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시간…

2010.06.26

나는 이런 시간을 좋아한다. 가령 시간이 내 삶과 전혀 무관해질 때 말이다. 즉 하늘에는 구름이 잔뜩 끼였는데 구름 밑으로 기어이 햇빛이 지상 위에 떨어져내리는 시간, 그런 오후면 생애라는 육중한 단어는 잔혹할 정도로 극명한 명암 속에서 그만 터무니없는 것이 되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2010.06.26

태초에 빛이 있으라 하고 빛을 처음으로 마주한 하느님은 어떤 느낌이었을까? 왜 그토록 오랜 시간동안 어둠 속에 계시다가 마침내 빛이 있으라 하고 말씀하셨을까?

20100702: 비오는 날에…

This Post Has 8 Comments

  1. 플로라

    경건함을 주는 빛이예요..

    1. 旅인

      그래요! 우리가 사는 일상 속에 저런 빛들이 감돌고 있는데도 그런 세상을 잘 바라보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2. 마가진

    구름사이로 몇갈래 나뉘어 내리는 빛.
    흔히 종교화에서 본 듯한 장면이 참 근사하지요.

    구름과 빛과 건물이 잘 어울립니다. ^^

    1. 旅인

      그래요 구름 사이로 빛이 새어나와 지상의 어느 한 곳을 비출 때 참 아름답다는 생각과 희망과 같은 것이 떠오르곤 하지요.

  3. 위소보루

    아 사진 좋습니다. 지금 컴퓨터 하면서 창밖 아파트 사이로 비치는 노을의 모습을 보며 선풍기 바람을 쐬고 있는데 이 사진을 보니 지금이 저에게 있어 딱 무관한 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 어제 내렸던 비로 서울 시내의 시경이 25km 였다고 그러던데 사진을 또 찍으셨나 모르겠습니다. 여인님의 사진은 시간을 응축해서 떡 하니 나타나는 그런 느낌입니다.

    1. 旅인

      집에 콕 틀어박혀 지냈습니다.

  4. 첫번째 사진 속의 빛이 참 좋습니다. ‘삶과 무관해지는’ 빛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그런 표현이군요.

    1. 旅인

      사람이 저런 햇빛과 마주한 모습을 보면, 내가 그토록 오래동안 알아왔을지라도, 나의 기억과 경험이 샛노랗게 바래고 만다는 느낌에 젖게 되지요.

      아마 그가 달라졌다기 보다 나의 정신이 그 빛에 오염되어 버렸는지도 모르지요.

      저 사진을 몇장이나 찍었지만 빛이 가진 깊숙한 음영을 다 갈파해낼 수는 없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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