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한 조각

1.

벚꽃이 핀 것을 보기도 전에 봄바람을 맞이한 꽃잎은 오후 햇살을 밟고 하늘로 퍼져 오른다. 하늘에서 멈춘 꽃잎은 반짝반짝 햇살을 토해내며 바닥으로 내려앉는다.

단지의 한쪽은 떨어진 꽃잎들로 연분홍빛이다. 그 위에 늦은 봄 햇살이 놀다간다.

맑은 토요일, 봄이다.

2.

아들과 연락이 두절된 지 이미 일주일. 집에 있어봤자 자신의 방문을 걸어잠그고 지내던 아들놈이라고 하여도, 아들의 부재는 정적처럼 무겁고 집 안 어디에선가 먼지가 끼고 있다는 느낌이다.

오늘 훈련소의 홈피에 아들의 사진이 올라왔다.

3.

무기력인지 우울인지 모를 것이 나를 감싸고 있다. 사소한 것들이 나를 낙담시키지만 버텨낼 힘이 없는 것 같다.

아니 그것보다 이른바 영혼이라거나 정신이라는 것이 다 낡아버린 것 같다.

4.

호두마을에서 온 조그만 잡지에 이런 글이 있다.

“숨”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한번도 몸에서 들고 나는 숨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것은 그들이 얼마나 멀리 자신과 동떨어진 삶을 살고 있는 지를 보여준다.

시간은 우리가 지금 쉬는 숨이다.

당신은 너무 바빠서 참선할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
숨 쉴 시간은 있는가?
참선하는 것은 당신이 쉬는 숨이다. 숨 쉴 시간은 있으면서도 참선할 시간은 없다니?
숨 쉬는 것은 사람들의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것이다.
만일 당신이 법을 닦고 배우는 것이 당신의 삶에 아주 중요한 것임을 알게 되면, 당신은 숨 쉬는 것과 법을 닦고 배우는 것이 똑같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 아잔차 스님의 법문 중 –

2010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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