년말에…

1. 키워드 정리

맹렬하게 추웠던 관계로 집에서 보냈다. 거실의 TV를 켜놓고 블로그의 키워드를 정리했다. 텍큐닷컴에서 티스토리로 옮겨오면서 좋은 것이 있다면, 스킨이 좀 많다는 것 외에 키워드가 작동한다는 것이다.

키워드는 단어장처럼 한번 만들어 놓으면, 자신의 포스트에 그 단어가 나오면 푸른색 등으로 키워드로 링크됨을 자동으로 알려준다.

내가 만든 키워드가 벌써 134개나 된다.

이 키워드는 단순히 단어가 아니라 경전이나 나 나름대로 만든 조어등이 있다. 키워드는 블로그 하단의 keYword에 가면 볼 수 있다.

2. 프리앰프를 바꾸다.

앰프는 쿼드에서 시작하여 쿼드에서 끝난다고 한다. 그래서 단촐하게 쿼드로 가기로 하고 ‘마란츠1250’을 처분했다. 마란츠를 처분하자마자 프리앰프인 ‘쿼드44’의 맛이 갔다. 추석 연휴 전에 두세번인가 전문가의 손을 빌렸지만, 결국 쿼드44는 좌우발란스가 뒤틀어지고 울림도 없는 짜증스런 퇴물로 변하고 말았다.

다행히 튜너가 볼륨조절이 가능하여 파워앰프인 쿼드 405-2에 직결해놓고 들으면서, 쿼드34나 44를 구하기 위하여 중고장터에 잠망경을 올렸는데, 도무지 구할 수가 없었다.

쿼드34나 44 대신, 훨씬 포근한 음색을 간직하고 있다는 33을 구했지만, 너무 낡은 관계로 발란스가 엉망인 것은 물론 온갖 잡음을 만들어내는 것은 물론 앰프를 켜고 끌 때 범상치 않게 들리는 퍽!하고 쇼트가 나는 듯한 폭발음을 듣고 나자, 기분좋게 들으려다 마음 만 상하겠다는 생각 때문에 되돌려주고 말았다.

워낙 프리와 파워가 한조인 관계로 구하기 어려운가 싶어서 한조로 구입할까 하던 중, 프리앰프 단품으로 ‘쿼드 34’가 장터에 올라왔다.

QUAD 34 Pre-Amp

장터 시세보다 비싸긴 하지만, 한번 놓쳐버리면 몇개월동안 공칠 것 같아 울며 겨자 먹기로 사버리고 말았다.

어제 쿼드34를 가져와 튜너를 물렸다. 튜너와 파워앰프를 직결하는 것이 더 소리가 좋을 것 같은데, 튜너 – 프리 – 파워로 간접적으로 흘러나오는 소리가 더 좋은 것은 어찌된 것인지 모르겠다.

참고 : 쿼드의 명성을 지니고 있는 마지막 앰프는 66 시리즈라고 한다. 그러니까 전성기는 33, 44 시리즈 때이다.

3. 한 해가 가고 있다.

한 해가 간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보다, 내년이 어떻게 다가올 지 전혀 가늠할 수 없다는 두려움만 커가고 있다.

답글을 달다가 옮겼습니다…

MARANTZ

한국의 오디오는 전축이 부자집 거실을 한쪽을 장식하다가 월남전 때문에 미제 피셔앰프와 일제 캔우드 앰프가 국내에 유입되면서 시작, 1970년대 중후반부터 행세한다는 집에서 마란츠 컴퍼넌트 정도는 갖추어야 한다고 하는 바람에 마란츠하면 괜히 고급으로 인식되었습니다.

1970년대 중반에 우리나라에 유입되기 시작하던 마란츠는 회로설계와 부품 등은 몽땅 미국 마란츠에서 일본의 하청업체에 제공하고, 일본에서 조립만하는 Printed in Japan이었습니다. 물론 제가 보유하고 있던 마란츠1250은 인티앰프에서는 명기라고 할 정도로 견고한 회로설계와 프리단과 파워단의 분리하여 제작하는 등 신경을 쓴 좋은 제품이긴 하지만, 1976~1979년 발매 당시 U$700이었고 지금의 중고가격으로도 50~60만원에 불과한 중저가 제품입니다. 당시 마란츠 컴퍼넌트라면 마련하자면 상당히 큰 돈을 들였을 것이지만 만약 SR 시리즈를 구입했다면 지금은 똥값이 되었고 값싼 리시버를 구입했다면 지금은 꽤 돈이 될 것입니다.

