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서 아침까지

Morning2/photos

<집의 창에서 찍은 새벽의 모습, 한 두세주 쯤 전에… LOMO-LC+ Fuji 100>

워크 샵 때문에 경주에 갔다. 워크 샵이 끝난 후 봉계란 곳에 가서 술을 마셨고, 숙소로 돌아와 맥주를 몇잔 더한 후(그동안 쓸데없는 농담을 나누었고, 팔씨름을 내기를 하기도 했다) 좀 이른 시각에 잠자리에 들었다. 하지만 숙소 바깥으로 나간 동료들이 닭싸움을 하며 웃고 떠드는 소리가 창틈을 넘어오는 바람에 뒤척였다. 그리고 잠든 머리맡은 문을 열어달라는 벨소리, 와당탕 사람들이 지나는 소리들로 소란스러웠다.

깨어나 보니 다섯시, 이 시간이 되면 문득 정신은 깨어났어도 육신은 아직 일어나지 않는다. 게으른 육신을 일으켜 세워 일층으로 내려가 담배를 산 뒤, 바깥으로 나갔다.

건물의 사이로 하늘에 아침이 물들어가는 시간들을 본다. 바람이 분다. 거기에는 밤과는 다른 냄새가 있다. 아침을 마주한 나의 등 뒤로는 아직도 어둠이 깊다.

아침이 물드는 시간에 나는 카메라를 들이댔다. 하지만 기록에의 그릇된 갈증은 우리의 영혼이 늘 고정되어 있고 좁고 옹색하다는 반증처럼 보인다. 하지만 아침을 마주대하면 영혼은 버려진 것이 아니라, 시시각각 숨쉬고 고요하며 자신의 생명을 세상과 함께 비벼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서울로 올라와 낮잠을 잤지만, 또 다시 이른 시간에 잤고 또 다섯시에 일어났다.

육신 안은 텅비어 바람이 부는 것 같고, 바람이 새는지 몸의 이곳 저곳이 아프다.

하지만 어제와 오늘이 섞이는 새벽의 냄새와 아침이 되기 위하여 갖은 빛의 색깔로 흔들리는 시간들이 아름답고 고요하다.

흡연실의 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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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MO LC-A+ FUJI ISO 100

매일 저 쪽 변두리에서 시내를 지나 이쪽 변두리로 출근을 했다가 퇴근을 한다. 아무런 필연성은 없지만, 그것이 나의 생활이다. 출근과 퇴근 사이에 벌어지는 일들로 나는 밥을 빌어먹는다.

일들의 사이 사이에 흡연실로 들어가 금붕어가 물을 빨아들이고 아가미로 산소를 걸러내는 촛점없는 불투명한 시선으로 창 밖을 보며, 담배를 피운다, 마치 금붕어에게 필요한 산소라도 되는 냥.

지난 겨울, 흡연실의 창 가에 저 식물을 누군가 올려놨다. 화분이라 할 수도 없는 유리수반 위에 꽂혀진 식물(풀이라고 할까?)은 독랄한 담배연기를 마시고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예감을 불식시키고, 기어이 살아서 7월을 맞이한다.

죽어야 할 것들이 태어나고 살아있다는 것, 그리고 풋풋하다는 것은 그 자체 만으로도 아름답다. 하지만, 변두리에서 변두리로 아무런 필연성없이 오락가락하는 봉급생활자에게 여름은 매번 무덥고, 공허한 햇빛을 뿌리고 지나가는 것이다.

2009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