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한 날이 아니라 살아가던 어느 날에 쓴 글이라고 보자.

아침의 눈

저는 일찍 일어납니다. 출근하지 않는 주말에도 아침이면, 몸 속에 아직 피로가 촘촘히 박혀있다는 것을 뚜렷히 알지만 뭔가에 이끌리듯 침대에서 일어나…

가을의 습격

더위로 반팔 와이셔츠를 입고 출장을 갔는데, 서울로 올라오니 간밤 사이에 가을이다. 올해의 가을은 한참 늦게 왔다. 그만큼 여름의 더위는 길고도…

계절이 지나는 밤

여름이 가나 보다. 여름은 무더웠다. 무더운 여름을 지나면 늘 이빨이 아프다. 덜덜거리며 습기와 열기를 뽑아내던 에어컨을 틀면서, 집 안은 좀더…

가을이면 말이야

가을이란 햇빛으로 부터 시작하는 것. 공기는 어느 때보다 낮게 깔리지만 가벼워서 이유없이 소근거리며 당신의 눈을 보게 되지. 그러면 사람들의 눈에서…

9월이 오면

이제 길었던 여름은 구름 속으로 기인 꼬리를 드리우고 어디론가 가버리는 것 같다. 잊혀졌던 도시의 지친 벽들이 낮은 구름과 언뜻언뜻 보이는…

밤에서 새벽까지

어제 저녁 문을 열고 나가 층계참에서 담배를 피웠다. 몇 동인지 모르겠으나, 맞은 편의 건물에는 밤이 담쟁이 넝쿨처럼 피어올랐고, 각 호마다…

그 아침

새벽 다섯시, 뒷 창문을 통하여 도시를 바라보니 잠든 세상으로 떠오르는 아침이 아름답다. 불꺼진 창들을 두드리며 일어나는 아침은 어제 내린 비로…

4월의 휴일

벚꽃이 진다. 눈처럼 바닥에 떨어지거나 11층의 창 가까지 날아오르는 꽃잎을 보고서야, 4월이라는 것을 문득 알았다. 봄바람을 타고 나는 꽃잎이란 얼마나…

봄맞이

토요일 아침에 담배를 피우기 위해서 나간 계단의 층계참에서 내다본 아파트 단지에 목련(내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나무도 아니고 유일한 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