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연 속의 봄

이 곳 아침은 매연과 함께 시작한다. 중국의 공해에 찌든 공기는 편서풍을 타고 서해를 건너 한강을 타고 낮은 포복으로 서울로 스며든다. 서울의 묵은 공기와 뒤섞인 공기는 두모개에서 중랑천 일대의 저지대를 따라 북상한다. 북상하는 탁한 공기는 도봉산과 수락산 사이의 좁은 골을 비집고 의정부·양주를 거쳐 연천을 지난다. 철원을 지난 바람은 북한의 평강평야의 너른 들을 만난 후 방향을 잃고 흩어진다. 여기는…

잠수함과 나비

봄이 잠수함을 타고 왔다 기습처럼 나비는 승선하지 않았던 것 같다 겨울 속으로 자전거를 타러 나갔던 나는 그만 봄에 사로잡혔다 묻는다 남은 봄은 어쩌자고이렇게 일찍 내습한 것이냐여름을 가불하기엔 세상은 너무 덥고벚꽃과 이미 저버린 목련에서소쩍새가 울기까지는 머얼다 아주 그리고 여기는 미세먼지와 황사 그리고 비닐조각으로뒤덮어야 할 변두리봄으로 여기를 채워버리고 난 후남은 봄은 가난으로 근근히 채울 것이고그 이후는 수치이니다음에는 아무…

너븐나루

버드나무가 물든 강변… 한강하구로 부터 58Km 지점에 있는 광진(廣津:너븐나루)은 하류의 잠실나루(예전에 있었는지 모르겠다)나 강폭에 비하여 결코 넓지 않다. 그런데도 너븐나루라고 불렸다. 1971년까지만 해도 지금 이 사진 바로 앞에는 샛강(신천강)이 가늘게 흐르고 석촌호수 앞까지 모래톱과 섬이 뒤엉킨 잠실도가 있었고, 잠실도 아래로는 부리도가 있었다. 한강의 본류는 북단의 신천강이 아니라 지금의 석촌호수를 따라 흐르던 송파강이었다. 그러니까 너븐나루가 끝나는…

봄날은 간다

창신동 어디엔가 있을 계단 그림이다. 그림의 곳곳에 마치 먼지가 끼고 거미줄이 쳐지듯 낙서가 달려있다. 사람은 늘 뭔가를 배설해야 한다. 벽에 그려진 저 그림도, 그 위의 낙서도 배설이며, 하나의 문화다. 가파른 계단길, 창신동 달동네에도 나무는 자란다. 지붕 위에는 FRP 물탱크가 노랗다. 봄빛마저 오수에 잠긴 오후, 저 빛들을 보자 몸에 맥이 풀렸고 문득 자고 싶어졌다. 오래 전,…

동면하는 꿈

날이 풀렸다. 햇빛이 맑더니 목련이 봉오리를 서서히 터트리고, 비가 왔다. 다시 날이 추워졌지만, 영락없이 봄이다. 동면이라도 하는 듯, 나는 이 봄에 대하여 아무런 감상이 없다. 장대한 역사 속에 갇혀 무수한 단어들을 곱씹어대고 있을 뿐이다. 무슨 소용일까? 그것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들이며, 한갖 꿈이며, 그 꿈의 끝에 만날 공허이자 지옥인 것을… 나는 무너진 도서관에 대하여 집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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