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가기 전의 잡담

1. 휴가

월요일에서 수요일까지 휴가다. 휴가라고 통보하고 출근하자마자 아내는 여행사에 전화를 한 다음, 회사로 일하고 있는 남편에게 전화를 한다.

“일본여행 신청해 놓았어. 금요일 아침 출발이야.”
“휴가는 다음 주 월요일부턴데…”
“그래? 그럼 휴가를 변경해.”
“할 일이 조금 남아서 안돼.”

아내의 전화를 끊으면서, 올해는 지리산 자락의 칠선계곡에나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곳이 편하고 좋다.

작년에는 딸내미를 미국에 보내놓고 아내와 둘이서 방콕으로 가, 호텔 방에서 프라 아티트 선착장의 부교가 강물에 삐걱이는 소리를 들으며 짜오프라야 강이 흐르는 것을 보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무더운 도쿄근처를 떠돌아 다닐 생각을 하니 아찔하다.

하지만 코타키나바루로 가서 딴나라 사람의 집을 지어주고 있을 아들놈 생각하면, 그나마 다행이고, 지 아빠와 서로 괴롭히는 것을 즐겨하는 딸내미가 돌아와 함께 갈 수 있어서 더욱 다행이다.

결국 출발을 내일(090705)로 조정.

2. 책 읽기

한홍구 씨의 대한민국사의 마지막 권의 절반까지 읽었다. 다 읽어야 하지만, 아주 오랜 습성이 되어서 이제 전철이 아닌 집에서는 글이 잘 안 읽힌다.

차로 회사에 출퇴근 안하는 이유도 할애된 책 읽는 시간을 빼앗긴다는 것 때문일지도 모른다.

출발하기 전에 다 읽어야 겠다.

  * 대한민국사 독서 Tip : 읽고 난 후 헌법을 한번 읽어볼 것! 코메디라는 것을 알 수 있다.

3. 한글전용의 문제점

People이라는 단어를 국민이라고 이해한다. 국민은 Nation이다. 대한민국은 대한 사람들의 나라다. 우리나라에 민주화가 더디 왔다면  그 이유 중 하나가 보통교육의 미명 하에 한자교육을 누락시킴으로써 어의에 대한 은폐와 폭력이 자행되고 있었던 탓인지도 모른다.

people의 의미에 가장 근사한 우리 말은 무엇일까?

4. 로모카메라

고등학교 다닐 때까지만 해도, 그림을 잘 그린다고 생각했다. 미대를 가려고도 생각했으니까(사실은 일반대학에 갈 정도의 성적이 나오질 않았다는 점도 고려되었다)…

누나가 뜯어말렸는데… 지금 생각하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스케치나 데생같은 것에는 빠지지 않던 나는, 늘 색을 칠하는 데에선 주저주저했다. 찰흙이나 나무와 같은 것으로 조소를 하면 단호하던 나의 손은, 색깔을 대하면 쩔쩔맸다.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약간 색치기질이 있다.(색맹 그런 것은 아니다.)

그 후 사진을 찍고 나서 보면 구도에도 약하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그래서 몇번 카메라를 샀다가 폐기처분을 했고, 기록용으로 똑딱이 디카를 갖고 다닐 뿐이며, 그것으로 찍은 사진 기록조차도 흉물스럽다.

그러다가 서정적 자아님의 블로그에서 로모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을 보았다.

흔들리는 불빛, 희미한 윤곽, 번지는 색상, 그런 것들이었다.

사물의 명료함이 善이라는 생각을 우리는 언제부터 갖게 되었을까? 의도하고 바라는대로 사물을 포착해내고 뽀샵까지 해대며 자신의 의도대로 왜곡해야 한다는 생각을 언제부터 하게 되었을까?

흐릿한 사물의 그림자들 속에서 번져나오는 우연의 빛들에서 우러나오는 깊음과 따스함 혹은 사물의 고독에 대한 명상은 왜 그만 두었을까?

서정적 자아님의 사진을 보면서, 그리고 그 밑의 글들. 그 나즈막한 속삭임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좋은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 안나오면 그것은 실력 탓이지만,
나쁜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 나쁘다면 그것은 인격이거나 성격 탓이다.

그럼 이제 로모를 샀으니 나의 짜증나는 성격을 찍어보기로 하자!

서정적자아님~ 신경 써주셔서 고맙습니다!

5. 오늘 할 일들

어제 회사에서 일을 마치려다 못해서 싸가지고 왔다. 그것을 마쳐야 한다.

또 여행갈 짐 꾸리고, 대한민국사 끝내고… 산보 좀 하고, 몇장 더 찍고, 밥 먹고, 일찍 자야 한다.

나머지는 아내가 할 것이다.

2009.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