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i-xmmxix 바닷가에서

세븐 시스터즈 중 하나 1석회암 절벽은 바닷물에 삭아 무너진다. 절벽 아래는 무너져 부서진 석회암 조각 투성이다.

세븐시스터즈(Seven Sisters Cliff)와 브라이턴(Brighton)을 갔다 왔다.

세븐시스터즈는 석회암 절벽과 완만하고 넓은 구릉과 언덕 위로 소와 말, 양떼가 풀을 뜯는 목가적인 분위기 외에는 볼 것 없는 곳이다. 지금도 바닷물에 석회암이 용해되며 무너지고 깎이고 있는 하얀 석회암 절벽, 영국해협의 바다 위로 무너져내린 석회암이 파도에 부서지고 바닷물에 녹아 해변의 바닥이 하얗다. 밀려오는 파도 또한 석회석이 녹아있는 것처럼 거품이 걸쭉하다.

이곳은 영국사람이나 다른 나라 사람들은 잘모르고 한국관광객에게만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 혼자오면 사람들에게 물어보아도 잘 모르고, 교통편도 막연하다고 한다.

세븐시스터즈에서 세자매만 보임

버스에서 내리자 등대가 보이는 언덕의 끝까지 갔다.

이 곳의 풍경은 약간 기울어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언덕 밑의 도로로 달려온 차가 마치 내 목을 돌아 어깨 저쪽으로 흘러가고, 구릉지 저 쪽의 방목하는 소들이 나의 손 끝을 스치며 지나치는 것 같은, 왜곡된 렌즈를 통해 바라보는 것 같은 풍경이다.

석회암이 침식되어 형성된 구릉이라서 중력의 방향을 가늠할 수 없다.

등대는 등대라기보다 자연석과 시멘트로 견고하게 지은 3층짜리 가정집같다. 수직과 수평을 가늠할 수 없는 풍경을 헤치고 등대번호와 광파표지, 광달거리 등을 써놓은 등대표지판을 찾기 위해 등대의 뒷면으로 돌아갔다. 등대로 들어가는 출입구가 있었지만, 표지판은 없다. 대신 2층의 창 커튼 옆에서 한 사람이 나를 내려다 보고 있다. 그 사람 뒤로 샹드리에의 노란 불빛이 보였다. 불빛을 보자, 불현듯 그 창 가에서 내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는 착각이 들었다. 내려다 본 내 모습은 약간은 누추하고 피로한 모습이었다.

등대의 입구 반대쪽 2GPS의 세대에 불 밝히는 등대가 있다는 것은 아직 아날로그 세계가 디지털 블랙 홀 속으로 빨려들지 않았다는 증거인 것 같다.

언덕을 내려오며 본 세븐시스터즈의 절벽들은 햇빛을 받아 하얗게 발광을 하며 서쪽 끝까지 바다에 발을 드리우고 있다.

현지 여행사에서 준비한 라면과 김밥을 먹고 브라이턴으로 갔다.

비 오기 전 브라이턴의 전경

어촌에서 휴양지가 된 곳이라고 한다. 어촌인 만큼 당연히 ‘피쉬 앤 칩스’를 먹어야 할 곳이라고 했지만, 혼자 먹기에는 많다고 하여 먹기를 포기했다. 브라이턴에는 조지4세가 지은 유치한 궁전이 있고, 바닷가에는 놀이기구가 있었지만 어쩐지 철지난 느낌에 을씬년스러웠다. 엔틱 상점이 골목골목 있었지만, 쓸 만한 것이 없었다.

골목을 돌아다니던 중 비가 왔다. 허기가 졌고 바에 들어가 맥주와 간단한 스낵을 먹었다. 맥주는 맛이 괜찮았다.

추운 날씨에 뭘 먹은 것이 좋지 않았는지, 아마 점심 때 매운 신(컵)라면을 먹고 비를 맞은 뒤 맥주를 한 탓일 것이다. 돌아오는 길 내내 속이 불편했다. ‘런던소풍’의 가이드는 일행들을 위하여 런던시내의 쇼핑할 곳과 먹거리를 소개했다. 오는 길 내내 “심각하게 맛있다”는 소리를 질러댔다. 그 소리를 들으면 배가 더 불편했다. 아이폰에 담아 간 음악을 들으며 배앓이를 진정시켜야만 했다.

영국에 와서 아무 것도 경험하지 못한 것 같다. 잉글리시 블랙퍼스트와 얼 그레이 茶 한 잔, 그리고 숙소의 여자 호스트가 ‘불금’이라며 데려간 Pub 외엔 남는 것이 없는 빈한한 여행이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간 후에 또 뭔가 조사하고 생각하며 정리를 해 나갈 것이다.

2019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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