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티컬 컴퍼스

아래의 도표는 ‘한겨레 21’ 800호 특집(2010.03.05)으로 나온 한국의 정치적 좌표이다. 빨간 동그라미에는 우리나라의 정계, 학계의 왠만한 사람이 다 나와있다.

이 도표를 보면, 한국의 리더(정치와 관련된 사람들인 만큼 정치인이라고 하자)들은 몇 사람을 빼놓고 이른바 좌파,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빨갱이라는 이야기다.

우려하는 것은 정치의 내면적인 지형은 진보와 자유주의 위에 수렴되어 있지만, 우리 사회의 외면적인 지층은 권위주의와 보수를 넘어 오히려 이른바 수구 보수 꼴통이라는 가파른 단층 위에 위험하게 서 있는 것 같다는 것이다.

한겨레 21의 이 도표와 관련된 기사를 읽어보았다. 그 내용이 그럴 듯 하긴 하지만, 설문내용과 비교해보면, 이 좌표를 설명하기에는 어쩐지 견강부회한 면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나름대로 이 도표를 읽어보기로 했다.

1. 왜 이들은 권위주의 우파, 권위주의 좌파 그리고 자유주의 우파도 아닌 몽땅 자유주의 좌파인가?

–   그런데 왜 서구의 지도자들은 대다수가 권위주의 우파인가?   –

도표를 보면 간디와 넬슨 만델라, 달라이 라마 등은 왜곡된 권위주의(무력)에 대항하여 자국의 독립 또는 인종문제를 극복해나간 사람들이다. 어쩌면 이들을 자유주의 좌파에 위치하게 한 것은 생래적인 것이라기 보다, 대척점에 있던 식민통치, 민족탄압, 종교탄압에 따른 반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 정치를 이끌어가고 있는 사람들은 해방 후 자유당 정권에서 박정희, 전두환 군사정권의 왜곡된 권위주의를 관통하며 살아왔던 사람들이다. 그리고 개개인의 정도의 차이는 있을 망정 아직도 우리나라가 분배와 개인의 인권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모두 어떠한 형태로든 전두환 이전의 권위주의에 대하여 부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박정희 시대에 가장 잘나갔던 정주영씨의 아들 정몽준 마저도, 그리고 박근혜 마저도)

하지만 대통령의 정치적 좌표가 어디에 위치하여야 할 것인가? 그들은 국가발전과 안녕을 위하여 어느 정도 건전한 권위주의와 보수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볼 수도 있다. 물론 이런 권위와 보수가 분배면에서 심각하게 불균형을 초래했다고 판단할 경우, 분배를 중시하는 좌파정권이 들어설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정치인들의 스펙트럼이 이렇게 좁고 각 정치인들 사이에 심도의 차이는 있을 망정, 그다지 변별적 차이가 없다는 것도 큰 문제이다.

2. 왜 이들은 자신의 정치적인 좌표와 달리 행동하는가?

설문 내용을 보면, 정치적인 입장을 묻는 것이 아니라, 국가, 경제, 사회, 종교, 성(Sex)에 대한 개인의 가치관을 묻고 있어서, 어느 정도 정치적인 입장에서 벗어나 중립적인 질문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보여진다.

반면 문제는 이 사회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자신의 가치관을 표현할 수 없는 사회적 혹은 정치적 지형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결국 어느 당에 속한 정치인이다. 옳고 그름의 문제와 정치적인 입장에서 이들 모두 당이라는 권위에 시달리고 있으며, 당론을 거부할 수 없는 입장에 놓여 있다. 이런 점에서 당의 노선과 자신의 정치적인 성향이 합치하는 진보정당의 정치인은 행복하고 떳떳하지만, 한나라당의 정치인은 자신이 한심하고 부끄럽지만 의석을 차지할 가능성은 높다.

