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사추이

IMF의 충격을 간신히 이겨냈던 때다. 그동안 함께 지내던 주재원들은 사직을 하고 홍콩에 사무실을 내거나, 본사나 중국으로 발령이 났다. 새로 온 지점장은 겸임한 중국 광주에서 머물거나 내지로 돌아다니던 탓에 감원과 감원을 거듭한 가운데 몇몇 남은 현채인 만 남아있는 사무실을 지켰다. 겨울이었지만 햇볕은 맑았다. 바라보이는 침사추이의 풍경은 발랄했지만, 나의 시선은 몹시 앓고 난 아이처럼 왠지 슬펐다. 더…

# 비굴한 좌파

나는 심히 불온하다. 사상이나 태도 따위가 통치 권력이나 체제에 순응하지 않고 맞서는 성질이 있다는 것이 아니라, 나는 늘 나한테 반역한다. 나는 스스로 좌파라고 나를 위치시킨다. 대한민국의 좌파들에게는 심하게 불경을 저지르는 일이다. 하지만 이 나라에서 좌파로 살아가는 길은 모순이며, 이율배반에 갇히는 것이다. 빈부격차가 없는 사회를 꿈꾸면서도 돈이 있다면 집없는 사람을 외면하고 부동산 투기를 해서 떼돈을 벌고…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