 한두집은 그래도 손님이 머리를 하고 있지만 나머지 미용실에서는 미용사가 대기의자에 앉아 손님을 위해 비치해 둔 잡지나 만화책을 읽고 있다. 미용실 안의 환한 불빛은 마치 정지화면처럼 그런 풍경을 비춰주는데, 사는 것이 무료하다는 것이다.

골목이 끝나는 곳에 목련이 피어난다. 밤에만 개화하는 듯 목련은 어둠 속에서 그렇게 밝다. 아마 목련도 조금 시간이 지나가면 망할 것이고, 또 다른 봄이 찾아올 것이다.

20100418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