반면 미국에서 제작된 마란츠 제품, 전설의 마란츠 #7 프리앰프는 어떤 소리가 나오는지 알 수 없지만 지금도 수백만원을 호가하며 진공관 프리앰프의 모범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지금도 이의 회로도를 놓고 복각판 제작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트랜지스터 제품 또한 미국에서 제작된 것은 Printed in Japan보다 훨씬 고가로 거래되고 있습니다.

Printed in Japan이란 마란츠 컴퍼니가 슈퍼 스코프사에 매각(1964년)되면서 대량생산 체제에 들어섰고 원가절감을 위하여 생산기지를 일본으로 옮겼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다 보니 과거 음질지향에서 아무래도 원가 쪽으로 경영의 중심이 바뀌고, 대량생산으로 제품의 희소성 가치 또한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마란츠는 과거 #7에서 보여준 성가 이상을 보이지 못하고 지지부진하다가 그만 리시버 전문업체가 되어버린듯 했습니다.

하지만 그 시기의 마란츠 제품은 역시 리시버입니다. 1970년대의 이 리시버들의 가격은 논리적으로 납득이 안갈 정도로 우리나라 중고시장에서 고가를 형성하고 있고, 가격이 향후 계속 상승할 전망이며, 워낙 물량이 많다보니 부품도 많고 고장이 나도 수리에 큰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마란츠도 디지털 시대의 소자인 FET시대로 접어들고 1979년 SR 시리즈가 발매된 이후, 더 이상 과거의 마란츠의 위치를 지키지 못하고 일반 음향회사로 전락하고 맙니다.

만약 마란츠 중고를 사신다면 리시버를 사시고, 1970년대 중후반 일본에서 생산된, 특히 Print in Japan 제품을 사시는 것이 좋습니다. 미국에서 생산된 것은 슈퍼 스코사에서 원가절감을 위해서 낮은 출력의 제품을 생산했지만 일본제조품은 투입된 자재 및 출력면에서 미국산보다 더 났기 때문입니다.

* 마란츠의 리시버 Model명 읽는 법

  – 2285(좌우 85W 출력), 2230(좌우 30W), 2325(좌우 125W)

QUAD

마란츠와 일본의 캔우드, 산스이, 우리나라의 인켈 등이 아메리칸 사운드를 지향하며 전면 패널에 각종 노브와 스위치로 중무장하고, 뒷면 패널에는 각종 RCA 및 Din 단자들로 입추의 여지가 없다면, 브리티쉬 사운드를 대표하는 쿼드는 단촐하고 소박한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지나친 것이 미치지 못함만 못하다(過猶不及).

마란츠 등 아메리칸 사운드를 추구하는 음향기기는 지나치게 소리에 착색이 심하고 각종 이퀄라이저 및 라우드니스 등으로 음을 변조 왜곡시키기 위하여 스위치와 버튼이 많고, 오디오 기기를 버릴 때까지 한번도 써보지 못할 단자들이 수두룩하다면, 쿼드는 원음에 충실하되 리스닝 환경에 따라 소리를 보정하는 수준에서 스위치와 노브를 장착했기 때문에 모양도 그렇지만 소리도 밋밋하다는 느낌입니다. 뒷면 패널을 보더라도 스피커도 한조만 물릴 수 있고, 소스기기와 물릴 수 있는 단자수도 불과 서너개 정도에 불과합니다.

쿼드의 튜너, 프리앰프, 파워앰프 세개를 합칠 경우, 체적은 마란츠 리시버 2265의 70%에 불과하지만, 중량은 동일하고 출력면에서 100W로 마란츠의 65W를 월등히 초과합니다.

쿼드가 비싸냐고 묻는다면 브리티시 사운드 중에는 중저가의 제품입니다.

하지만 오디오에서 쿼드의 위치란 자동차에 비교하자면 벤츠도 아니고 BMW도 아닌 폭스바겐 비틀이 차지하는 위치 딱 그만큼입니다. 그리고 비틀처럼 모델명도 단촐합니다.

그래서 오디오는 쿼드에서 시작해서 다른 기기들을 떠 돌다가 다시 쿼드의 편안한 음색에 빠져 쿼드에서 마친다는 말이 나오는 모양입니다.

이 쿼드도 22시리즈에서 시작, 33, 44, 66로 정점을 찍고 1990년대에 들어오면서 77을 내놓고 워커가가 경영에서 떠나면서 대기업에 인수되지만 예전의 명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쿼드라고 하면 통상 22 시리즈 이전의 진공관에 대한 명성과 33(프리 33, 파워 303, 튜너 FM 3), 44(프리 34, 44, 파워 405, 튜너 FM4) 시리즈와 66의 CD와 파워 606 등을 가리킵니다.

오디오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두 회사를 보듯이 아날로그 시대에 주름잡던 두 회사가 디지털 시대로 진입하고 증폭소자가 진공관·TR에서 MOS-FET으로 변하면서 그만 몰락의 길을 걷고 맙니다.

