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슬라보예 지젝을 미워하는가

값싸고 좋은 문고판이 아예 존재하지 않았거나 사라져버린 우리나라 출판계에 대해서 나는 불만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문고판이야말로 좋은 책에 대한 실증적 관념을 제공한다. 또 페이퍼 백으로 된 문고판이 값이 쌀 뿐 아니라, 출퇴근을 하거나 여행을 하는데 반려하는 서적으로 알맞다는 것을 모른다면, 독서와는 한참 거리가 먼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나라 출판계는 독서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단지 영리를…

홍루몽을 다 읽다

장자라는 책에는 호접몽 이야기가 있다. 나비가 꿈 속에 장주가 된 꿈을 꾸었고 슬퍼했던 것 같다. 혹은 반대였던 것 같기도 하다. 김경주의 시 ‘非情聖市’ 안에는 “귀신으로 태어나 자신이 죽은 줄도 모르고 이 세상을 살다가 어느 날 자신도 모르게 사라져버리는 생들이 있다”고 쓰여 있다. 이 프랑켄슈타인 문법이 인간의 생애에 비하여 더 서글픈 서사구조를 가진다는 보장은 없다. 홍루몽의…

한국사 그들이 숨긴 진실

‘이덕일의 한국사 4대 왜곡 바로잡기’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2009.09.04일 초판이 1쇄 발행되었다. 올해는 교학사 한국사교과서의 왜곡문제로 시끄러웠다. 이덕일의 ‘한국사…’ 이 책은 교학사의 한국사 왜곡 정도는 우습다고 하는 것 같다. 2006년 중국의 동북공정이 가열되자 정부에서는 교육부 산하의 ‘동북아역사재단‘을 설립한다. 하지만 연구성과가 이병도에서 이어지는 식민사관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항논리를 제공하기 보다 동북공정을 강화하는…

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씨의 ‘엄마를 부탁해’를 읽었다. 영어나 제 삼국의 언어권의 사람들이 자국어로 번역된 이 책을 읽고 열광했다는 것이 놀라왔다. 신경숙 씨의 글도 김훈 씨의 글처럼 다른 나라의 말로 번역한다는 작업이 몹시 어려운, 보편적인 언어가 아니라, 우리말에 고유하게 특화된 우리 글이라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엄마를 부탁해’라는 이 소설의 ‘엄마’는 식민지 생활과 한국전쟁 후, 최극빈국에서 OECD에 가입하기 까지 비약적인…

변화와 희랍어 시간

큰 변화를 겪고 있다. 그래도 마음 속은 고요하고 따스하다.오늘은 강 가에 있는 도서실로 갔다. 넓은 창 가에 앉아 강물에 겨울 오후의 빛이 스미는 것을 보며, 책을 읽었다. 이 곳의 여름밤을 기억하니.한 낮의 무더위를 보상하는 듯 서늘하게 젖은 공기.흥건히 엎질러진 어둠.플냄새. 활엽수들의 수액냄새가 진하게 번져있는 골목.새벽까지 들리는 자동차들의 엔진소리.뒷산과 이어지는 캄캄한 잡풀숲에서 밤새 우는 풀벌레들.그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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