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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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시간을 좋아한다. 가령 시간이 내 삶과 전혀 무관해질 때 말이다. 즉 하늘에는 구름이 잔뜩 끼였는데 구름 밑으로 기어이 햇빛이 지상 위에 떨어져내리는 시간, 그런 오후면 생애라는 육중한 단어는 잔혹할 정도로 극명한 명암 속에서 그만 터무니없는 것이 되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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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에 빛이 있으라 하고 빛을 처음으로 마주한 하느님은 어떤 느낌이었을까? 왜 그토록 오랜 시간동안 어둠 속에 계시다가 마침내 빛이 있으라 하고 말씀하셨을까?

20100702: 비오는 날에…

This Post Has 8 Comments

  1. 플로라

    경건함을 주는 빛이예요..

    1. 旅인

      그래요! 우리가 사는 일상 속에 저런 빛들이 감돌고 있는데도 그런 세상을 잘 바라보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2. 마가진

    구름사이로 몇갈래 나뉘어 내리는 빛.
    흔히 종교화에서 본 듯한 장면이 참 근사하지요.

    구름과 빛과 건물이 잘 어울립니다. ^^

    1. 旅인

      그래요 구름 사이로 빛이 새어나와 지상의 어느 한 곳을 비출 때 참 아름답다는 생각과 희망과 같은 것이 떠오르곤 하지요.

  3. 위소보루

    아 사진 좋습니다. 지금 컴퓨터 하면서 창밖 아파트 사이로 비치는 노을의 모습을 보며 선풍기 바람을 쐬고 있는데 이 사진을 보니 지금이 저에게 있어 딱 무관한 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 어제 내렸던 비로 서울 시내의 시경이 25km 였다고 그러던데 사진을 또 찍으셨나 모르겠습니다. 여인님의 사진은 시간을 응축해서 떡 하니 나타나는 그런 느낌입니다.

    1. 旅인

      집에 콕 틀어박혀 지냈습니다.

  4. 데이지봉봉

    첫번째 사진 속의 빛이 참 좋습니다. ‘삶과 무관해지는’ 빛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그런 표현이군요.

    1. 旅인

      사람이 저런 햇빛과 마주한 모습을 보면, 내가 그토록 오래동안 알아왔을지라도, 나의 기억과 경험이 샛노랗게 바래고 만다는 느낌에 젖게 되지요.

      아마 그가 달라졌다기 보다 나의 정신이 그 빛에 오염되어 버렸는지도 모르지요.

      저 사진을 몇장이나 찍었지만 빛이 가진 깊숙한 음영을 다 갈파해낼 수는 없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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