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로웠던 그 무엇

잠팅이…

늦은 밤 잠자리에서 가위에 눌린 경험이 있으세요? 저는 몇일 간 똑같은 가위에 계속 눌렸던 적이 있었는데, 그땐 정말 잠들기가 괴로웠어요

나…

가위라는 것에 눌려본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악몽이라는 것에 시달려 본 적도 별로 없다. 악몽이라는 것 조차도 고요하고 정적에 깃들어 미동도 없는 숲속의 웅덩이 위로 한방울의 물이 떨어져 내려 탕! 하고 그 정적을 깨쳐 버리는 것 등. 그런데 그 꿈이 왜 그렇게 무서웠을까?

대충 꿈도 꿈과 같이 꾼다. 그래서 내 꿈 이야기를 해주면 대충의 반응은 <황당한 꿈 이야기이네요>라고 말한다. 한번은 꿈에서 태양을 구해준 적도 있다는 것만 봐도 그렇다. 그래서 꿈을 꾸고 난 후 기분은 맑아지고 마음이 흡족해지곤 했다.

다른 사람들이 공포스러웠다는 가위와 비슷한 경험은 단 한번이었지만, 나에게는 몹시도 신비로웠던 경험이었다.

외할아버지께서는 동두천 외가댁으로 사고뭉치 내가 오는 것을 싫어했다. 외할아버지가 싫어하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동두천으로 가는 것을 좋아했다. 외할아버지께서는 나를 싫어하셨다기 보다 교장선생님 외손주가 와서 그 좁은 동네에서 자신의 권위를 여지없이 실추시키곤 했다는 그 사실이 늘 끔찍하셨을 것이다.그러나 막내 이모는 나를 몹시 귀여워 했고, 외할머니는 이웃들과 아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계셨기에 외할아버지의 권위에 아랑곳 않고 수월하게 내가 저질러 논 사고를 잘 처리하시곤 했다.

아마 나이가 학교 들어가기 바로 직전 여름에 이모를 따라 동두천에 갔고, 학교 뒤를 돌아 작은 저수지로 멱을 감으러 중고등학생 쯤 된 형과 갔다. 그런데 누군가가 저수지로 와서 그를 불렀고, 나보고 곧 바로 따라 오라고 한 후 먼저 떠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혼자 멱을 감기엔 물이 무서웠고 심심해진 나는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꼬불꼬불 논뚝길을 걸어가기가 지겨워진 나는 논에 벼가 심어지지 않은 곳이 보여, 그 곳을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땅이 미끄덩하면서 그만 몸이 땅 속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하염없이 빠져들어 그만 얼굴까지 수렁 속에 가라앉았고 아득한 어둠 속으로 밀려갈 때, 누군가가 내 손을 잡았다. 그리고 내 몸이 덜렁덜렁 흔들리며 어디론가 가는 것은 알 수 있었지만, 그만 까마득한 잠 속에 빠져들고 말았다.

의식을 차렸을 때, 외갓집에 누워있었다. 하지만 내가 보는 외갓집은 조금 달라보였다. 어슴프레한 빛이 방 안에 가득 차 있었고, 방 안을 둘러보자 천장 한쪽 모퉁이에 안개같기도 하고 검은 실타래를 풀어 뭉쳐놓은 것 같기도 한 검은 물체가 수줍게 도사리고 앉아 있었다.

그것을 잡기 위하여 손을 뻗었다. 그러자 놈은 재빠르게 방 안을 한바퀴 돌고 천장을 뚫고 날아갔다. 그것이 날아가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내 눈에 모든 것이 다 보이기 시작했다. 나의 의식은 그 동네를 다 볼 수 있음은 물론 한번도 가 보지 못했던 학교 뒷동산의 정경마저 투명하게 바라볼 수 있었다.

나는 방 안에 누워 산과 들 그리고 강이며 모든 것을 볼 수 있었다. 사물들의 윤곽은 있었지만 벽이며 산 등은 투명하기 그지 없어서 나의 눈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었다. 그런 광경들을 한동안 즐겼던 것 같다.

그러다가 가슴이 무겁고 숨이 차다는 것을 느끼고 일어나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뭔가가 나를 건드렸고 숨을 토해내며 일어났다.

그때 내 머리 위에 어머니의 손이 놓여 있음을 알았다.

외할머니가 기쁨에 넘쳐 소리쳤고, 외할아버지는 <살아났으니 됐다. 올해는 저 녀석이 멀쩡히 넘어갈까 했더니 기어코 사고를 치는구나. 니 온김에 제발 저 녀석 좀 데려가라>고 하셨다.

알고 보니 수렁에 빠진 나를 누군가 건져다가 외갓집에 데려다 주었고, 외할머니가 뻘을 씻겨 방 안에 뉘여놓았는 데, 열이 올랐고 삼일동안 혼수 상태에 빠져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외손주가 죽는다고 서울로 다이얼없이 핸들을 돌려 교환을 찾던 그 전화로 황급히 전화를 했고 나는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서울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시외버스 속에서 어머니와 그런 대화를 했을 지도 모른다.

죽다 살아나니 어떠냐?
재밌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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