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라베라 다리

탈라베라 다리에 마침내 당도했을 때, 건너편으로 넘어가는 길은 우리가 예정했던 것과 사뭇 다르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이 곳을 지나는 사람들은 다리 앞에 멈춰서서 오후인지 아침인지 모를 어렴풋한 시간 속에서 서성이고 있다.

탈라베라 다리의 중간부분은 무너졌다. 사람이 세운 것은 폐허가 되고 무용해지는데, 쓸모없는 것은 더욱 쓸모없어져 인위와 자연의 경계에서 우뚝하게 침묵한다.

그 위로 빛이 폭풍우처럼 몰아치면,

살아있는 자들이 빛과 풍경을 등지고 지껄이는 대화들이란 얼마나 통속적인 것인가를 얀 브뢰헬(Jan Brueghel le Vieux)은 뚜렷한 필치로 기록한다.

그래서 저 쪽 언덕으로 가거나 이쪽으로 오는 자들은 묵묵히 자신의 여정 속으로 흘러드는데, 집으로 돌아가는 자이거나 멀리 순례의 길에 오른 자들은 결국 빛의 거대한 폭력 아래 굴복하고 소실되어버리고 만다.

그들은 의미없는 곳, 즉 자신들이 왔던 곳 無로 회귀하는 것이다.

bridge

20100708

This Post Has 4 Comments

  1. 마가진

    어디에 있는 곳인지 궁금하네요. ^^;;

    1. 旅인

      탈라베라는 스페인 중부에 있는 고도입니다. 마드리드로부터 서쪽 약 100km지점에 위치하는데, 이 탈라베라의 중앙부를 Tagus강이 가로지르며 서쪽으로 흘러 포르투칼을 지나 대서양으로 빠져나가는데 다리는 아마 타구스강 위로 놓인 모양입니다.
      본래 켈트족이 살고 있었는데, 로마가 정복, 이 곳에 도시를 건설하였고, 서로마가 멸망한 후 서코트족이 이곳으로 유입되어 지배했고 곧 뒤이어 회교도들의 지배하에 들어가 이 곳은 유럽의 유명한 타일 및 도자기 산지가 되었습니다.
      아마 이 곳은 전략적으로 몹시 중요한 요충지인 모양으로 전쟁이 잦았고 다리의 중간 부위가 무너져 내린 것도 전쟁탓이 아닌가 싶습니다.
      타구스강은 대서양으로 빠져나갈 때 너비가 상당히 넓은데, 그림의 강폭은 그다지 넓지 않은 까닭은 강의 상류지점이고 강바닥이 마른 것은 아마도 에스파냐 반도의 중부의 마른 날씨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2. Highdeth

    앞으로 갈수록 어둠에 짙게 흐트러져 있고, 그 길을 거니는 사람의 수는 갈수록 적어집니다. 당도할 목적지 왼편으로 하얀 무엇이 피어, 마치 유혹의 손길을 건내는 듯 합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림 속 길을 넘어설 수 있을까요?

    1. 旅인

      이 탈라베라 다리 그림은 소실점에 의한 원근법보다 스푸마토(공기원근법) 기법으로 풍경을 처리한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멀리 보이는 풍경은 흐릿해지고 사람들은 멀리갈수록 먼지 속에 사라지나 봅니다.

      자세히 그림을 보니 하얀 무엇이 있는 부근에 마르기는 했지만 개울이 흐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저 풍경 속으로 무수한 사람들이 오고 갔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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