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스피커…

스피커를 하나 만들었다. 그 사이에 보스 101mm 유닛에 맞춰 인클로저를 만들었지만, 아무리 해도 그 고약한 소리를 들어줄 수는 없었다. 시간과 공력과 돈만 날렸다.

그래서 풀레인지를 하나 장만할까 장터를 탐색하다가 풀레인지 소리를 도무지 가늠할 수 없어서 시험삼아 풀레인지를 만들기로 했다.

삼미 하바(하늘과 바다) 8인치 유닛을 사려고 했으나, 평이 그다지 좋지 않을 뿐 아니라 값싼 ME-08B40 쪽이 오히려 소리가 좋다고 한다.

11번가에서는 유닛 2개를 30천원에 샀다.(유닛은 페어로 팔지 않고 한개씩 판다) 배달되어온 유닛의 모양은 정말로 싸구려하다. 콘지의 재질로 종이가 좋다고 하지만, 그냥 까만 도화지에 물 멕인 다음 틀로 콱 찍어낸 모습이다. 스피커 가운데 동그란 더블 콘은 찢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거기다 엣찌는 얇은 천 위에 콜타르같은 것을 먹여논 듯하다.

주문한 나무판이 오질 않아서 에이징도 시킬 겸, 제작에 실패한 보스 101mm 인클로저 위에 유닛을 걸쳐놓고 들어보니 꼴과는 달리 소리가 맑다.

맑은 것은 통의 울림이 없기 때문이다. 맑은 반면 고역이 날카롭고 울림이 없다보니 저역이 부족하다.

오늘 아침에야 도면대로 재단이 된 뉴송판(원판 가격 34.5천원 + 재단비 8.5천원)이 왔다.

타이트본드로 접합을 하여 통을 만들고, 유닛을 인클로저에 체결해본다. 후면개방형임에도 저음이 많고 통이 울린다. 바닥에서 문갑 위로 올리고 방진재로 쓰는 지우개로 받치니 저음이 줄어들어 들을 만하다. 통울림이 심하면 인클로저 안에 벽돌을 넣으면 나아진다고 한다. 한번 써 볼 생각도 있다.

HandmadeSpeaker/photos

통울림만 빼면 대체로 소리는 들어줄 만하고, 스피커의 능률이 높아 저출력 싱글앰프와 제 짝을 맞춘 것 같다는 기분이다.

요즘 나날이 새로운 경험을 한다. 오디오는 귀로 하는 것이란 것을 새삼스레 느낀다. 오늘 만든 풀레인지 스피커는 택배비를 포함, 일부 기존자재 쓴 것을 쳐도 8만원 정도 든 셈이다. 하지만 소리는 몇십만원하는 스피커를 훨씬 능가한다.

진공관 앰프로 바꾸고 풀레인지로 바꾼 후 KBS FM-1의 소리가 좋아졌지만, 클래식보다 우리 국악의 소리가 무지무지하게 좋아졌다. 우리 음악이야말로 울림을 갖고 노는 음악인 탓이다.

다음은 Highdeth님이 말한 수프라복스 중 135LB 로 한번 가 볼까?

< 추가 >

통울림 때문에 벽돌을 넣어보았으나 울림이 약간 줄었을 뿐 근본적인 해결이 아닌 것 같다.

풀레인지 스피커 자작의 예를 보면, 나의 사진처럼 인클로저 통 바깥으로 유닛을 결합하지 않고 대부분 인클로저 안 쪽에 유닛을 붙인다. 그 이유를 몰랐는데 풀레인지의 방진재가 유닛의 앞쪽 면, 엣찌 옆에 있기 때문이다.

위의 사진의 엣찌 옆 인클로저와 맞닿은 프레임 위의 검고 동그란 띠는 마분지를 대여섯겹 쌓은 것 같은 방진재다.

그것을 모르고 인클로저의 외부에 유닛의 철재 프레임(삼미 유닛은 싸구려라서 진동을 흡수하기에는 프레임이 몹시 얇다)을 그냥 고정시켜버렸다. 유닛의 진동이 18mm 목재판에 고스란히 전달되는 구조다. 이래서 생긴 통울림을 벽돌의 무게로 눌러버릴 생각을 했으니 근본을 그릇되게 하고 끝을 다스리려 한 단적인 예이다.

진동을 흡수할 수 있는 우드락이나 부직포 등으로 프레임과 인클로저를 이격시켜 봐도 울림이 치유가 안되면, 다른 방법을 강구해보아야겠다.