하지만 아날로그의 세계에서 울리는 소리와 디지털 세계에서 단지 들리기만 하는 소리는 틀립니다. 아날로그 시대의 스피커는 큰 우퍼의 사이즈로 대변되었지만 디지털 시대는 헤드폰으로 갑니다. 디지털 시대는 앙칼지고 선명하지만 가슴을 울리는 저음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공명이 없습니다.

아날로그 시대에는 S/N비(신호대잡음비) 등이 중요했지만, 디지털 시대에 들어오면서 0과 1의 신호(signal)만 있을 뿐 3과 4 등의 잡음(noise)이 끼어들 여지는  없습니다. 잡음이 없게 되자 저출력으로도 signal의 처리가 됩니다. 그래서 음향기기는 작아질 수 있고 이론 상으로 소리의 여건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디지털 기기의 소리를 듣게 되면 스테레오라고 하지만 왠지 소리가 평면적인 것은 물론 저음은 깎아먹고 고음 만 애애거리는 느낌을 받습니다.

들어보면 귀는 몰라도 가슴은 확연히 알 수 있는 그런 것입니다.

1970년대 후반에 만들어진 인켈 인티앰프나 OEM 스트라우스 인티앰프 중 상태가 좋은 것은 약 15만원 정도에 거래가 되고 있지만, 지금 똑같은 앰프를 제조하자면 원가만 백만원을 훌쩍 넘는다고 합니다. 또 그만큼의 물량을 쳐들인다고 소리를 과거만큼 재현해낼 수도 없을 것 같다고 합니다.

그래서 15만원을 밑도는 구닥다리 고물임에도 기술자들이 볼 때는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악기처럼 보인다는 것입니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새 것이 좋아 보이겠지만, 낡아서 금새 고장이 날 것 같지만, 오디오는 역시 아날로그로 듣는 것이 좋습니다.

예전 턴테이블을 돌릴 때의 그 지직거림, 스피커에서 울리는 저음이 턴테이블을 흔들어 우웅거리던 하울링, 그런 것들 때문에 CD로 갔지만, 잡음도 하울링도 없는 CD를 듣는 그 심심함을 모를 것입니다.

This Post Has 8 Comments

  1. IamHoya

    티스토리를 오랫동안 써오면서 키워드기능은 전혀 모른체 살아온 듯 하네요^^;;
    한해가 간다는 부담감은 해가 거듭될 수록 더더욱 커지는 듯 합니다..
    내년이 어떻게 다가올지에 대한 두려움은 말할것도 없고요..

    암튼, 연말 잘 보내시길 기도합니다~!!^^

    1. 旅인

      공지, 서식 등에 더하여 키워드까지 쓴다면 더할 나위없이 좋지요. 저는 스킨에 일부러 keyword로 갈 수 있게 만들어놓았습니다.

      호야님도 연말 잘 보내시고 활기찬 새해를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2. 마가진

    마란츠를 소장하시고 계셨다면 여인님의 음악에 대한 관심도 깊으신 것 같습니다.
    (오디오에 대해 잘아는 것은 아니지만 마란츠가 고급기종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사진도 고급스런 분위기가 물씬 풍깁니다.

    연말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1. 旅인

      답글을 본문으로 옮깁니다.

  3. 저도 티스토리 쓰면서 키워드 기능은 몰랐는데, 여인님 통해 알게 됐어요.
    내일은 강추위가 몰려온다네요. >_< 여인님도 올해 잘 마무리 하시고 새해에는 더욱 웃을일 많고, 행복한일만 가득한 한해되시길..^^

    1. 旅인

      그래요 연말에 강추위이네요. 여름에는 폭염, 겨울에는 한파, 날씨가 점차 극렬해져가네요.

      감기 조심하시고 새해에는 복많이 받으세요.

  4. 후박나무

    오디오는 5만원짜리 밖에 안써봐서….ㅎ^ ^;;

    아~ 연일 추운 날씨의 연속이네요….ㅠ.ㅠ
    감기 조심하시고, 한 해 아름답게 마무리 하시길 바래욤^ ^

    1. 旅인

      그것이 좋을 것입니다. 기계를 즐기기보다는 소스 즉 음악을 즐기시는 것이 현명한 일입니다.

      그런데 후박나무님의 알텍 랜싱 스피커는 1950~60년대에는 아메리카 사운드의 대표주자였습니다.

      그래도 부산의 날씨는 서울보다 따스하겠지요?

      한 해가 이제 몇시간 안남았네요. 즐겁게 보내시고…

      다가오는 새해에 바라시는 것 다 이루시기 바랍니다.

IamHoya에 답글 남기기 응답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