이렇게 정치적인 좌표가 여야할 것 없이 같다보니 정강 또한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것도 우리나라의 정치 역학구도의 한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여야를 구분할 수 있지만,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어떻게 다른 것인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 단지 여야로 갈려 싸운다는 것 밖에, 정치적 이슈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한다는 것 밖에 모르며, 야당이 정권을 잡았다고 기존의 여당과는 다른 정치를 펼쳐나갈 것이라는 믿음 또한 없다. 그러니 머리로 생각하고 선거하기 보다 마음에 드는 정당에 투표하고, 어느 놈이 올바르고 괜찮은가 보다 어느 놈이 더 나쁜 놈인가에 신경 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문제는 결국 당의 권위 아래 자신의 의견을 죽이고 복종해야 하는 비민주적인 정치역학 관계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비민주적인 정치메카니즘은 과거의 권위주의와도 관계가 있겠지만, 정치자금과 유권자들의 민심, 국제정세 및 세계경기 등 다양한 요소들에 휘둘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 국민들의 정치적 지형은 어떠한가?

폭압적인 독재와 권위주의 체제가 아닌 한 정치인들은 유권자들과 호흡을 같이 해야 한다. 과연 이 폴리티컬 컴퍼스를 국민에게 적용했을때 어떠한 그림이 나올지 궁금하다.

한겨레 21에서 조사를 통해 이와 같은 결론을 얻었을 때 당황했듯이, 국민들의 폴리티컬 컴퍼스를 찍어본다면 상당히 의외의 결과가 나올 것 같다.

지금 이 도표에서 우리나라의 정치인들이 진보 자유주의적 모습을 보인다면, 이들을 왜곡시키고 있는 것은 단지 당내 민주화 문제 뿐 아니라, 우리나라 국민들이 과거의 권위주의를 어떻게 받아들이며, 분배와 성장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도 보여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정치적 좌표를 결정하는 것은 바로 국민들이기 때문이다.

※ 참고 : 나의 좌표는 넬슨 만델라와 강기갑의 사이에 위치해 있다.

※ 관련기사 : http://h21.hani.co.kr/arti/cover/cover_general/26850.html
http://h21.hani.co.kr/arti/cover/cover_general/26847.html

This Post Has 6 Comments

  1. lamp; 은

    한쪽으로 저렇게 다 몰려있어서 다양성이라곤 기대할 수가 없네요.
    그런데 국회의원들은 우리가 뽑았으니 그들에게 뭐라 할 말도 없고..
    (아직 투표를 한번도 안해보았어요. 두번의 기회가 있었지만 뽑을 사람도 없고..
    진정 제가 뽑고싶은 사람이 나왔을때 내 한표를 주겠다는 가열찬? 의지라고나..ㅉ)
    이제부터라도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겠어요.

    대한민국 만세. ㅠ.ㅜ

    저는 -모눈한칸을 1로보면 – (-1,1)쯤 위치해 있다는데 솔직히 설문을 하면서도
    제가 질문들을 제대로 알고 이 설문에 답하고 있는건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속한 이 사회에 눈을 돌려 공부를 더 해야겠어요.

    1. 旅인

      ‘대한민국 만세’는 텍큐를 하면서 만든 카테고리 중의 하나입니다.
      그런데 왜 “대한민국 만세”라는 소리가 서글피 들려야만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저의 첫 선거는 제4공화국 시절,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 선거였습니다.(1978.5.18)

      선거날은 늘 쉬는 날이라 낮잠을 자고 있는데, 통장이 대문을 두드리더니 “너 무슨 억하심정이냐? 나 통장질도 못하도록 할 셈이냐?”며 선거하러 가도록 윽박질렀고, 선거를 했죠.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 이들은 장충체육관에 모여 간접선거로 박정희를 뽑았고(1978.7.6), 6년 임기의 체육관 대통령 박정희는 그 다음해 10.26일 총맞아 죽었고, 전두환이 다시 체육관대통령이 되었죠.

      그러고 보면 선거 꽤 많이 한 것 같습니다.

  2. 마가진

    ㅎㅎ 은근 재미있습니다.
    저는 서장갑과 김문수 사이에 있네요.^^

    저는 은근 제 생각이 회색주의자의 성향이라고 생각하는데, 표를 봐도 거의 정중앙이군요.

    1. 旅인

      이명박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중도이시네요^^
      저는 도표 상으로는 좌빨인디…

  3. 플로라

    오락가락하면서 찍었는데도 좌파네요.

    1. 旅인

      자신의 가치관이 국가의 경제발전이냐 아니면 함께 나누며 살아갈 것이냐의 문제인만큼 좌도 우도 중도도 다 좋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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