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포해수욕장

격포항의 아침

새벽이었다. 포구로 나가자 해무가 낮게 내륙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그러더니 결국 동녘의 빛과 뒤섞였고 모든 사물은 빛 아니면 그림자 둘 중 하나였다.

포구의 방파제 안에는 안개가 꽉차 있었다. 바다 쪽에서 낀 해무는 아니었다. 안개는 내륙의 산골짜기에서 피어나 새벽 햇살를 타고 산능성이를 내려와 산과 바다 사이의 좁은 들을 채우고 포구의 방파제 안에 고였다. 방파제를 넘은 안개는 바다 위에서 바람이 되어 사라졌다.

방파제 끝에서 본 포구의 풍경은 그림자와 빛살이 안개 속에서 섞이고 중첩되면서 황토빛 위로 잿빛이 그물처럼 겹치고 스미는 가운데, 포구의 내해에 비친 황금빛 일광이 뒤섞이며 금빛 안개로 변했다. 빛들은 포구를 둘러싼 수협건물과 선창가를 따라 일이층 높이로 나란한 건어물상과 음식점들의 유리창들을 낮은 목소리로 두드려댔고 빛을 받은 유리들이 낮은 조도로 번쩍거리는 탓에 포구 전체가 빛으로 술렁대고 있었다. 포구 너머로는 차령산맥의 검은 끝자락이 내려앉고 있었고, 선창 앞으로는 어선들의 고물과 마스트 그리고 내용을 알 수 없는 깃발들이 서로 부비적거리며 그림자를 그렸고, 아침 햇빛을 머금은 낮은 안개 사이로 갈매기가 포구를 가로지르거나 선회하고 있었다.

물때가 아닌지 혹은 새벽 조업이 끝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어선들이 뱃전을 부비적거리는 포구 안에서 어기적 어기적 어선 한척이 발통소리를 울리며 나온다. 배는 안개를 가르고 물살을 가르고 빛을 가르고 나타나 방파제를 지나고 등대를 지나 바다로 들어섰다. 가을이었다. 서해의 끝까지 아득하게 하늘은 멀었고 파랑이 이는 바다는 허연 포말이 토해냈다.

201309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