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탓에 머물 수 없었거나, 머물 수 없었기에 낯선 그 장소에 머물렀던 시간들의 짜깁기

v-xmmxix 대학교에서

현지가이드인 유로자전거나라를 따라 여행을 갔다. 우선 바이버리(Bibury)를 들렀다. 여기도 코츠월드의 한 동네다. 낮은 구릉과 개울, 석회석 박편으로 쌓아올린 조그만 집들과…

iii-xmmxix 박물관에서

대영박물관의 파사드 숙소에서 걸어서 대영박물관(The British Museum)까지 갔다. 대영박물관이라는 데, 좁은 골목 안에 있다. 박물관이 커서 도로가 골목처럼 보였는지, 골목이…

ii-xmmxix 서쪽으로

비행기는 혼몽(昏懜) 속으로 날았다. 잠과 깬 것 사이로 엔진소리와 날개가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새어들었다. 몸으로 속도를 받아낸 탓인지, 의자가 좁은…

선암사를 다녀와서

소리는 자성이 없는 것이라서 결국 나무와 구리와 시간이 버무려져야 나는 것일진데, 버무려진 범종의 소리는 흐트러져 문득 공(空)이 되어, 산사의 밤을 토해내고 아침을 만들어낸다.

차귀도 가는 길

파도의 포말이 들이치는 해안도로는 현실적이라기 보다, 먼 훗날 노구를 이끌고 홀로 이 길을 걸을 것 같다는 뼈저린 예감으로 이어져 있는 것 같다

변두리 20140620

내가 사는 곳은 도시의 끄트머리, 터미널 옆 이다. 방방곡곡에서 올라온 고속 또는 시외버스들이 터미널을 빠져나가는 버스들과 5cm 간격으로 얽히는 사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