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021에

때때로 무척 늙었거나 아니면 깊은 질병에 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체온조절이 안되는지 아직도 더워서 땀을 흘린다. 매년 나의 여름은 조금씩 길어지고 있다.

어제 내 포스트에 단 댓글수와 다른 블로그에 단 댓글수를 보고서 놀랐다. 다른 블로그에 단 댓글 수가 절반에 지나지 않다니…

딸아이의 학교도 휴교에 들어갔다. 그리고 밤 중에 딸아이의 방에서 기침소리가 들렸다.

아내가 자는 모습을 보면, 안쓰럽다. 자는 모습마저 피곤해 보이는 것이…

아들 놈은 빨랑 군대에 가서 죽었다고 복창해야 한다. 어제는 자신의 척추 X-Ray 사진을 들여다 보고 있다. 약간의 디스크. 지난 일요일 놈의 외사촌형이 디스크로 의가사 제대를 할지도 모른다는 소식을 들은 탓인지도 모른다. 군대라는 것은 놈에겐 당면한 문제 중 큰 문제다.

아들 놈은 카츄샤 합격 여부를 기다리고 있다. 6.5대 1

딸내미 : 캬츄샤가 뭔데?
아   빠 : 미군부대에 근무하는 것인데… 카츄샤를 가면 매주 토요일 집에 온다.
딸내미 : 그러면 오빠보고 그냥 군대가라고 해!
속으로 : 나도 엄마도 네 오빠가 육군으로 가서 한동안 안봤으면 좋겠다. 너 미국에 가 있을 동안 엄마랑 나랑 얼마나 좋았는지 네가 한개도 보고 싶지 않았다.

사무실의 흡연실에서는 서울의 서쪽이 보인다. 가을이다. 가을이 사람을 미치게 하는 것은 풍경이 아득하게 멀리까지 보인다는 것이다. 내 눈이 가 닿는 그 아득한 곳에 무엇이 있을지가 그립다.

20091021

This Post Has 11 Comments

  1. 마가진

    주말쯤.. 잠시 떠나 보시죠.
    여인님의 눈에 닿지 않는 그 아득한 곳, 무엇을 눈에 담으러..^^;;

    1. 여인

      그동안 주말을 집에서만 보낸 것 같습니다.
      한번 떠나보아야 겠네요.

  2. 플로라

    그냥…웃음이…ㅎ~

    1. 여인

      씁쓸한 웃음이신지 아니면…?
      가족들에게는 조금 웬수같은 것이 있어서 그만.

    2. 플로라

      씁쓸하긴요, 살짝 공감하는거죠 ㅎㅎㅎ

  3. lamp; 은

    오후에 서점에 갈 일이있어서 잠시 나갔다가 가을 햇살이 어찌나 눈부시고 따갑게 느껴지던지 아! 내가 이렇게 바깥세상과 단절되어 있구나 했었어요.

    카츄샤 가면 용돈 더 듭니다~ ㅋ

    1. 여인

      정말 어제 그제는 날씨가 좋았지요?

      카츄샤라는 어감도 안좋아요.

  4. 서정적자아

    배 아파요. 웃겨서.. 딸내미에게 속으로 하신 말. 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요즘 늙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죄송합니다. 이런 말씀을 벌써 해서… ㅜ.ㅠ

    1. 여인

      늙는다는 것이 나쁜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니 간혹 늙었다는 생각을 하시는 것도 무방합니다.

      요즘 자식들을 보면서 웬수를 사랑하라 라는 말씀으로 함께 살아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5. 위소보루

    아 ㅠ.ㅠ 저희 부모님도 제가 군대갈때 이런 심정이셨겠지요 푸하하 저는 카투사 지원했었는데 떨어지고 그냥 바로 자원해서 입대해버렀습니다 ㅡㅡ;; 군대에 갈 나이인걸 보니 이제 대학교 1~2학년을 마치고 있을 시기이겠네요.

    이거 보니 부모님꼐 잘해야겠습니다 ^^;

    1. 여인

      재수해서 2학년입니다.

      지 딴에는 부모에게 잘하려고 하고 제가 부모님에게 한 것보단 훨씬 잘하지만, 그래도 한 2~3년 안보면 우리가 좀더 오래 살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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