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다드 카페

BAGDAD CAFE, Out of Rosenheim

블로그 푸른 목숨의 마콘도님은 “가슴 한가운데 사막의 문을 열면 생의 정면을 관통해가는 길가에 모텔이 있다”고 쓴다.

이 글을 읽고 나서부터 줄곧 바그다드 카페란 영화를 보고 싶었다.

라스베가스에서 어디로 가는 지 모를 사막의 길가에 먼지와 햇빛으로 뒤덮힌 바그다드 카페가 있다. 그 곳에 살기 위하여, 생의 열기가 사막보다 뜨거워야 하는 것인지, 차갑게 식어야 하는 지는 알 수 없지만, 말라비틀어진 생애가 사막 위에 쓰레기처럼 버려진 이후에야 가능다는 것은 틀림없다.

커피도 맥주도 없고 여주인이 아무하고 시비를 붙는 불순한 카페로 남편이 사막에 무단투기한 뚱뚱한 여인이 흘러든다. 카페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다른 도시로 가기를 포기한 여인은 바그다드 모텔 7호에 그냥 머문다.

바그다드 카페에 얼쩡대는 사람들에게 삶이란 지리하고 낭비되어야 할 일이며, 내일은 내일이 되어봐야 알겠지만 뻔한 것이고, 카페와 모텔은 사막의 먼지와 귀차니즘으로 온갖 것이 퇴락하고 마침내 쓰레기 더미가 되는 곳이다.

아무 것도 할 일이 없었던 버려진 여인은 자기 방에 놓인 청소기를 보고, 불현듯 자신이 할 일이라곤 청소 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렇게 시작한 청소가 바그다드 카페에 기적을 불러일으키기 시작한다.


방 안이 깨끗하면 공부가 안된다고 강변하는 우리 딸내미가 보아야 할 영화이자, 주제가인 Calling you가 노을지는 붉은 창과 잘어울리는 영화다.

낡은 모텔과 카페, 쓰레기더미 그리고 몇명의 한물이 갔거나 거의 알려지지 않은 배우 만으로 그래도 인생은 살 만하며, 우정은 아름답다는 것을 이렇게 조용하게 그려낼 수 있는 영화는 그다지 흔치 않을 것이다.

참고> BAGDAD CAFE, Out of Rosenheim

This Post Has 4 Comments

  1. 흰돌고래

    대학교 1학년 수업 시간에 보았던 영화인데.. 기억이 흐릿흐릿 해요.
    다시 한번 보면 느낌이 새로울 것 같은데 말이에요.

    1. 旅인

      호흡이 참 느린 영화이더군요. 그러면서도 조금씩 변화가 있는…

      아무 것도 살지 못할 모하비 사막의 한쪽 구석에 넝마같은 모텔에서 사람들이 모여 불화하고 싸우며 지친 인생을 함부로 낭비하던 사람들이 한 여인의 조그만 노력(청소)으로 인하여 서로 믿고 사랑하며 즐겁게 보내게 된다는 그런 무덤덤한 영화입니다.

  2. 마가진

    예전 라디오 영화음악시간에 한 번 들어봤던 곡인데 영상은 여기서 처음 접하네요.^^;;
    청소가 끝난 뒤의 바그다드카페는 어떻게 되었을 지 모르지만 처음의 카페는 정말 지친 삶의 모습을 잘 표현 해주는 것 같습니다. 음악도 너무 잘 어울리구요.
    잘보았습니다.

    1. 旅인

      여전히 낡은 카페이지만, 사람들이 쓸고 닦고 돌보게 됨에 따라 아기자기한 곳이 되고, 이 곳에 오고 가는 트레일러 운전기사들을 위하여 마술쇼도 하며 서로 어울리는 그런 곳으로 변합니다.

      음악이 영화의 전반부에는 어울리지만, 후반의 분위기에는 약간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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