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아침에…

오마에자키(御前崎)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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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에자키는 곶(岬)이 뾰족히 나와있고 주변이 암초다. 등대에는 램프가 세개인 것 같다. 120도로 갈라진 라이트는 천천히 돈다. 한번 반짝인 후 다음 불빛이 바다 위에 드리우기까지 십초 이상 걸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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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심했고, 동터오를 무렵 비가 왔다. 바람에 날아오른 까마귀들의 날개죽지가 펄럭였다. 까마귀가 사라지자, 동쪽 하늘이 일출로 붉게 물들었음에도 비가 주악내렸다. 등대로 오르는 길 옆 시골버스정류장 같은 곳에서 잠시 비를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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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로 오르는 길에 동에서 서로 가는 지… 혹 서에서 동으로 가쁘게 달려오는지 모를 해안도로가 구름과 새벽의 미명 아래 바다를 따라 비에 젖어 있었다.

시각은 새벽 4시 45분 경

그런 풍경이 세상 사람들이 잠든 새벽의 침묵의 모습이다.

20090908 lomo lc-a+ fuji asa400

This Post Has 12 Comments

  1. 위소보루

    여인님 글이 올라오길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화요일에 오신다고 글을 쓰셨던 것 같아서 이제쯤 올라오겠거니 했는데 쨘 하고 올라와 있네요 하하

    새벽 일찍부터 움직이셨군요. 대단하십니다 ㅡ0ㅡ 여긴 비가 많이 왔는데 그래도 여인님이 가신 날에는 다행히 비는 오진 않았나보네요 새로 사신 로모임에도 벌써 손에 익으신 듯 합니다.

    즐거운 휴가가 되셨길 바랍니다

    1. 여인

      밤에는 쉽게 잠이 들어도 새벽에 불현듯 깨는 조조각성증인가 하는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는데, 여행을 가면 더 일찍 깨어납니다.
      깨어났더니 4시 10분. 아주 시골호텔에 자서인지 로비에서 왔다 갔다 하니 4시 30분인가 문을 열어줘서 밖으로 나갈 수 있었습니다.
      일본의 날씨는 변덕스러워 하루에도 몇번이나 해가 나고 비가 오고 그러더군요.
      그럭저럭 잘 다녀온 것 같습니다.

  2. 엘렌

    아, 첫번째사진의 색감의 느낌
    참 오묘해요.

    1. 여인

      아침의 색깔이 푸른 빛인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주황이나 그런 것인줄 알았는데, 아침 본연의 색은 은색이 깃든 푸른 색이네요.

  3. 서정적자아

    오호. 로모!!!! 색감 놀랍다. 카메라가 주인의 손에 착착 달라붙었군요. 벌써! 벌써! 이런 사진을 보여주시다니. 놀랍습니다.

    1. 여인

      이상하게 사진을 찍으면서 이것은 잘 나왔을 지도 몰라 하는 느낌을 주는 사진기이네요.

      이번 여행에는 좋은 소재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2. 서정적자아

      어. 맞아요. 맞아요. 여인님.
      이것은 잘 나왔을지도 몰라. 그런 느낌… 줘요. 로모가.
      아, 신기하네?
      난 그런 느낌… 일년쯤 찍었을 때 왔었는데….
      그리고 이런 느낌도 곧 올거예요.
      아, 이건 내 눈으로는 ‘이런’ 느낌이지만… 로모로 찍었을 때는 ‘저런’ 느낌이 나올 거야.. 라고, 로모의 시선이 예상이 되는 순간이 곧 와요..
      그리고 그게 맞았을 때… 정말 기뻐요..

      여인님이 로모를 좋아하시게 되어 참 기쁩니다.
      기쁜 일이예요.

    3. 여인

      아직까지 서정적…님께서 말씀하신 거기까진 아니고, 디카로 찍던 버릇 속에서 좀 선명하게 나왔을 것 같다거나 구도가 좀 좋지 않았을까 하는 수준이 아닐까 싶네요.

  4. luna

    히야. 저는 로모는 못 써봤는데, 예전에 본 다른 로모 사진들과는 느낌이 다르네요. 빛이 달라서인가요, 주인과 카메라의 궁합이 잘 맞아서 그런 건가요? ^^

    1. 여인

      저도 통칭 로모라고 칭하는 범위를 잘모릅니다. 이 사진은 이른바 진짜 로모라고 하는 LOMO LC-A로 찍은 겁니다. 다른 로모카메라는 로모의 비네팅 효과 등을 극대화하거나 렌즈가 없는 핀홀방식의 로모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다른 분들이 찍는 방식은 아마 로모가 가지는 왜곡을 극대화하는 방식일 것이고, 제가 찍은 방식은 아직도 일반 디카나 사진기 수준과 차이가 없는 방식인 탓일 겁니다. 그러니까 하수의 방식이죠^^

  5. 클리티에

    깊은밤, 여인님이 담으신 사진 보니깐 참 좋으네요..
    요즘에도 로모 가지고 댕기세요? 전 입양 보내서 ^^;;;

    1. 旅인

      가지고 다니긴 하는데 잘 찍진 않습니다. 이상하게 늘 구도도 엉망이고 어디에다 앵글을 맞춰야 하는지 잘모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로모가 지닌 아날로그적인 맛은 마음에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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