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나의 동양고전 독법

신영복 선생의 ‘강의’를 듣지 못하고 읽었다. 동양고전을, 서양의 존재론적 시각에 물들어있는 우리에게, 피차상대(彼此相待)의 관계론적인 입장에서 조곤조곤 말씀하시는 선생님의 가르침은 분명 지식을 넘어서고 있다. 어떤 면에서 지식 그 자체가 보편을 함유하고 관념화되고 존재화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식을 배우고(얻고) 기억(축적)해야 하는 사물(존재)처럼 받아들였고 그런 식으로 배워왔다. 선생님께서는 단지 그것 만이 아니라고 하신다. 앎이란 아름다움이며, 그 아름다움은 사람과 모든 것들 사이의 관계(서로 알고 알아감)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참고> 강의(나의동양고전독법)

This Post Has 11 Comments

  1. 旅인

    고전의 일부 구절에 대해서 선생님의 해석이 보편성을 결여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 구절도 있었지만, 그런 것이 책 전체가 백이라고 할 때, 단 하나도 깎아내리지 않는다. 그렇게 해석하신 선생님의 입장(Back Ground)를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는 점 하나 만으로도 내 생각에 보탬이 되는 것 같다.

  2. 마가진

    자연스럽게 생활속에서 몸으로 익혀 체득하는 것을 말씀하신 것일까요?

    1. 旅인

      신영복선생을 존경하게 된 것은 배운 것이 단지 지식이 되는 것이 아니라, 실천으로 넘어가고, 실천이 그의 인격으로 바뀌며 그 인격에서 가르침이 나오는 것 같아서 입니다. 저 같은 사람은 지식으로 만들기도 어려운데 말입니다.

      제가 입장(Back Ground)이라고 한 점은 논어 위정편의 “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를 통상 “배우되 생각하지 않으면 어둡고, 생각하되 배우지 아니하면 위태롭다.”라고 새기는데, 선생께서는 思를 밭의 마음(田+心)으로 보고 노동의 현장, 실천의 현장으로 해석하여 “배우되 실천하지 않으면 어둡고, 실천의 현장 즉 배움과 실천 그리고 학문과 현장으로 해석해보자고 합니다. 제 느낌은 너무 思를 너무 확대해석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선생님의 그동안의 사유를 생각해볼 때, 思에 대한 해석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을 보다가 묵자를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3. 위소보루

    와 마침 저도 이 책 읽고 있습니다. 지난번에 한국 들어갔다가 서점에서 샀는데 이제서야 펼치기 시작해서 주역 부분을 읽고 있습니다. ㅋ 괜히 또 반가워지네요 ㅎㅎㅎㅎ

    아직 읽기 시작한 단계라 구절의 해석이 편협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든 것도 사실인데 여인님의 댓글을 보니 안심이 됩니다. ㅋ

    1. 旅인

      책을 잘 사셨습니다. 하지만 어렵다는 의견이 굉장히 많더군요. 그것은 아마도 동양철학을 전혀 접하지 못하다보니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신영복선생님의 글은 울림이 크고 평소에는 글이 다변이 아니더니 이 책에서는 자신의 내공을 드러내 보이시는 것 같습니다. 도올이나 여타 동양학에 권위있다 하는 사람들에 비하여 내공의 수위가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4. firesuite

    남기신 짧은 글을 보고 이 책을 읽어볼까, 싶었는데..
    어렵다는 댓글이 있어, 머뭇거리게 되네요. ㅠ_ㅠ

    요즘에 밀란 쿤데라의 ‘커튼’을 읽고 있지만, 너무 어렵더라구요.
    짬짬히 읽는다고 하지만, 거의 한 달째 잡고 있는 듯 합니다.
    다 읽고 나면 쉬운 책이나 소설을 읽어볼까, 해요. ㅋㅋ

    1. 旅인

      시, 서, 주역이나 논어, 노자 등을 전혀 읽어보지 못하신 분들에게는 어려울 수 밖에 없다는 것은 당연할 수 밖에 없겠지요.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신영복선생님에게는 동양고전을 접근하는데 있어서 굉장한 선생님이 될 것 같습니다. 우선 충분히 고전을 해석하고 이해하실 수 있는 능력이 있으시며, 그것을 서구의 합리적인 사고를 가진 우리들에게 가장 명료한 문장으로 전달을 해주실 수 있으며, 고전을 통하여 서구문명과 이 사회의 병증을 진단하고 처방을 말씀해 주심으로써 고전의 가치를 재발견할 수 있게 해주신다는 점입니다.

      내용없는 어려움은 독서에서 피해야 할 함정이지만, 다루는 내용의 심대성에 비추어 불가피한 어려움은 넘어야 할 과정인 데, 이 책의 어려움은 극복해야 할 그런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해서 많이 배우고 느꼈습니다.

  5. 고무풍선기린

    제게는 일찍히 구입 목록에 올려 놓기만 해놓고
    진전이 없는 책이네요.

    잘 지내시죠?

    1. 旅인

      정말 오랫 만에 목소리를 듣습니다.
      잘 지내시죠?
      텍스트큐브 때 보다 훨씬 삭막합니다.

      이상하게도 이 책은 출판 전, 성공회대의 강의 때부터 주역 편을 읽고 알고 있었으나 최근에야 사서 읽게 되었습니다.

      닭이 먼저인지 계란이 먼저인지 모르겠으나, 이 책을 읽고 동양고전에 접근했다면 고전을 읽는데 크게 도움이 되었으리라는 생각과 동양고전에 전혀 문외한이라면 선생님의 말씀 속에 든 대의를 알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엇갈리는 책입니다.

      하지만 고무풍선기린님께는 추천에 추천을 날리고 싶은 책입니다.

  6. 후박나무

    저에겐 어려운 내용의 책…
    그래서 아직 완독하지 못한 책…..
    그래도 참 많은 것을 배우게 해줬던….

    1. 旅인

      저에겐 쉬웠습니다. 아마 선생님처럼 쉽게 설명해주시고 새로운 관점을 열어보여주실 수 있는 사람은 앞으로도 흔치 않을 것 같습니다.
      시 서 역경은 분명 어려울 것이지만, 논어 등의 사서나 노자 장자 등은 한번 읽다보면 선생님의 말씀을 이해할 수 있으시겠지요.
      사서 삼경은 서양처럼 형이상학이나 그런 것이 아니라 당시의 현실과 옛날 일을 상고하며 한 말씀들이라 결코 어렵거나 뜬 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너무 그 쪽의 책이나 공부를 하지 않았던 탓에 어려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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