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과 실존

<나>란 타인의 관념의 조각이다. <나>란 이름과 용모·성별·나이 등 차이에 의하여 타인과는 달리 변별지어진 좌표이며, 부모형제·친구·동료·애인·아내·자식·국가 등과의 관계 속에서 설정되어지고 균열되어 조각들인 개체들을 어거지로 묶는 구심점일 뿐이다. <나>란 결국 생각하는 그 누군인가로서의 <나>라는 코기토적인 <존재>가 아니라, 다양한 관계의 그물망 속에 묶여 옴짝달싹 못하게 결정되어 있는 실존적이고도 연기론적인 <현상>에 다름 아니다. 실존의 세계에서 구축된 <내>가 0 과…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