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루몽을 읽기로 하다

홍루몽을 읽기 시작했다. 대학시절 문학전집에 속해 있던 한권으로 된 홍루몽을 읽은 이래, 홍루몽은 언제고 다시 한번 읽고자 했던 책이다. 하지만 서점에서 홍루몽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인터넷 서점에서는 12권짜리와 6권짜리가 있는 것으로 보아 교보 등에 있기는 했어도 내가 다른 책에 관심을 갖고 있었거나, 얼핏 눈에 들어와도 권수와 책값 때문에 사기를 포기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홍콩에 있을 때, 홍루몽 연환화(만화로 묘사가 극히 뛰어나지만, 간자체로 쓰여있어 독해에 난점이 있었다)를 샀고, 다이제스화된 책을 하나 구한 적이 있지만, 읽지 않고 책꽂이 보관만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작년에 홍콩 출장 중에 삼민서국(三民書局) 간 완판 홍루몽을 구했다.

이 완판 홍루몽은 120회본 정갑본(程甲本)을 저본으로 한 홍루몽이다. 정갑본(程偉元이 쓴 첫 판본)은 1791년(乾隆 辛亥 冬至 後 5日)에 출간한다. 그 다음 해 정갑본을 개정한 정을본이 나왔다고 한다.

이 정갑본 출간에 즈음하여 고악이 쓴 서문에 보면, 홍루몽이 인구에 회자되기 이십여년이 지났다고 되어 있는 바, 원작과 시간 간격이 멀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또 정위원이 쓴 120회본의 서(序)를 보면, “석두기(石頭記)가 원명이며, 작자는 서로 전하되 하나가 아니다. 오로지 책 안에 조설근이 잘못된 글귀를 지우고 바르게 하기(刪改)를 수차했다는 기록이 있을 뿐이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조설근이 작자인지는 분명치 않다. 정위원은 시중의 호사가들이 제대로 된 책이 없이 가려뽑은 글(抄)만 전하고 있어서 모두 모아보니 80권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원본의 목록에는 120권인 바, 완벽치 않아 후일 간신히 이와 다른 20권과 10권을 구하여 초록들과 함께 교열, 편집하여 120권을 만들었다고 한다.

어제 다이제스트판을 읽다가, 원본으로 바꿔 읽기 시작했는데, 분량은 상하 두책, 1400쪽에 달한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읽은 쪽수가 10쪽에 불과하니, 다 읽으려면 약 100시간이 소요될 것 같다. 하루 두시간 씩 읽어도 50일이다. 12권짜리 번역본을 읽는다고 칠 때, 12~18일 정도 소요된다면, 서너배의 기간이 더 드는 셈이다.

하지만 한번 시작해보자.

假作眞時眞亦假  無爲有處有還無

헛 것이 참된 것을 만드는 때(시간)는 참된 것 역시 헛 것이고, 없음이 있는 것이 되는 곳(공간)에서 있음 또한 없음이라.

(삼민서국 간 홍루몽 1책 본문6쪽 중, 旅인 狂譯)

20090922

This Post Has 5 Comments

  1. luna

    안 그래도 책꽂이에서 홍루몽을 발견하고 반가웠습니다.
    원문으로 읽기 시작하셨군요. 재미나게 읽으시고 좋은 글도 남겨 주세요~

    1. 여인

      루나님은 벌써 읽어보셨나 보네요. 부럽습니다.

      좀 시동을 걸어야 할 것 같습니다. 책의 초판이 민국 58년(1969년)에 만들어진 것 같은데, 고백화문과 같은 냄새가 나서 오히려 정갑본 원본 독해가 나을 것 같은 생각도 듭니다.

      책꽂이에 있는 홍루몽은 다이제스트본으로 어제 읽어보니 요즘의 백화문이라 그런지 읽기는 쉽습니다. 하지만 축약하다보니 빠진 곳도 있고 해서 이 쪽으로 건너왔습니다.

      기회가 되면 일후 정을본이나 정갑본 영인본을 구해볼 생각입니다.

  2. lamp; 은

    시작이 예사롭지 않은데요?
    여인님 옷자락 잡고 따라갑니다~!
    .
    .
    .
    라고 썼다가 천천히 다시 읽어내려오다..

    1400쪽!!! 에서 으아악!

    (여인님의 글은 늘 두번씩 읽게 되는 것 같아요.
    처음엔 한번 쭈욱~ 두번째는 쫘악~ 읽게 됩니다. -.-;)

    1. 여인

      논어를 원문(물론 사서집주 등을 놓고)으로 읽다가 20편중 6편 옹야에서 중단한 전례로 볼 때, 저걸 다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어제 읽고 있는 것을 보고 마누라가 하는 말 “이거 무협소설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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