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사를 읽으며

이명박 정부에 아주 큰 공적이 있다. 그 공적은 생각보다 아주 큰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대한민국, 즉 대한 사람의 나라가 과연 어떤 나라인가를 적나나하게 중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청계천이 통수된 지 한참이 지난 어느 날 광교에서 청계천을 바라본 후 뭔가 잘못됐다는 심정으로 나는 이렇게 술회한다.(2005.05.28)

어제 청계천을 보았다. 흘러와야 할 개울은 막혀버리고 아주 먼 곳에서 아무런 이유없이 끌려온 강물이 쏟아져 내리는 개천. 기어이 자연의 날개를 꺽고 풍요의 눈금처럼 청계천은 되돌아왔다. 나의 어린 시절, 개천이란 온갖 오물이 모이고 그 사이로 시꺼멓게 죽은 물이 흐르는 곳이었다. 악취와 모기와 하루살이들이 배회하던 그곳들을 혐오할 수 밖에 없었기에 우리는 그것들을 깨끗하게 하기 보다는 시멘트로 복개함으로써 더럽고 혐오스러운 것들을 지하 저 밑의 어둠 속에 매몰시켜버렸다.

돌아온 청계천은 어둠 속에 가려져 있는 더럽고 악취에 가득한 서울의 모든 개천에 대한 허위일 뿐이다.

한홍구씨의 <대한민국사>를 2권째 읽는다. 우리가 뜬소문 마냥 흘려보냈던 것들이 책 속에 차곡차곡 쌓여있다. 흥미롭다기 보다 마치 뼈다귀와 썩은 피와 고름에 가득한 시궁창 속에 바지를 걷고 들어간 느낌이다. 뜬소문이라고 애둘러 말하며 외면하려고 했던 자신의 비겁과 무지야말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나라를 더욱 광기와 오욕으로 점철케 했다는 반성도 없이, 더러운 역사를 읽는다. 그리고 역사야말로 광기이니까, 역사와 이념은 아예 접어놓은 채, 민족이니 민중이니 다 알게 무었이냐? 아귀처럼 제 밥그릇 악착같이 챙기고 질기게 질기게 살아야 한다고 한홍구, 그는 역설로써 말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2004년 가을에 뉴라이트라는 망령들이 도시로 튀어나와 이렇게 소리친다.

우리의 사랑하는 조국 대한민국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져있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라는 이념적 정당성과 대한민국 건국의 역사적 정통성이 집권세력에 의해 의문시되면서 국가정체성이 훼손되고 있다.

말인즉슨 좋다. 국기에 대한 맹세처럼 좋다.

하지만 뉴라이트들의 망령들이 나타난 시점은 2004년 3월 <일제강점하 친일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친일진상규명 특별법)> 제정과 나란하다.

이들은 과거의 보수세력이 말하던 민족이라는 단어조차 박박 지워버린다. 일제치하의 수치스러운 과거는 그만 덮고, (재벌 중심의) 시장경제의 (탐욕적) 정당성을 살리고, 미군정 치하에서 수많은 민족주의자들과 동포들을 빨갱이로 몰아 죽이고 고문했던 것을 건국활동이라 칭하며, 죽도 밥도 아니었던 대한민국 건국에 정통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날선 목소리로 말한다.

그러니까 이들의 말은 더러운 과거는 덮고 순 생구라로 대한민국의 건국의 역사는 정통성이 있다고 하자는 것이며, 정통성이 있으니까 쪼오끔 잘못한 것은 덮어주자고, 다 좋은 것이 좋은 것이라고 한다.

나는 2005.05월 이렇게 쓴다.

역사란 당위(Sollen)가 될 수 없는 존재(Sein)의 문제이다. 따라서 국가와 민족 혹은 식민통치를 위한 당위성에 의하여 왜곡된 역사는 설령 부끄럽고 수치스럽다 하여도 고쳐져야 하며, 가해자는 피해자에 대하여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여야 역사는 당위에 의하여 왜곡된 허구가 아닌 실재로서 존재할 수 있으며, 국민의 용서와 화해가 가능하다. 과거사 규명은 이러한 점에서 이 시대의 당위의 문제이다.

과거의 청계천이 박정희에게 감춰졌다면, 새로 다가온 청계천은 이명박씨에 의해서 깨끗하게 돌아왔다. 하지만 자연하천 청계천은 인공하천 청계천에 가려 더러운지 지하의 어디를 감싸고 도는지 그만 잊혀지고 만다.

우리가 매몰했던 자연하천 청계천이 대지와 하늘에 열릴 때야만 우리는 청계천을 직시하고 오물과 오염에 손을 댈 것이고, 물이 깨끗해져 송사리와 개구리들이 수초 사이를 돌아다닐때, 우리는 진정한 풍요를 맞이할 것이다.

한홍구씨의 <대한민국사>는 우리가 감추어 둔 청계천에 대한 추억, 그 시궁창과 가난과 폭정을 불러 세우고 실존했던 비린내나는 역사를 바로 할 때, 진정한 반성과 회오를 바탕으로 진정한 <대한 사람들의 나라에 대한 역사>를 쓸 수 있다는 장대한 발자국이다.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기까지, 할 수 없이, 우리는, 수치스러운 과거를 마주할 수 밖에는 없다.

