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증나는 책(일본전산이야기)

경영학서적은 몰라도, 경영서적이라는 책들은 짜증난다. 특히 기업을 성공시킨 어떤 인물에 대한 자전적인 글들은 더욱 그렇다.

불황기라 그런 지 최근 뜨고 있는 ‘일본전산 이야기’는 더욱 그렇다.

간혹 회사에서 이런 책들이 직원들에게 배포되고는 하는데, 이런 책을 읽다보면, 짜증이 난다. 이 책의 핵심은 기업가 정신을 가진 경영자가 어떤 리더쉽과 열정, 집념을 갖고 용병을 했으며, 성과를 일구어냈는가 하는 이야기다.

대상 독자는 엄밀하게 경영자들이지, 그 밑에서 일하는 우리같은 쫄따구는 아니다.

그런데 이 책이 최고의 화제의 책처럼 선전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 그렇게 경영자들이 많다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각 기업에서 이 책을 직원들에게 살포하고 있는 것이다.

경영자나 읽어야 하는 책이 왜? 직원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살포되고 있는 것인가?

1973년 직원 넷으로 세평짜리에서 시작한 기업이 불황기를 거치면서 2008년 현재, 계열사 140개에 직원 13만 명을 거느린 매출 8조 원의 막강한 기업으로 성장했다는 것에 혹하면서, 그 책의 내용 속에 직원들이 토일요일을 반납하고, 하루 16시간 씩 일에 매달렸다는 이야기에 주목한다. 그리고 이런 종업원들의 노력으로 이 회사는 불황을 극복하고 확장일로의 과정을 거쳤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오해다. 틀림없는 오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종업원들이 그토록 열심히 일한 것이 아니라, 경영자인 나가모리가 어떻게 직원들이 토일을 반납하고, 16시간씩이나 일에 몰두할 수 있도록 만들었느냐이다.

직원들은 그냥 일주일 내내 16시간씩 일해주기만 바란다면, 직원들은 회사를 미워하게 된다. 결국, 회사가 망하는 것은 고사하고, 가족 또한 이혼이다 뭐다로 파탄난다.

중요한 것은, 종업원 스스로가 16시간 씩 매진할 수 있는 동력을 경영자인 리더가 어떻게 만들어 나가는 가에 있다.

내가 이 책에 대해서 두려워 하는 것은 한국의 경영자들이 과연 이 책의 핵심을 간파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 책에 대한 독법이 잘못되면, 그들은 이유없는 잔업을 요구하고, 회사를 위하여 종업원들이 일방적으로 희생해 줄 것을 요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불황기다. 회사에서는 직원들에게 생존하기 위해서 변하라고 한다.

예전에 기업문화에 대해서 연구해서 보고서를 올리라는 오더를 받고, 자료를 조사하고 타사의 사례를 살피고 해서 결국 기업문화의 요체를 알아냈다. 하지만 나는 그 요체를 보고서에 올릴 수는 없었다. 요체는 기업문화란 그많은 직원들을 기업의 아이덴티티에 맞춰가는 골치 아픈 것이 아니라, 단지 최고경영자의 사고만 바꾸면 되는 것이었다.

노나라는 주공 단의 아들 백금에게 주어진 나라다. 주공은 백금이 노나라로 갈 때, 자신이 현인을 맞이하기 위해서 밥을 먹다가 세번씩이나 뱉어내고, 머리를 감다가 머리채를 잡고 뛰어나간 것이 한두번이 아니라며, 현인을 등용하고 정사에 신중하라고 말한다.

삼년 뒤, 백금을 만난 주공은 이제 자리가 잡혔느냐고 묻는다. 하지만 백금은 “오랑캐들의 땅이라 그런지 이들의 습속을 바꾸려면 십년이 가도 될까 말까 입니다”라고 대답한다. 주공은 제나라에 봉토를 받은 강태공에게 거기는 어떠냐고 묻는다. 강태공은 “그들의 풍습에 제가 맞추려고 했습죠. 그랬더니 일년도 채 안되어 정사가 자리잡기 시작하더군요” 라고 말한다. 이 말을 들은 주공은 노나라가 제나라의 위세에 눌려지낼 것을 탄식한다. 결국 주공의 우려처럼 노나라는 늘 약소국으로 제나라의 눈치를 보며 지내게 되었다.

나는 직원들이 잘못해서 기업이 망했다는 소식에는 과문하지만, 경영자가 잘못해서 기업이 망했다는 소리는 허다하게 듣는다.

불황기인 만큼,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경영자가 변해야 한다.


또 이 책의 주인공 나가모리는 위인전기전집에 나오는 사람처럼, 싸이코다. 이 책을 읽다보면, 인생 = 일 이라는 등가관념 속에서 이 사람은 세상을 살아간다. 즉 일 빼면 인생에 남는 것이 아무 것도 없는 삶, 무시무시하고 끔찍하다.

하지만, 경영자들은 우리들 또한 일 = 인생인 삶을 살아주기를 기대한다.

어떻게 해야할까?

참고> 일본전산이야기

This Post Has One Comment

  1. 旅인

    truth 09.01.22. 19:00
    workholic정신을 쫄다구들에게 무장화시켜 나라경제를 살리자? 정말 짜증날만한 사실입니다. 오해맞습니다.
    ┗旅인 09.01.23. 13:36
    일 중독에 걸린 사람들에 대해서 서구의 회사에서는 심리치료를 한다고 합니다. 강박증 때문에 직장의 건강한 분위기를 해쳐서 결국 생산성 악화를 초래하기 때문에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는 거죠.

    다리우스 09.01.22. 21:11
    간혹 이쪽 계통 책도 좀 소개해 주시니까 좋네요^^ 저도 몇 권 찾아서 읽어보려고요~
    ┗旅인 09.01.23. 13:37
    저도 읽기가 싫어서… 손자병법이나 읽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유리알 유희 09.01.23. 00:08
    아, 짜증납니다. 저도 그런 책이 젤로 시러시러~ 다행히 저는 알바인지라 그런 책을 강제로 읽지 않아도 되니 그걸로 위안 삼을랍니다.
    ┗旅인 09.01.23. 13:41
    좀 정상적이고 창의적인 경영학 서적이 있으면 좋은데 말입니다.

    라마 09.01.23. 00:29
    ‘가정을 위해 가정을 잊고 약간만 미쳐서 회사를 가정처럼 돌보랏!’ 대충 이런 논리이겠습죠. 으흐흣.
    ┗엘프 09.01.23. 12:35
    ㅋㅋ 아 이 그럴듯함이여~
    ┗旅인 09.01.23. 13:42
    막 꼬이는 논리, 그래서 결국 스트레스만 팍팍 받는 논리이겠죠.

    라비에벨 09.01.23. 08:45
    울 사장 부임하고 청렴 무자게 강조하드만 날도 추운데 감방에 계셔요…뇌물 수수로^^
    ┗엘프 09.01.23. 12:41
    ㅎㅋㅋㅋㅋ
    ┗旅인 09.01.23. 13:43
    자신을 미루어 남이 어떻다고 생각하다 보니 아무래도 남들에게 청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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