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미술대전

1. 미전에 대한 유감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던 미전(대한민국미술대전)이 일산 킨덱스에서 열렸다. 미협의 기안서를 보면 G20의 계기적 문화행사의 일환으로 대한민국 미술축전을 열고 축전의 한 모퉁이에 가을 미전을 포함시킨다는 것이다.

까마득한 서울의 동쪽에 사는 내가 일산에 있는 킨덱스까지 가게 된 전말이다.

때때로 변화를 바라고 변화가 긍정적인 것일지도 모르지만, 어떤 전시회는 권위에 걸맞는 장소에서 치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이 바로 대한민국미술대전이다.

미전이야말로 좋든 싫든 심사과정 중에 갖은 비리에도 불구하고, 鮮展 國展 美展 등으로 이름을 달리하면서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신인의 등용문이자, 가장 보수적인 미술계의 행사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술축전이라고 하면서 권위는 장바닥 수준으로 떨어짐은 물론, 미술을 애호하는 사람과 미술작품을 보며 여가를 보내려고 했던 시민들과 작품들을 유리시킨 점 등은 유감이라도 보통 유감이 아니었다.

특히 금요일(12/10일) 오후 2시에 전시장에 투입된 상당수의 고등학교 학생들은 작품을 감상하는 동안 내내 나를 불안하게 했다. 전시장 내를 뛰어다니며 술레잡기같은 것을 하고 있었기에 작품에 부딪히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게 했고, 소리치거나 관람객의 동선을 흐트러놓거나 작품관람 중 눈 앞을 스쳐지나곤 했다.

하지만 금요일 오후 그 학생들 마저 없다면 몇사람이 관람하고 있었는지 손에 꼽을 수 있었을 것이다.

2. 작품에 대한 유감

미적 현상은 몹시 어렵다. 미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다고 하더라도 아름다움을 계량화할 수 없고, 일반화할 수 없다. 아름다움이란 작품을 대하는 한 개인의 실존을 넘어서지 못한다. 다빈치에게 큰 돈을 떼인 사람이라면 모나리자를 보면 미소는 커녕 조소만 보일 것이다. 한 개인이 성장 발전해나가면서 개인에게 축적된 세계(체험)의 변화에 따라 같은 작품이 좋았다가 싫어질 수도, 혐오가 애호로 반전될 수도 있다.

계량화, 일반화할 수 없는 미적 가치는 심사위원들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주관적인 평가와 출품된 작품 간의 비교평가에 입각할 수 밖에 없다.

대한민국미술대전이 보수적인 이유는 작품을 심사하는 위원들의 전문성이야말로 기성 화단의 흐름에서 발원하는 것은 물론 그들이 바로 화단의 주도적인 흐름이기 때문이다.

가을전시는 구상을 중심으로 공예, 전통공예, 디자인 부문이 함께 한다. 구상작품들이 나에게 그다지 설득력있게 다가오지 못한 반면, 공예 쪽의 발전은 월등한 것 같았다.

이번에 구상작품의 응모수는 682점이었고 이 중 입선이 196점, 특선이 71점, 서울특별시장상 1점, 우수상 8점, 최우수상 2점, 대한민국미술대상 1점 총 279점이 선발되었고, 공예 등이 462점이다.

이 중 대한민국 미술대상을 받은 홍미림씨의 ‘내 마음 속의 꿈’은 나로서는 싫어할 수 밖에 없는 스타일의 그림이었다. 하지만 홍미림씨의 경우 자기류의 화법으로 여타 미술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는 바, 나의 주관이 틀린 것으로 보자.

구성작품이라는 한계 때문인지 모르지만, 눈에 띄게 다가오는 작품은 그다지 많지 않았고 새로운 테크닠이나 기법 또한 눈에 드는 것이 없었다.

입선작이긴 하지만, 전통공예 쪽의 탱화에 서수도가 한 점 있었는데, 거기에 하도(河圖)가 나오는데, 도상의 숫자배열이 제멋대로 였다는 점은 지적되어야 할 점이고, 달마도와 같은 선화 쪽을 보니 우수상을 받은 문답도와 선사심산행여도, 달마대사도강의 달마의 얼굴은 서로 너무 닮아, 보는 사람이 석연치 않을 정도였다.

이번 전시회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문이라면 서각부문이었다. 서각은 평면적 서예를 조각을 통하여 3차원화하면서도 다채로운 채색을 입힐 수 있을 뿐 아니라, 나무의 자연질감마저 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참으로 좋았고, 종이가 지니지 못한 견고성마저 갖추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서각이란 멋진 장르인 것 같다.

우리나라가 한글전용으로 돌아선지 오래되었음에도 전통공예나 선화 등의 화제에 아직도 한문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점 또한 생각해보아야 할 점이다. 이제 관람자나 작품을 사는 사람이 더 이상 한문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할 때, 한글로 화제를 다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3. 전시장에 대한 유감

가설판넬에 걸쳐진 작품들을 보면서 꼭 일반 부쓰의 상업전시물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다. 전시장 중간 중간에 보이는 공예품과 조작작품들은 출품작이 아니라 전시장을 장식하는 보조물처럼 느끼게 한다는 레이아웃 상의 문제점도 있다.

반면 국립현대미술관보다 조도가 높다는 점은 마음에 들지만, 작품에 집중해야할 시선을 산만하게 하는 부작용도 있다고 보여진다.

또 레이아웃 상 어떤 작품은 사람의 동선에 그냥 노출되어 있어 전시기간 중 자칫 잘못하면 파괴될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고, 어느 작품은 가려져 있기도 하다.

참고> 보수에 대한 유감

전통과 권위 즉 보수는 입고출신(入古出新) 즉 진보와 혁신의 바탕이다. 새로운 것이나 변화를 반대하고 전통적인 것을 옹호하며 유지하려는 것이 없다면, 세상은 불안정해진다. 구각을 탈피하고 새로운 것으로 나아가려는 움직임이 없다면, 세상은 썩는다.

이 시대의 문제는 좌우나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수구는 있어도 보수가 없다는 점이다.

20101210에 감

This Post Has 3 Comments

  1. 旅인

    아는 분께서 첫 출품에 특선을 했다.

  2. 위소보루

    예전에 부암동에 관한 그림 전시회의 작품인가요? 아니라면 무척 비슷한 느낌입니다. ㅋ 일산 킨텍스라니 서울에 있다면 마음먹지 않고서는 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런 신인의 등용문인 미전이나 문예 작품들은 지극히 관심이 있는 자, 혹은 고등학생처럼 단체 관람을 강요받은 자들이 주 관객이 되는 듯 합니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이런 예술 작품들은 항상 대중과 한발자욱 떨어져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1. 旅인

      그 분의 작품은 맞는데, 같은 작품은 아니고 새로운 작품입니다.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