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브라인드를 거둔 사무실 창 밖의 거리는 명료하다. 눈부신 햇빛을 부시며 차들은 도로를 질주하고, 하늘은 땅 아래로 좀더 내려온 듯 넓다. 이런 가을날, 투명한 햇빛 아래 언덕배기의 좁다란 골목을 따라 올망졸망 서있는 낡은 집과 연립들 사이로, 아슬하게 자라나 아직도 푸른 잎새를 드리우고 있는 포플라 나무들을 보면, 불현듯 사는 것이 싱겁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싱거운 기분이 드는 것은, 하늘이 더욱 커지고 대지 위로 떨어져 내리는 경쾌한 햇빛과 옷깃을 파고드는 마르고 가벼운 공기들 탓이다. 세상이 짜거나 맵고 또 쓰지 않고 단지 싱겁다는 것은 얼마나 가벼운 것인가? 이 싱거움 탓에 가을이면 외로움을 타는 지도 모른다.

블라인드를 올린 창가에 앉은 나에게 일이란 가족들의 밥그릇이어서 무겁기도 하지만, 오늘같은 날에는 어느 공원 벤치에 앉아 해바라기를 하며, 가을이 스쳐지는 것을, 그 공기의 가벼움과 들떴던 여름이 먼지로 가라앉는 모습과 하늘의 색깔이 서서히 변해서 마침내 저물어가는 모습들을… 그리고 방과 후 골목으로 번져드는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와 어느 집 창 밖으로 새어나오는 밥 짓는 냄새, 그런 모든 것들을 느끼고 싶다.

This Post Has One Comment

  1. 旅인

    목련
    여인님…
    행복, 열정, 꿈, 사랑, 영원,
    진정한 행복, 그리고,사랑이란 무엇인가? ..
    요즘 저는 또,방황하며 헤메는중입니다.이런 병든맘으론 무엇도 넘 한심하지요.ㅎㅎ
    평범함 속의 행복,그 진리를 잊었습니다…불평과 불만만 하면서요…~~
    우리 여인님께서도 외로움 타십니까요??헤헤..
    └여인
    물론 저도 가을날이면…
    외로움을 탑니다.
    련님은 마음이 병든 것이기 보다 너무 바삐 지내시기 때문에 때로는 지치시기도 할 겁니다.
    좋은 주말을 보내시고 고운 꿈 많이 꾸시기를…

    애린
    가을은 해질녘이 멋있다
    라고 세이쇼나곤이 말했죠.
    가을 해질녘의 ‘밥 짓는 냄새’… 그리움이 울컥하고 느껴집니다.
    └여인
    머나먼 곳을 지날 때 저녁 내가 들에 피어오르고 밥짓는 냄새가 나고 소가 음머하고 울면…
    참으로 집이 그립지요.
    애린님, 좋은 주말 보내십시요.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