이명박씨는 온갖 추문 끝에 결국 뉴라이트 세력의 지지를 뒷배로 대통령이 되었고, 그의 행적은 온갖 냄새를 풍기며, 우리나라의 검경 등 권력기관과 정부의 각 요처, 그리고 정당과 재벌들은 그에 편승하여 결코 우리들과 함께 울고 웃을 수 없는 난태생이며, 파충류와 같은 두려움과 공격성 밖에 지니지 못했다는 것을 백일 하에 드러내고 있다.

이것이 이 정부가 우리에게 준 선물이다.

20090613

This Post Has 3 Comments

  1. 시마시마

    이 책도 문제가 있습니다. 자유민주주의가 뭔 뜻인 지 전혀모르면서 공격을 가하기 때문이죠 -ㅅ-+

    사실 자유민주주의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 허상이라고 봅니다. 자유주의면 자유주의이고 민주주의면 민주주의입니다. 그런데 이 책에는 그런 게 뭔지 정확히 말을 안해주기 때문에…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2. 여인

    우리가 쓰는 단어들에 명료한 규정(사회적 합의)이 있다면, 그리고 그것을 모두가 인식할 수 있다면… 아마도, 자유가, 민주가 이렇게 침해된 채 그렇게 오랜동안 대한민국의 역사가 파행의 파행을 거듭해 올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자유와 민주의 규정은 통념과 철학적 개념규정, 당위론적 가치를 떠나 헌법에 명시된 한계, 즉 법률이라는 <최소한의 틀> 내에서 해석되어져야 할 것입니다.

    1조 2항에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이 민주일 것이며, 2장 국민의 권리와 의무의 12조 부터 국민의 자유에 대하여 명시되어 있지만… 늘 경시되어 왔다는 점입니다.

    한홍구씨는 개념규정보다 헌법이라는 최소한의 틀을 해방 이후 우리나라의 위정자들이 어떻게 침해해왔으며, 그리하여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피흘렸던가? 그리고 이 땅이 얼마만큼 오염되어 왔는가를 기술했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분명 한홍구씨가 史實들을 취사선택 자신이 읽어주고 싶은대로 편집했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이론이 없겠습니다만, 그동안 우리 모두가 알고 있었음에도 억지로 덮어놓았던 것을 백일하에 드러낸 것,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작업이라고 생각됩니다.

  3. 旅인

    다리우스 09.06.23. 14:05
    조용하신 동안 다 읽으셨군요. 감상문 잘 봅니다.

    유리알 유희 09.06.23. 14:59
    여인님! 저는 일하러 갑니다. 많이 궁금할 거 같지만 인내하면서, 다녀 와서 잘 읽어 보렵니다. ㅜㅜ

    이슬 09.06.23. 15:17
    뼈다귀와 썩은 피와 고름에 가득한 시궁창 속에 바지를 걷고 들어간 느낌!! 어떤 느낌일지 여인님께서 올린 감상문만 읽어 보아도 알겠네요.

    에리스 09.06.23. 22:04
    저도 책을 직접 읽어보고 싶네요. 감상문 잘 봤습니다.

    유리알 유희 09.06.24. 02:24
    아주 천천히 느리게라도 밝은기운으로 뻗어가야 할 역사, 우리 모두의 희망사항일진대 그 희망을 어느 망령이 튀어 놀라 망쳤을까요. 안타깝습니다.

    truth 09.06.24. 11:27
    제가 읽는것보다 여인님의 정리된글로 접하는것이 올바른해석에 근접하는 지름길이란 생각입니다. 들려주셔서 생각하게해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지건 09.06.24. 12:10
    흥미가 땡깁니다…ㅎㅎ..예상컨대…”대한민국사”에서 근현대의 세력의 정체성이 탈로나는가 봐요…신자유주의의 광풍이 몰았쳤던 후폭풍으로…지금 대한민국은 뉴라이트를 비롯한 막무가내 세력(친일족보가가 선두로)들이 뒤늦게나마 판치고 있는 거….그래도 다행이라 보는 것은..지난 미 대선 결과입니다…미테랑이 밀렸던 대처리즘이나 레이건노믹스 상황과는 달리…신자유주의가 잦아드는 방향타는 오바마 정권이 아닐까 하는 예측입니다…차라리 노정권이 지금 정권이었다면..역사엔 가정은 없겠지만..숭미주의자들을 털어내면서 말 그대로 개혁을 시도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지건 09.06.24. 12:15
    문제기업,문제언론,문제세력들 사이에서…전투를 치르다(싸우다 닮아간다는 전형)…노정권은 정작 개혁할 힘은 잃어버리고…경제의 암적요인을 더욱 키워버렸다고 봅니다…어설프게 건들어서 더 큰 화를 당한 것 아닐까 싶어요….대기업과 무도덕으로 무장한 세력들의 힘을 엎고 무식한 명박은 무뇌아가 그렇듯이…돌진할 것입니다…귀와 눈이 없는 꼴이…파란을 예고케 하네요….최악의 상황이 곧 올거라 봅니다….이를 막을 수 있을까요?….힘들겠죠^^;;;

    엘프 09.07.07. 18:21
    ㅋ 저도 NR을 뒤에 업은 이씨일당의 짓거리에 저들은 혹시 “V”(tv외화시리즈)는 아닐까 생각한 적이 있다능. 그런 가정이라도 하지 않으면 이해하기가 많이 힘들어서요.^^; 이씨도 이씨지만 그를 추동하는 배후와 함께 살고 있는 이 시간이 “혹성탈출”이라도 보는 양, 영화?같기만 하네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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