< 울림에 대한 평가 >

사라 브라이트만의 CD의 경우 상업적으로 만들어져 백뮤직이 마치 라우드니스를 켜놓은 듯, 신디사이저인지 정체불명의 저음이 벙벙거린다. 소리가 영 싸구려고 귀에 거슬린다. 반면 파블로 카잘스의 첼로는 저음이지만 선명하다. 그리고 현의 소리가 명료하게 들린다.

퓨전국악 영혼을 위한 카덴자를 들어보면 개별 악기들의 소리는 선명하고 울림도 좋지만, 여러가지 악기 소리가 섞이면 징이나 북소리 때문에 부밍 현상이 일어난다. 여기에도 인공음이 들어간 느낌이다.

CD가 아닌 FM 음악방송은 대체로 무난한 것을 보면, 통울림을 약간만 잡아주면 될 것 같기도 하다.

예전에 듣기 좋았던 소리는 죽고 오히려 예전에 별로였던 음악이 오히려 괜찮다.

일주일 간의 프로젝트

불통하는 프로젝트 속에서 나는 혼자 만의 프로젝트를 은밀히 추진했다. 스피커 인클로져의 도면을 구상했고 DIY 목재소에 도면을 보내 재단을 해달라고 했다. 집으로 배달된 목재의 재단 칫수는 공차가 0.2mm 이내에 들 정도로 정밀했지만, 스피커가 들어가 안착해야 할 동그라미의 치수는 흔들렸고 목재면에 수직으로 가공되지는 않았지만 제작에 크게 문제될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서 완성된 스피커가 바로 이것이다.

인클로져의 구조에 따라 소리가 어떻게 변하는 지 나는 알지 못한다. 그래서 사이비 위상반전형(덕트없이 위의 우측의 두판 중 왼쪽 판에 직경 5Cm의 구멍을 뚫어 베이스 리플렉스 효과를 노림)으로 설계를 하고 보통의 풀레인지 스피커의 경우 인클로져가 후면개방형이기 때문에 후면개방을 하거나 밀폐를 할 수 있도록 설계를 했다. 그리고 베이스 리플렉스 효과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오른쪽 두판 사이의 후면 혹은 전면을 닫을 수 있도록 널판지를 마련했다(맨 밑의 사진 참조).

후면을 개방하면 스피커 유닛(Bose사에서는 4.5인치라고 하지만 3.75인치에 불과)이 너무 작은 탓인지 고음이 강하고 날카롭다. 후면을 닫으니 고역이 가라앉고 오히려 저음역의 깊이가 살아난다. 아무래도 후면을 덮고 베이스 리플렉스로 운용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반면 덕트를 막고 안막고에 따른 소리의 차이를 감별하기란 어렵다.

기존 Bose 101mm 플라스틱 인클로져의 소리와 소리를 비교할 때, 기존에 스피커에 취부되었던 네트워크(인피던스 보호 및 고역 조정 등의 용도)를 제거해서 소리가 명료해지고 음압이 높아진 대신 소리가 쟁쟁하다는 느낌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목재가 날카로움을 흡수하는 측면도 있어서 어느 쪽이 더 좋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하지만 Bose 101 스피커 유닛은 놀랍다. PC에나 물릴 정도의 조그만 유닛에서 만들어 낼 수 있는 저음에는 한계가 있을 만한데, 상식 이상의 저음이 난다. 이해할 수 없다. 이해한다고 해도 설명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시험 제작인 관계로 갖가지 문제점이 나타났다. 삼나무의 재질이 치밀하지 못하여 약하다는 것과 짧은 기간임에도 목재에 뒤틀림이 발생한다. 설계 상 인클로져의 내부 구조가 난잡하게 그려졌고, 접착제 사용 미숙에 따라 접착제로 떡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고르지 못한 도포와 접착면의 들뜸이 많았다. 물론 접착제가 엉켜 지저분하기도 하다.

어느 정도 들어보다가 인클로져를 다시 설계해 볼 생각이다. 그때는 집성목보다 튼튼하고 좋다는 자작나무 합판으로 제작하고 접착제가 고루 도포될 수 있도록 방안을 강구하고 내부구조 또한 단순하고 견고하게 가져갈 생각이다.

하지만 이 정도면 잘 만들지 않았는가?

회사의 프로젝트는 아직도 불통 중……

2011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