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뭇 것도 아닌 자의 변

‘객지’를 읽은 것은 행운이다. 방랑이란 헤르만 헷세의 소설처럼 낭만적이고, 고독하며, 오랜 도보여행 끝에 깊은 침엽수 숲을 벗어나 호밀이 노랗게 익어가는 들판을 걸어가는 것인 줄 알았다. 고1 2학기가 끝나가고, 아무 것도 아닌 아이가 되어가고 있을 무렵, 책이라고는 교과서 외에 읽어본 적이 없다는, 친구 녀석의 팔 겨드랑이 사이로 혐오스럽게 뾰족이 나온 책 모서리를 보았다. “그것 모냐?”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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