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그리고 집에서 쉬며

친구와 만나 술자리를 갖는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기도 하지만 때론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친구를 만나면 대부분의 화제는 동질적인 유대감을 찾을 수 있는 학창시절로 내려가 거기에서 자신이 어떻게 이 곳까지 왔는가를 이야기한다. 그것은 성공담이기도 하지만 때론 자신들이 얼마나 시들어 버렸는가를 확인하는 실패담이기도 하다. 때론 학창시절의 유치함에 매몰되어 치기어린 웃음이나 떠들썩함을 즐기기도 한다. 결국 노래방으로 갔고, 도우미가 들어왔을…

황무지: 옴! 그대에게 평화를

빌어먹을! 벌써 며칠째 엘리엇의<황무지>에 매달려 있다. 몇권의 인생에 별로 도움이 안되는 책과 쓰잘 데 없는 이름들을 종이 위에 써서 형광등 불빛에 비추어 보거나 아니면 그것들의 묵은 속옷을 버껴내거나 한다. 속옷의 끝에 알몸이 있다는 보장은 없다. 그래서 낡은 골편을 들여다 보거나 아니면 다시 찌끄러기, 껍질로 되돌아가곤 했다. 티레지어스, 필로멜라, 코리올레이누스, 소소스트리스, 시빌, 플레버스, 기타 등등. 죽음과…

T.S.엘리엇

이런 책을 읽어야 한다니 답답하다. → 혹시나 하고 읽어보니 역시나 답답하다(‘05.08.10) 결론은 T.S.엘리엇이란 친구는 시인으로서는 뛰어날 지 모르지만, 고집불통에 서구 고전문명에 대한 맹신적 추종자이라는 이야기인데… 민주주의도 서구 외의 문명과 문화에 대해서는 별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는 편협한 사고방식의 인간이라는 이야기이며, 젊은 시절에 형성된 사고와 지식체계를 나이가 들어서 한발자국도 넘어서질 못했다는 이야기는 참으로 한심하다. T.S.엘리엇을 칭찬하자는 것인지,…

어느 소녀에게 보낸 편지

이제 봄인 것 같다. 너도 느꼈는 지 모르겠지만, 어제 우리가 산보한 저수지의 습기 찬 뚝 길 위로 새싹이 오르고, 목련 꽃봉오리 위로 고양이 털 같은 빛이 구르는 데, 하늘아래 내려앉은 저수지 건너편 집들은 동화나라와 같이 아스라해 보였다. 우리의 산보는 회복기에 접어든 환자의 병실 창문을 넘어 들어 온 아침 햇살처럼 뿌듯한 것이었다. 집으로 돌아와 참으로 오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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