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간의 프로젝트

불통하는 프로젝트 속에서 나는 혼자 만의 프로젝트를 은밀히 추진했다. 스피커 인클로져의 도면을 구상했고 DIY 목재소에 도면을 보내 재단을 해달라고 했다. 집으로 배달된 목재의 재단 칫수는 공차가 0.2mm 이내에 들 정도로 정밀했지만, 스피커가 들어가 안착해야 할 동그라미의 치수는 흔들렸고 목재면에 수직으로 가공되지는 않았지만 제작에 크게 문제될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서 완성된 스피커가 바로 이것이다.

인클로져의 구조에 따라 소리가 어떻게 변하는 지 나는 알지 못한다. 그래서 사이비 위상반전형(덕트없이 위의 우측의 두판 중 왼쪽 판에 직경 5Cm의 구멍을 뚫어 베이스 리플렉스 효과를 노림)으로 설계를 하고 보통의 풀레인지 스피커의 경우 인클로져가 후면개방형이기 때문에 후면개방을 하거나 밀폐를 할 수 있도록 설계를 했다. 그리고 베이스 리플렉스 효과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오른쪽 두판 사이의 후면 혹은 전면을 닫을 수 있도록 널판지를 마련했다(맨 밑의 사진 참조).

후면을 개방하면 스피커 유닛(Bose사에서는 4.5인치라고 하지만 3.75인치에 불과)이 너무 작은 탓인지 고음이 강하고 날카롭다. 후면을 닫으니 고역이 가라앉고 오히려 저음역의 깊이가 살아난다. 아무래도 후면을 덮고 베이스 리플렉스로 운용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반면 덕트를 막고 안막고에 따른 소리의 차이를 감별하기란 어렵다.

기존 Bose 101mm 플라스틱 인클로져의 소리와 소리를 비교할 때, 기존에 스피커에 취부되었던 네트워크(인피던스 보호 및 고역 조정 등의 용도)를 제거해서 소리가 명료해지고 음압이 높아진 대신 소리가 쟁쟁하다는 느낌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목재가 날카로움을 흡수하는 측면도 있어서 어느 쪽이 더 좋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하지만 Bose 101 스피커 유닛은 놀랍다. PC에나 물릴 정도의 조그만 유닛에서 만들어 낼 수 있는 저음에는 한계가 있을 만한데, 상식 이상의 저음이 난다. 이해할 수 없다. 이해한다고 해도 설명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시험 제작인 관계로 갖가지 문제점이 나타났다. 삼나무의 재질이 치밀하지 못하여 약하다는 것과 짧은 기간임에도 목재에 뒤틀림이 발생한다. 설계 상 인클로져의 내부 구조가 난잡하게 그려졌고, 접착제 사용 미숙에 따라 접착제로 떡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고르지 못한 도포와 접착면의 들뜸이 많았다. 물론 접착제가 엉켜 지저분하기도 하다.

어느 정도 들어보다가 인클로져를 다시 설계해 볼 생각이다. 그때는 집성목보다 튼튼하고 좋다는 자작나무 합판으로 제작하고 접착제가 고루 도포될 수 있도록 방안을 강구하고 내부구조 또한 단순하고 견고하게 가져갈 생각이다.

하지만 이 정도면 잘 만들지 않았는가?

회사의 프로젝트는 아직도 불통 중……

20110317

몇가지 이야기들

1. 左慈

삼국지를 읽다보면 좌자라는 인물이 나온다. 조조의 동향인인데 도사다. 아미산에서 둔갑천서를 얻었다고 하는데, 우길이나 장도릉 등의 도사보다 내공수준이 더 높은 것처럼 보인다. 좌자라는 이름은 왼쪽이 사랑스럽다, 혹은 키운다 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오른쪽이 부실하다는 뜻처럼 보인다. 그런데 내가 그렇다. 나도 왼쪽이 성하고 오른쪽이 부실하다. 손과 다리가 그러더니 코구멍도 오른쪽이 자주 막히고 눈도 오른쪽이 안좋더니 잇빨도 오른쪽부터 무너지고 이제는 오른쪽 귀가 왼쪽보다 수신감도가 떨어진다.

