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라는 것

어제는 맑았는데, 새벽에는 가을비가 내렸다. 빗소리에 어둠이 조금씩 씻겨가더니 아침이 왔다. 도로는 젖은 낙엽들로 물들어 있다. 가을은 젖고 떨어지고 밟히고 말라바스러지며 조금씩 겨울의 낮은 햇빛 속으로 흘러들어가 먼지처럼 사라져버리는 것이 아닌가 싶다. 조락에서 사멸에 이르기까지의 느릿한 추이를 몽상할 수는 없지만, 이울고 떨어지고 죽고 사라지는 추이의 끝에 마침내 주검마저 사라져버린다는 기약은 처절하게 아름답다. 죽어서 사라지는 시간은,…

가을은 우리를 사랑하는 긴 잎새들 위에도

  그녀는 성산동에 살았다. 성산동과 합정동, 망원동이 그녀의 집 근처에 함께 섞여 있었다. 망원동은 그 이름이 아득하게 멀었고, 그 좁은 골목에 난립한 집들과 널린 빨래를 보면, 그들의 생활을 이해하기란 정말 요원했다. 분명히 망원동의 한 가운데 임에도 간혹 합정동이 있었고, 합정동에 의해 밀려난 망원동이 성산동을 범하기도 했다. 지엽적인 번지수 문제를 덮어놓고 본다면, 대체로 망원동과 합정동은 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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