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코의 추에서 발췌한 글들

세상의 종말이라는 것에 너무 큰 기대를 걸면 안 된다.

– 스타니슬라프 J. 레츠, 『아포리츠미 프라쉬키』, 크라코프, 비다브닉트보 리테라츠키, 1977, 「미슐리 니에우체자네」

→ 세상의 종말에 기대를 가진 자들은 어떠한 인간들인가? (旅인)

 

빛과 신들로부터 비롯되었어도, 나는 이제 그 빛과 신들로 부터 떨어져 여기 홀로 방황한다.

– 투르파의 斷想, M7

→ 명백히 이 글은 빛과 신들에 대한 모독이다. 앞의 문장이 옳다면 뒤의 문장은 성립되지 않으며, 떨어져 홀로 방황한다면 그는 빛과 신들과는 아무런 유대가 없는 것이다. (旅인)

 

대립하는 아날로지(類推)는 빛과 어둠, 절정과 나락, 충만과 공허의 관계와 같다. 모든 도그마의 교의인 알레고리(寓意)는 인장을 봉인으로 현실을 환영으로 바꾼다. 말하자면 眞의 僞요, 위의 진이다.

– 엘리파스 레비, 『고등마술의 도그마』, 빠리, 발리에르, 1856, XXII, 2

→ 사실 이 시대를 형성하는 담론과 같은 것이 이와 같지 않을까? (旅인)

 

…… 이 密旨의 秘儀를 전수한 자들은 대담한 음모를 획책하고 도당 짓기를 계속하면서 나날이 팽창해 왔다. 예수회 교리, 磁氣說, 마르티니즘, 哲人의 돌(化金石), 몽중유행, 어정쩡한 에클렉티시즘(折衷主義)…… 이 모든 것은 이로써 생겨난 것들이다.

– C.L. 까데 가시꾸르, 『자끄 드 몰레의 무덤』, 빠리, 드센느, 1797, p.91

→ 절충주의(eclecticism)란 철학이나 신학에서 독자적인 체계를 세우면서도 다른 하나의 체계에 의거하지 않고 몇 개의 체계로부터 각각 옳다고 생각되는 요소(장점)를 빼내어 하나의 체계로 삼는 것이다. 마르티니즘은 오컬트 계통의 수비학과 연관이 있는 것 같다. 철인의 돌이란 바로 아브라카다브라(아프락사스)와 연관이 있는 현자의 돌을 가르킨다. (旅인)

 

정상에서 바닥에 이르기까지, 대피라미드의 체적은 약 161,000,000,000입방 인치이다. 그렇다면 아담에서 오늘날까지 이 땅에 살았던 인간의 수는 얼마나 될까? 153,000,000,000 내지 171,900,000,000명에 가깝다.

– 피아찌 스미드, 『대피라미드에 깃들여 있는 인류의 유산』, 런던, 이스비스더, 1880, p.583

→ 대피라미드를 건축할 당시 인치의 개념은 없었다. 그 당시의 척도만이 있었을 뿐이다. 그러나 이 글에서 놀라운 점은 아담에서 1880년까지 살았던 인간의 수를 1,530~1,719억명이라고 계산해 보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피아찌의 계산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거기에는 자신 나름의 무수한 전제조건이 있을 테니까 말이다. 피아찌의 계산에 오늘날까지를 더한다면 2,000억명 쯤 되리라. 그러나 어째서 그렇냐고 나에게 묻지 마라. 나에게도 말할 수 없는 전제조건이 있기 때문이다. (旅인)

 

나는 처음이자 마지막이요, 섬김을 받는 동시에 증오를 당하는 자이며, 성인이자 창부이기 때문이다.

-『나그 함마디(Nag Hammadi)』의 斷想 6, 2

→ 여기에서 나란 아마도 신일 것이다. 이 글처럼 신이란 영광과 치욕을 함께 해야만 하는 존재일 것이다.(旅인)

This Post Has 4 Comments

  1. 서정적자아

    에코는… 너무 이성적인 것 같아요. 조금만 더 감성적이어도 좋을텐데..
    에코를 좋아하지만 그 부분이 조금 아쉬워요.
    얼마전에 읽은 로아나여왕은 감성적인 면이 많이 채워졌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 ‘이성’이 많이 보이더군요..
    문학적이라기 보다는 왜인지… 좀…

    저는 요즘 오르한파묵에 푹 빠져있었어요..

  2. 여인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은 베이스가 있는 것 같습니다. 장미의 이름은 보르헤스의 <바벨의 도서관>의 형성화이고, 이 <푸코의 추>는 다빈치 코드의 저본이 된 <성혈과 성배>의 또 다른 복각판과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스토리 텔링이나 주인공의 감정보다는 정보와 지식의 얼개를 어떻게 짜느냐 하는 기호의 텍스추어에 더 많은 관심이 있기 때문이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제3세계의 문학에 눈을 좀 돌려야 하는데… 소설을 읽는 경우가 많이 줄어들어서.

  3. 위소보루

    움베르토 에코가 기호학이라는 베이스 위에 글을 작성해서 그렇다라고 전제를 가지고 책을 읽는 저도 글들이 약간은 드라이 하지 않나 라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그런 것들을 느끼기엔 움베르토 에코가 전달하려는 내용을 따라가려는데 급급하네요 ^^;

    1. 여인

      저는 이 소설을 읽기 전에 베이전트의 <성혈과 성배>를 읽었는데도 불구하고 헐떡거리며 읽었다는 기억이 납니다. 저는 움베르토 에코를 통해 보르헤스를 알게 된 셈인데, 보르헤스를 읽고 나자 움베르토 에코가 보르헤스의 영향 하에서 글을 썼다는 것, 그래서 보르헤스의 난독의 글들에 자신의 지식들을 널어놓으려고 했다는 것을 간신히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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