2. BOSE 101 MM 스피커

국내의 ‘오디오계의 거물’ 1황준이라는 설계사인데, 이 사람이 취미삼아 만든 손바닥보다 조금 더 큰 스피커의 중고가 백만원을 넘게 거래되고 있으며, 시중에 매물을 찾아보기가 어렵고 나오기만 하면 소리소문없이 거래가 되고 사라진다. 이 이 스피커가 현재 중고로 15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는 ‘로저스 3/5’ 보다 더 좋을 지도 모른다고 한다. 그런데 이 Bose 101mm은 공연장이나 야외에 쓰이는 PA 스피커이다. 그래서 비를 맞기도 하고 햇빛과 먼지 속에서 몇년을 보내기도 한다. 그래서 플라스틱으로 만든 통에 4.5인치 짜리 풀레인지 유닛이 딸랑 하나 들어있다. 먼지로 얼룩진 이 놈은 중고가로 10~15만원이면 산다.

Bose101MM/photos

Bose 101 music monitor

이 놈을 사고 며칠을 들어본 결과, 그 거물이 한 말이 헛소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스피커는 상식의 한계를 넘어 정말로 말도 안되는 소리를 내준다.

장점 : 첫째, 4.5인치의 유닛으로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풍부한 저음을 낸다. 둘째, 최고의 소리라기 보다 듣기에 몹시 편안하고 명료한 소리를 낸다. 셋째, 하나의 유닛으로도 2웨이, 3웨이 스피커 이상의 해상력을 가지고 있다. 넷째, 작아서 큰 스피커처럼 놔둘 자리의 걱정을 안해도 된다. 다섯째, 비싼 스피커들처럼 부서질까 어디가 잘못될까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된다. 여섯째, 풍찬노숙을 하는 운명인 만큼 몹시 튼튼하다. 집어던져도 까딱없다.

단점 : 첫째, 싸구려틱하고 볼품이 없다. 아무리해도 각이 살지 않는다. 둘째, 페어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서 좌우대칭이 아니다. 셋째 8오옴이 아닌 4오옴이라서 보통 8오옴 앰프에 무리가 갈 수 있다.

하지만 스피커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강력추천이다. 어떤 사람은 로하스(로저스, 하베스, 스펜더)처럼 비싼 스피커가 물려 있는 좋은 앰프에 이 싸구려를 물린다면 오히려 더 좋은 소리를 낼지도 모른다고 한다.

3. 레트로 취향

요즘 레트로 취향인지, 얼마전에는 만년필도 아닌 펜에 빠져 펜촉을 산다, 펜대를 산다 하더니, 이제는 진공관 앰프에 빠졌다.

여태까지는 국악이란 서구의 클래식보다 재미없는 것인 줄로만 알았다. 트랜지스터 앰프는 가야금이나 거문고의 줄과 통의 울림을 잡아내질 못했다. 하지만 이놈의 진공관 앰프는 그 울림을 잡아낸다. 그래서 국악방송을 틀어 국악을 한두시간 씩 듣기도 한다. 둥기둥기 가야금 소리가 가슴에서 울린다.

한자로 음(音)은 소리이고 향(響)은 울림이다. 소리는 오선지에 그려낼 수 있지만, 울림은 오선지로 불감당이다. 트랜지스터(혹은 디지털)는 소리에 충실하지만, 진공관(혹은 아날로그)은 울림이 좋다. 나는 울림에 미친다.

4. 불통하는 프로젝트

작년 10월에 프로젝트가 시작된 이후, 바쁘기도 했지만 엄청난 스트레스를 겪었다. 어찌하다보니 프로젝트 수뇌부의 회의에 멤버가 되어 매일 참석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이해할 수 없었다. 처음에는 프로젝트 경험이 일천한 탓에 이해하지 못하는 줄로만 알았다. 그리고 이야기도 듣고 나면 곧바로 까먹곤 했다.

이런 일이 반복되었고 나는 숙제를 까먹고 다음날 아침 빈가방으로 등교하는 아이처럼 불안했다.

평범한 인간의 상식이 범접할 수 없는 이 난해한 프로젝트에 대하여 나는 초조했고 절망했다.

최근에야 이 프로젝트를 지배하는 한 인간의 언어가 지닌 불통의 구조를 알게 되었다.

지난 주 프로젝트 리더로 부터 한통의 메시지를 받았다. 그 메시지는 몹시 단순한 것이었지만, 이해할 수 없었다. 몇사람인가와 메시지를 돌려보고 숙의에 숙의를 거친 끝에 리더가 보낸 메시지의 의미를 간신히 파악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인간이 지닌 언어란 상호존중과 소통과 대화, 서로 간의 이해를 위한 것이 아니라, 한 인간의 고집과 짜증에 불과했다는 것을, 그래서 말이 아닌 벽으로 존재했다는 것을 간신히 알았다.

“그러니까 #4dn&…*ㅇ%에서 ^7ufr@%에 대해서 (6&)말하지..않았습니까? 제 말씀은… 치이이익… 이해^ 하시죠?”

“뭐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