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름신과 싸우다 그만 미끄러졌다

로모는 필름현상이 귀찮고, 핫셀블러드는 한장 현상하고 스캔하는데 5000원. 필름카메라는 문제가 많다. 가지고 있는 똑딱이는 노이즈가 심해서 찍고 싶지 않다 등으로 사진을 찍지 않고 있다.

이런 모든 핑계의 결정적인 요인은 사진을 못찍는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그만 지름신에 걸려들었고, 지름에 미끄러져 형편없는 디카를 사고 말았다.

갖고 있는 똑딱이를 대체할 대상으로 파나소닉의 LX-3를 들여다보다가, 대응기종으로 거론되는 캐논 G11, 리코 GRD-3 등을 검색하다가 그만 시그마 DP1s로 낙착되고 말았다.

어느 정도 형편없는 디카인가 보면, 시그마에서 나온 사양서만 보아도 금새알 수 있다.

광학줌 : 안된다 —- 디지털 3배 줌이라고 한다
촛점거리 : 16.6mm (35mm 환산 시 28mm) 단초점 렌즈
최대개방 : F4 —- 무지하게 어둡다(다른 디카는 통상 f2 다)
셔터스피드 : 1/1000 ~ 15초 —- 다른 것들은 1/6000 까지 한다
화소수 : 460만 화소(2640 X 1760) —- 하지만 1,400만 화소라고 주장한다.
모니터 : 2.5인치(23만 화소)
밧데리 : 250매를 찍으면 끝난다 —- 몇장 찍지 않았는데 밧데리 아웃이라는 불만많다.
기동 및 찍은 File저장 시간 : 몹시 길다 — 연사도 3매 밖에 안된다.
모양 : 구형 필름카메라 같다
가격 : 중급 DSLR가격 수준, 파나소닉 LX-3보다 비싸다. 물론 마이크로포서드보다는 싸다.
부속품 가격 : 타사제품 대비 엄청 비싸다. UV, CPL렌즈가격 장난 아니다.
이외에도 먼지가 잘 맺힌다. 역광촬영 시 빛이 맺힌다 등등 불만이 많다.

정말 나는 지름신에 빠져 이 형편없는 카메라를 산 것일까?
그런 것 같다.

견물생심이라고, 몇군데를 검색하다가 한 블로그에서 시그마 DP로 찍은 사진을 보았다. 사진은 뭔가 달랐다. 그는 꼭 카메라 벤치마킹을 하거나 광고사진 같은 것을 찍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가 다른 DSLR로 찍은 사진을 검색해 보았다. 다른 사진들 또한 몹시 환상적이었다. 하지만 그 사진들은 DP1으로 찍은 사진에 비하여 투명하고 선명하지만, 색의 깊이는 없었다. 시그마 DP1과 2(차이는 F2.8, 41mm급)로 찍은 사진은 빛의 유역이 넓고 색조는 하나하나 살아있는 것 같았다.

참고 : 가서 보시면 놀라운 사진이 있습니다.

이 사진 때문에 시그마 DP1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고 하다가, 결국 DP1s를 사고 만다.

이로 해서 나는 단초점 카메라만 3대다. 로모, 핫셀블러드, 시그마. 핫셀블러드의 경우 줌 렌즈로 갈아까울 수 있지만, 너무 비싸서 엄두도 못낸다.

시그마 DP라는 렌즈도 갈아끼울 수 없는 똑딱이의 사진은 왜 다른가?

Foveon 센서라는데 있다고 한다.

1) 이미지 센서가 넓다 : 1.7x로 면적은 20.7X13.8mm로 35mm Full Frame의 1/3이다. 일반 컴팩트 디카의 6.6~11.6배에 달하며, 파나소닉이나 올림푸스의 DSLR 보다 1.3배 넓다.[참고]

2) 3 Layer의 센서라서 RGB 컬러가 그대로 살아난다 : 일반 이미지 센서는 단층의 센서로 한가지 색만 감지하며 조합하여 칼라를 구현하지만, Foveon 센서는 3층(X3)의 센서로 각 픽셀당 RGB 컬러를 구현해낸다. 그러다 보니 일반 이미지  센서의 경우 색을 되살려내는 과정 중에 일부 색이 감소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러한 점에서 시그마에서는 Foveon 센서가 일반 DSLR에 채용되는 센서에 비하여 월등한 색을 구현해낸다고 한다.

그래서 시그마 DP를 사용한 유저들이 단점을 줄줄이 열거하면서도 마지막으로 남기는 한마디는 “그래도 이 사진 한장이면 이와 같은 단점들이 용서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디카를 산다고 당장 사진이 끝내줄 것인가?

단지 “좋은” 사진이라는 것이 잘 나온 사진이고, 카다로그와 같은 이미지이고, 하나의 결함도 찾아보기 힘든 사진이라는 것에 모든 사람이 동의하지는 않을 것입니다.(DP1 카달로그 중)

내가 경험한 바로는 로모로 찍어도, 핫셀블러드로 찍어도 무덤덤하기는 매한가지, 평범 그 이하다. 사진을 찍기 이전에 사물을, 풍경을, 사람을 바라보는 방식을 새롭게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찍느냐 보다, 무엇을 찍느냐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바라보고, 다가가며, 사물을 보고 마음 속에서 뭔가 꿈틀거려야 한다.

하지만 사진을 찍기 위하여 먼길을 가거나, 사람이 오고가는 길에 삼각대를 거치하고 피사체를 바라보며 느긋하게 초점과 필요한 셔터 스피드를 조절하고 움직이는 시간과 빛을 프레임 안에 결박시켜나가는 그러한 노력을 한번도 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20100408

[참고]

36.0X24.0mm35mm Full Frame캐논 EOS 1Ds MK Ⅲ, EOS 5D, 니콘 D3, D700
23.6X15.7mmARS-C Size(1.5X)니콘 D300, D80, 소니, 펜탁스, 후지 DSLR
20.7X13.8mm1.7xSigma Foveon Sensor
17.3X13.0mmFour Thirds(2x)파나소닉, 올림푸스 DSLR
7.60X5.70mm1/1.7″ 센서LX-3, GRD, G11등 상위 컴팩트 디카
5.76X4.29mm1/2.5″ 센서일반 컴팩트 디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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