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아뭇 것도 아닌 글

밤새도록 세미나에서 제기될 질문을 예상하고 답변을 어떤 논리 속에 전개할 것인가로 골머리를 썩이고 있었다. 그 자리에는 누군지 모르지만 상당히 중요한 인물이 올 것이고 그를 설득하지 못하면 안되는데, 세미나에서 발표할 테마는 나의 전문도 경험이 있는 분야의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시간은 바짝바짝 타들어가고 밤이 새고 있었다. 새벽이 되자 다급해졌다. 마침내 내가 꿈 속에 있고 꿈에서 깨어나면 아침이…

우울의 붉은 악보

사람이 되려던 즈음, 전설이 빛을 발하고 외로움이 閏달에 잡초같이 벼려진 그 읍내의 언저리를 감돌던 것이 노을, 네 생애의 연고였다. 노을이 필 무렵이면 도시가 비린내로 흘러가는 강변으로 나간 너는 핏빛 오후를 비틀거리며 마시곤 했다. 네 몸뚱이가 헛것이 아니라면 왼팔에 돋아난 정맥 어디엔가 노을의 불순한 系譜가 새겨져 있으리라. 하여 저녁이 가로등 밑을 적실 즈음, 붙잡을 수 없는…

소돔에서 서울에 이르는 길

사람이 고상한 것인지 야비한 것인지, 선한 것인지 악한 것인지를 묻는다면, 저는 쉽게 대답할 수 있습니다. 저의 생각이 짧고 천박하기 때문에…, 또 제가 성직자이거나 학교 같은 곳에서 밥줄을 대고 살아가는 철학교수쯤 된다면 좀 상황은 틀리겠지만…, 되는대로 살아가는 사람이기 때문에 건너편 술자리의 술 취한 중년사내처럼 꼴리는 대로 마구 이야기할 수 있다 이겁니다. 제 결론은 그러니까… 인간은 야비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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