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겨울을 지난 저 풀들

봄같지 않아 겨울을 벗어난 듯 눈이 오고 한랭전선이 내습하는 나날들이 계속되는 가운데, 봄은 한정없이 유예되고 햇볕이 나도 도시의 어디엔가는 한기를 떨쳐버리지 못하던 중, 날이 풀렸고 보름이나 피기를 주저하던 꽃들이 주춤거리다 그만 꽃잎을 벌릴 즈음 또 다시 추위가 찾아왔다.

벚꽃이나 목련, 피어난 꽃들은 며칠을 추위 속에 머물다, 봄볕이 따스한 며칠동안 꽃잎을 펴고 다급하게 져버렸다. 이 꽃이 피고 저 꽃이 지면 또 다른 꽃잎을 피어나면서 봄이 여물어갔다면, 이번 봄에는 피어날 시기를 잃은 모든 꽃이 마감날이라도 있는 듯 한꺼번에 피고 졌다.

고단한 봄에 연두빛으로 오글오글 피어난 나뭇잎들을 보면 괜스리 안스럽다.

하지만 식물이 자라는 것을 보면 놀라웁다.

차고 메마른 겨우내 얼마나 맹렬하게 생을 꿈꾸었길래, 몇일의 햇볕 속에 저리도 많은 잎들을 펼쳐내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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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 ‘10.4.18일 올림픽공원에 갔다. 그때 금줄을 쳐놓은 맨밭을 보았다. 5.9일 다시 가보니 보리가 자랐다. 아직 이삭이 패지는 않았으나 짧은 시간에 그토록 무성하게 자랐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20100511

This Post Has 12 Comments

  1. 데이지봉봉

    그쵸? 자연이란.. 참 신기하고.. 아름답고… 언제나 놀랍습니다.
    어떤 예술작품과도 상대가 안되는 숭고의 세계..

    1. 旅인

      시골생활도 못해보고 물컵에 양파줄기 하나 키워보지 못한 저에게 식물들이 생장하는 것을 보면 간혹 놀랍습니다.
      초봄에 피는 꽃들은 꽃잎이 지고 난 자리에 잎이 난다는 것도 몰랐고 목련의 겨울눈이 그토록 두텁기에 큰 꽃을 피워낸다는 것 등을 알 때마다 경이에 휩싸이거나 저의 관찰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살아있다는 것은 위태하기도 하지만, 위태로움을 밟고 생생불식해나가는 그 억셈이 아름답기 그지 없습니다.

  2. 마가진

    앗! 저 나무가 혼자 떨어져 있어서 유명한 나무이군요.^^
    삐죽하던 나뭇잎이 어느새 넓어지는 것을 보면
    살아 움직이는 것을 보고 있다는 것이 신선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1. 旅인

      저 나무를 클로즈 업해서 한번 찍고 싶지만, 줌렌즈가 없다보니 가까이가서 찍어야 하는데…
      잔디 밭 안에 들어갈 수가 없어서 먼 발치에서 찍었습니다.
      지난 주 일요일은 정말 봄의 활기가 공원 안에 스며들어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의 발걸음도 느긋하고 행복해보였습니다.

  3. 데이지봉봉

    와.. 낮에 무슨 이유였는지.. 저 사진을 못봤는데.. 와.. 정말 사진 좋아요. 나도 사진 찍고싶다..

    1. 旅인

      낮에는 올리지 않았거든요… 죄송^^

  4. 클 리 티 에

    올림픽공원의 유명한 왕따나무네요. 여인님이 담으신 그 풍경에 눈과 마음이 맑아집니다. 🙂

    1. 旅인

      왕따나무였군요. 전에 TV 같은데서 저 나무를 보면서 사람들은 어쩌면 외로움과 고독과 같은 것을 좋아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동화같이 생긴 나무가 어쩐지 의젖해보이고 햇빛과 공기, 풍경 속에서 자유를 누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나무 그늘 밑에서 자리를 펴고 책을 읽거나 한다면 들 건너편에 지나가는 사람과 들 위의 햇살들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5. 흰돌고래

    온통 초록..!
    동화같이 생긴 나무 ‘-‘ 정말 그래요. 사진에서나 있을 법한..(이것도 제겐 사진이지만요 ㅎㅎ) 나무가 여인님 앞에 있었네요!
    글과 사진도 좋지만 위에 이웃분들이 남기신 댓글 대화도 좋아요 🙂

    1. 旅인

      저는 어느 TV드라마에서 저 나무를 보았어요. 저 나무는 어디있을까 하번 가봐야겠다. 그리고 그 나무그늘 밑에 앉아봐야겠다. 그랬는데…
      저 나무가 집에서 멀지 않은 올림픽공원에 있다는 것을 작년 가을에나 알았습니다. 얼마나 몸 움직이는 것을 싫어했으면 그동안 한번도 가보지 않았는지?

  6. 위소보루

    올림픽공원은 공연으로 딱 두번 가봤습니다. 그래서 저런 공원 자체를 한번도 거닐어 본 적이 없는데 저기서 자전거를 타면 무척 기분이 좋겠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 자전거 타고 상암에서 올림픽 공원까지 간다면 흐음…녹초가 되겠군요 ㅋ

    1. 旅인

      요즘은 주말에 할 일 없고 갈 때 없으면 갑니다. 하지만 도시락을 싸 들고 한번 나가 오랜 시간을 보내보고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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