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두사호의 뗏목

메두사의 뗏목(Le Radeau de la Méduse) 1816.07.02일 프랑스 정부 소속인 범선 메두사호가 모리타니아 해안에서 침몰한다. 선장은 고급승무원 만 태운 구명보트를 타고 탈출한다. 버림받은 147명의 선원과 승객들은 뗏목을 급조하여 올라탄다. 13일동안 표류한 이들 중 15명만 구조된다. 이들은 죽은 승객의 인육까지 먹었다고 한다. 당시 이 사건은 선장 등 지도층의 부도덕성과 무책임에 더해서, 버림받은 자들이 생존에 다다르기까지의 고통과…

포스트모더니즘 미술이란 것

어떤 의미에서는 현대미술 전체가 ‘개념미술’이다. 사실 현대미술은 ‘개념미술’ 이전에도 개념적이었고, 이후에도 여전히 개념적이다. 오늘날의 예술은, 물질을 얼마나 많이 사용하든지 관계없이, 모두 개념적 배경을 갖는다. 개념미술을 통해 창작은 ‘제작’의 의무에서, 작품은 ‘재료’의 감옥에서, 수용은 ‘지각’의 관례에서 해방되었다.헤겔의 말대로 예술은 죽었다. 아니, 예술의 육신은 죽고 영혼만 남아 비물질성(immateriality)에 도달했다. 물질을 떠난 예술은 우리의 영혼처럼 마침내 파괴될 수…

중력과 반중력

미켈란젤로는 ‘천지창조’를 그렸던 시스티나 예배실의 한쪽 벽면에 ‘최후의 심판’을 그린다. 이 그림의 주제는 추락이다. 예수는 존엄한 지배자(Maestas Domini)로 연옥의 한 가운데서 자비로우신 성모 마리아를 자신의 뒤에 두고, 산 자와 죽은 자를 심판한다. 심판의 결과, 천국으로 올라가던지 아니면 구름 아래로 떨어져내리는데, 추락하지 않기 위하여 아직 떨어지지 않은 사람을 붙잡는 등 필사적이다. 승천을 한다고 해도 기쁨에 찬…

어제는 무엇을 했니

낮에는 강 가에 있는 도서관으로 가서 ‘서양미술사’를 읽으며 하루가 조용히 저물어가는 것을 기다렸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모리스 메를로-퐁티의 ‘눈과 마음’을 읽는다. 내 몸은 하나의 자아다. 그러나 사유가 그렇듯 투명성을 통해서 자아가 되는 것은 아니다. 사유는 무엇을 사유하든 사유로 흡수하고 사유로 구성하고 사유로 변형한다. (눈과 마음 39쪽) 침묵 속에서 매일을 보낸다. 말(語) 비대증으로 배설을 못하더니 결국 퇴화나…

세잔의 정적

Maison et ferme du Jas de Bouffan (House and Farm at Jas de Bouffan) 1889-90 세잔(Paul Cezanne)의 풍경화를 보면 프로방스 지방의 늦은 봄 혹은 여름의 짙은 햇볕을 볼 수 있다. 봄에 부는 국지풍 미스트랄은 프로방스 지역의 습기를 말린다. 맑은 하늘이 싸이프러스 가지 위에 머물 때, 그림자는 사물이 햇빛을 가린 탓에 생기는 것으로 단언하기는 어렵다. 프로방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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