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 사랑 거즛말이

여인의 소리를 들으면, 마치 ‘그것’이 情과 恨에 합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나는 모른다. 영혼이나 삶이라고 차마 할 수 없다. 모른 것은 모르는 것이다. 여인은 그 소리를 “계면조 평거”라고 했다.

계면조 평거, ‘사랑 거즛말이’ 듣기..

사랑 거즛말이 님 날 사랑 거즛말이
꿈에 뵌닷 말이 긔 더옥 거즛말이
날 갓치 잠 아니 오면 어늬 꿈에 뵈리오

– 조선중기 김상용 –

영화 해어화에서 이 노래를 들었는 데, ‘계면조 평거’란 평시조를 계면조로 읊어보겠다는 뜻 같다. 처엉산리 벼억계수야아~라고 읊던 시조 창들이 정가(正歌)에 속한다고 한다. “즐기면서도 휩쓸리지 않고, 슬프면서도 비통하지 않으니, 바르다고 이를 만하다”(樂而不流 哀而不悲 可謂正也 : 三國史記 雜志 樂)고 하여 정가다. 그러니까 정가란 즐거워도 질탕하지 않아야 하며, 슬퍼도 애가 끊어질 정도가 되어서는 아니되는 절제가 필요하다.

그래서인지, 이 소리의 슬픔의 길이는 가녀리면서도 길고 길다. 그래서 슬픔이 바람(소리)에 섞이고 바람(소리)이 다시 슬픔이 되는 듯하다

그 노래, 울음

‘마리짜’ 1Mariza : 1973.12.16일생. 포르투칼의 파두 가수. 본명은 Marisa dos Reis Nunes로 모잠비크에서 포르투칼 아버지와 아프리카 혼혈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한국에도 내한한 바 있다. 의 ‘파두’ 2Fado : 포르투칼의 민속음악, 파두는 운명, 숙명이라는 의미의 포르투칼어다. 파두에는 누군가를 그리워 하는 마음이나 잃어버린 무엇인가를 그리는 애수, 향수를 가르키는 말인 ‘사우다드(saudade)’가 깃들어 있어야 한다고 한다. 포르투칼의 독재자 살라자르는 우민화 정책으로 3F 정책을 펼쳤는데, Football(축구), Fatima(종교)와 함께 이 Fado가 들어갈 정도로 파두는 정부의 지원을 받았던 음악이다. 를 듣는다.

기타하 포르투게사(Guitarra Portuguesa : 포르투칼 기타)의 소리가 빠르고 높게 연주된다면, 마리짜의 노래는 사연처럼, 이야기처럼, 아니면 그 아무 것도 아닌 단지 울음처럼 밤의 자락을 적신다. 그녀는 노래를 부르다가 멈추고 관중들을 쳐다보기도 하고, 한동안 눈을 감고 몸을 흔들기도 한다. 그러다가 쥐어 짜내듯 목에서 소리가 나왔다. 그 소리는 노래가 되었다가 울음이 되었다가 이야기가 되는 듯 했다.

노래의 내용은 모른다. 단지 노래가 슬프며, 그 슬픔이 내 속의 슬픔을 흔든다. 하지만 내 속에서 슬픔이 번져나오는 번지도, 사연도 도무지 알 길이 없다. 그러니 그냥 슬프다.

마리짜의 검은 돗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