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밤을 떠돌던 자들은

유목의 시간이 되면 늙고 지친 모습을 한 동물의  다락방으로 올라가 마침내 책을 펼치고 싶다 여기와 저기가 닮아서 별들이 지평선까지 내려앉고 등불 하나 없이 오로지 바위 깨지는 소리가 파도처럼 밀려오는 새벽까지 외로움의 찬찬한 시각들을 가만히 숨쉬며 한마리의 몹쓸 영혼과 누추한 정신이 하나가 되는 오의를 찾아가는 그 밤으로…

저들은 가고 있다

아 저들은 가고 있구나

Su:m…

사막으로 가면 먼동이 트기 전에 식어버린 바위의 표면들이 쪼그라들면서 자신의 안을 껴안지 못하여 그만 깨지고 만다고 합니다. 아득히 먼 곳에서 들리는 바위들이 깨지는 소리는 새벽을 맞이하고 사라질 별의 울음소리같기도 하고 지친 방랑자에겐 사막의 저 끝에서 들려오는 파도소리같기도 하답니다.

해가 나서 사막이 달궈지는 시간이 되기 전까지 하늘을 바라보기 위하여 지상에서 가장 늙고 불쌍한 눈을 가진 낙타의 등에 올라타고 싶습니다. 아마 밤 하늘은 커다란 사발을 뒤집어 놓은 듯 저를 둘러싼 지평선과 천공 둘 다 동그랄 것입니다. 물론 거기에는 헤아리지 못하여 슬플만큼 많은 별들이 있을 겁니다.

어린왕자를 만나도 좋지만, 별과 모래 밖에 없는 그 밤에는 두꺼운 옷을 여미고 마침내 외로움의 뚜껑을 열어도 좋습니다. 거기에는 아마도 자신들의 가련한 영혼이 있을지도 모르며, 지상에서 허락된 한 모금의 정신 정도는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가을이란 이런 쓸데없는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저는 가을이면 들에 빛이 가득하고 바람이 좀더 많이 불기를 기도합니다.

This Post Has 12 Comments

  1. 흰돌고래

    사막에 가는 것이 두려운 일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저도 사막에 가보고 싶어요 🙂

    1. 여인

      그런데 사막은 어떤 모습일까요?

      이란에서 카비르 사막의 끝을 본 적은 있지만, 그것이 사막일까 싶었습니다. 겨울이라 덥지도 않고 모래도 보이지 않는 사막 위에는 하늘과 투명한 빛만 가라앉고 있었는데 원근이 구분이 되지 않는 미혹, 황량하기보다는 아득함 그 하나로 응결된 막막함, 그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자그로스 산맥에서 발원한 자얀데강이 400Km를 달려 점차 그 폭이 좁아지며 사막 속으로 들어가 마침내 사라지고 염호가 되는 풍경은 광막하면서도 서글픈 것이었습니다.

    2. 흰돌고래

      여인님이 느끼신 것은 제가 생각한 거랑 많이 다르네요?^^
      전 마냥 아름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황량함과 광활함.. 절대적인 고요에 나조차 침묵할 수 밖에 없는. 또 밤의 차가운 공기와 낮의 타는 듯한 열기. (마치 가본 사람 같네요;; ㅎㅎ)
      왠지 보고 있으면 눈물이 날 것 같아요.

    3. 여인

      저에게도 사막은 하나의 꿈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낮에는 가고 싶지 않습니다. 해가 진 후, 밤에 사막을 본다면 미칠 듯 아름다울 것 같습니다.

  2. 마가진

    워낙 오래전이라 거의 기억이 희미합니다만,
    옛날 어느 시인의 뜨거운 열사의 사막으로 가자라는 시가 문득 생각나네요.
    그곳에는 극단적인 뜨거움과 여인님이 말씀해주신 낭만이 공존하는 공간이군요.

    어쩌면 우리마음속에 사막을 조금씩 가지고 있을 수도..^^

    1. 여인

      사막에 들어가지 않고서는 사막을 이야기하지 말라는 어떤 광고문구를 읽은 적이 있는데…

      우리가 사막을 그리워하는 이유는 뜨거움이나 메마름 보다 우리가 늘 거부하고자 하는 외로움의 실체를 만나기 위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정말 새벽이 되면 바위가 깨지는 소리가 사막에서는 들릴까요?

  3. 善水

    지상에서 가장 늙고 불쌍한 눈을 가진 낙타는 과연 태워줄까요? ㅋㅋㅋ 죄쏭. 원래로 돌아가는 소리일까요? 들을수있을까요? 지난여름동안 서부의 사막에 머물렀는데.. 상상했던 사막은 아니었지만.. 이글이글 터질것 같은 마음도 초큼 있었는데 쨉도 안될만큼 타는 뜨거움에 콱 빨려서 차라리 아무것도 아닌것으로 동화되는듯한 느낌도 들었어요. 아무생각도 안나고요.. 황량하고 붕 뜨는듯한그런 느낌은 비슷했으려나요.. 몸의 수분이 바짝바짝 다 마르고 파싹 마른나뭇잎 부서지듯 곧 그렇게 될것 같았는데 근데도 눈물은 나더라고요..(뽕때리는데 연승으로 돈을 싹쓸은 감격에..) 정말 밤에는 땅하고 하늘하고 경계가 없어져서 별천지하고 나밖에 없는듯한 느낌도 들고요.. 잠은 참 잘왔어요 아침먹고 자고 점심먹고 자고 저녁먹고 자고..ㅋ 참 서부에 그랜드캐년에 인디언 가이드와 함께 낙타타고 몇달 유랑하는 그런프로그램이 있더라고용^^, 재밌겠죠?

    1. 여인

      낙타가 없는 대륙에 낙타라니… 그러잖아도 낙타가 걸어가는 모습은 쓸쓸한 데, 더욱 더 슬퍼보일 것 같다는 생각이 불현듯 듭니다.

      사막에서 맞이하는 밤이라니 부럽습니다.

      기쁨의 눈물이라???

      혹시 라스베가스?

  4. 善水

    하하핫ㅋㅋㅋ 웃어도 되는건지 모르겠습니다 죄숑 ㅡㅜ
    저는 Death Valley 였어요, 뽕은 화투장으로 그 훌라비슷한 놀이인데 텐트안에서..

    1. 여인

      이거 원~ 화투나 카드는 전혀 모르고 고스톱도 몇번 쳐보지 못했으니, 크게 웃어도 괜찮습니다.

  5. 컴포지션

    가을은 확실히 괜히 감상적이게하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습니다. 멋지네요.. 사막.. 저도 괜히 생각해보게됩니다. 잘 읽었습니다. 여인님 행복한 하루 되세요 🙂

    1. 여인

      STOP을 보고 잠시 서서 주위를 살피게 되는 것도 가을의 햇살이 너무 맑기 때문이겠지요?

      컴포지션님의 서정에 잠시 흐믓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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