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편들…

조각 1

안다는 것은 때론 불행, 때론 치욕, 때론 자만심이 될 수 있다. 이를 회피하며 살아가기 위해서 무지가 존재한다. 자신이 불행이나 치욕, 인간이 가진 모든 음습한 것을 견뎌낼 능력이 있거나, 정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까지, 인간이 살아갈 수 있도록 무지가 우리를 보호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인의 삶에 대한 엿보기는 자신의 삶을 재보겠다는 광포하고 맹목적인 충동일 따름이다.

조각 2

관능적임과 우아함의 차이를 잘 모르듯, 퇴폐적인 것과 달관의 구조적 차이를 모르는 나는 가끔은 퇴폐적이라는 말을 아주 좋은 의미로 사용하고는 한다. 때론 섹시함에 대하여 우아하다고 얼버무리기도 한다.

조각 3

사실 상 마르크스에서 시작한 공산주의는 몹시 나이브한 이론이다. 그 나이브한 점이 젊은이들이 수용하기에 용이하고 다양한 변수를 갖는 사회를 이들이 아주 심플한 논리로 재단할 수 있다는 점은 공산주의의 나이브한 점이 가지는 장점이자 모순이다.

조각 4

진리는 흔하다. 너무 흔하여 미칠 지경이다. 단지 우리는 그 흔한 진리에 다가가지 못하는 구조에 봉착해 있다. 依言眞如의 방편으로 離言眞如 속으로 들어가기란 속절없는 할!자 소리나 귀신 씨나락 까먹는 화두나 가능할까?

조각 5

타인의 삶을 가늠할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의 삶을 가늠할 수 없다. 그럴 때 아무 근거없이 불행하거나 행복하다고 단정해버린다. 그러나 행복하다고 단정하는 것이 훨씬 좋은 선택이다.

조각 6

처세와 윤리와 진리를 동시에 구현한다는 것은 인문학에서 지향해야 할 덕목일 것이다. 처세처럼 외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행위가 내면적 도덕율에 의지하는 윤리와 하모니를 이루고 진리 속에 흘러감을 우리가 보게 될 때, 모순없는 삶의 단면을 기적같이 바라보게 된다.

조각 7

우리의 무지와 불행과 짧은 생애가 불합리하다고 나는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견딜 수 있는 만큼의 삶을 살고 있는 지도 모른다.

20100525

This Post Has 4 Comments

  1. 마가진

    조각5. 우리들은 가끔 모순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제가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젊어서 막스주의에 빠져보지 못한 사람은 바보요, 나이들어서까지 막스주의에 빠져있는 사람은 더 바보다.라는 말이 생각나네요.

    1. 旅인

      나이들어서 막스주의에 빠져있는 사람은 더 바보다라는 말은 많이 들었습니다.
      살펴야 할 자식과 아내가 있고, 자본주의 체제 아래서 밥벌이를 하면서도 이념에 빠져있는 것은 쓸데없는 갈등만 초래하는 만큼 철이 없다는 것이겠지요^^
      동구가 붕괴될 때, 누군가 그렇게 말했습니다.
      “이제 자본주의는 그 광포함을 드러내고 질주할 것이다. 냉전이 끝나고 장벽이 무너지고 공산주의의 실험은 실패로 돌아갔다. 하지만 죽은 공산주의는 질주하는 자본주의를 향하여 끊임없이 경종을 발할 것이기에 앞으로 더 중요한 가치를 지닐 지도 모른다.”

  2. 선수

    앗 저는 여인님들의 이런 조각이야기들이 너무 좋아요
    이런 짧은 글에서 치우치지 않은 중심이 느껴지는것 같아요 일전에 생각에서 행동이 나오지 않는다고 하셨지만… 제가 모르는 여인님의 습관에서 나오는 행동을 엿보는것 같기도 하구요 히힛

    1. 旅인

      간혹가다가 이런 생각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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