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복많이

1. 저와 블로그

블로그 프로필을 보면 2009.6.15일부터 텍스트큐브 닷컴을 시작했습니다. 섣달 그믐인 오늘이 시작한 지 딱 200일째가 됩니다.

이후 제가 쓴 포스트가 104개나 되는군요.

이틀에 한개 정도의 포스트를 올렸음에도, 줄곧 제가 글을 쓰지 못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포스팅된 글들도 제 마음에 들지 않고 꼭 남의 글처럼 딱딱하고 생경하기까지 합니다.

이런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보니 제가 글을 쓰지 못한다는 이유보다, 올해의 제 생활 속에 글을 쓸 꺼리가 없었다는 것이며, 쓸 꺼리가 없음에도 굳이 글을 쓰고 있었다는 도치된 문제로 부터 연유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올 한해 제 곁을 지나간 사건이 뚝 끊기고 진공상태였다기 보다, 세상에 대한 불감증이 해가 갈수록 정도를 더해가는 것 같습니다.

이런 불감증은 세파에 견디기 위하여 연약한 제 육신과 마음이 대응하는 방식이겠지만, 이 또한 세상을 껴안고 사랑할 줄 모르는 비겁한 저 자신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쓸 것이 없으면서도 백개가 넘는 포스트를 올렸다는 것은 분명 제 블로그에 머물다가신 님들의 힘이 아닌가 싶습니다.

올 한 해 동안 많은 이웃들을 만났고 이웃들의 포스트를 보면서 마음과 새로운 사고, 그리고 저한테는 미지의 것들에 대한 새로운 지식을 섭취하고 때론 동일한 사안이지만 저와 다른 접근 방법과 시야를 접하며 저의 시야를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것은 무척 고무적인 일입니다.

감사합니다.

2. 2009년 우리나라

작년에 이어 금년 한 해는 우리나라의 정치를 돌아볼 수 있는 의미심장한 한 해였던 것 같습니다. 소통이 부재한 가운데 헌법 제 1조 1항의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공화국이다.”라는 말이 사그러들 즈음, “모든 국민은 주거의 자유를 침해받지 않는다.”는 헌법 16조문에도 불구하고, 용산참사가 일어났습니다. 철거민 그들이 살아야 할 곳은 대한민국이 아니었나봅니다. 그러면서도 이 정부는 법치주의라는 말에 시퍼런 날을 세웠습니다. 우리나라의 법은 국민의 법과 정부의 법으로 나뉘어져 있다는 것이 극명하게 드러난 사례일 것입니다.

그리고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너무 한 탓인지 노무현 대통령이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손님이 되셨고, 민주화를 몸으로 실천하셨던 김대중 대통령마저 저 세상으로 갔습니다.

강팍한 세상의 칼바람은 이유없이 드세어서 광장은 닫히고 실체없는 말들만 분분했던 모양입니다. 장자연 사건은 힘센 정자를 가진 사람들에 의하여 유야무야되었고, 대신 강호순과 나영이 사건이 사람들의 치를 떨게 할 뿐이었습니다.

법치주의를 부르짖는 이 나라의 국회에서 신 대법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폐기되었습니다. 또 용산참사 농성자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으면서도 경찰의 책임을 묻지 않는 도치된 문법 속에 살며, PD수첩의 수사를 담당했을 뿐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을 구속 수사해야 한다고 성마른 소리를 질렀던 천성관을 검찰총장 후보로 지명하였습니다. 그리고 갖은 비리로 얼룩진 그는 자진사퇴하였습니다.

양심과 도덕의 최소가 법이라지만, 그 최소를 통해서 바라볼 수 있는 것은 양심과 도덕이 아닌 추악함과 불의이자, 실종된 정의며, 법은 가진 자의 편이고, 결과는 에버랜드 헐값 발행은 무죄이며, 이건희 단독사면으로 올해를 마감하고 맙니다.

또 방송법의 국회 통과에 대해서 ‘미디어법 처리과정은 위법이지만, 그 위법절차를 거쳐 가결된 법안은 유효하다’는 헌법재판소의 의견을 보며……

우리나라에 횡행하고 있는 말(言)이 얼마나 심각하게 오염되어 있는가를 새삼느낄 수 있었습니다. 말이 말같지 않고, 말을 말같이 알아들을 수 없는 세상에서 소통을 운운한다는 것은 2010년이 되어도 어려운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말(言)이 바로 서야, 정치와 법이 바로 서고, 정치와 법이 바로 서야, 바른 나라가 되고, 바른 나라가 되어야 국민이 올바르게 살고, 국민이 올바르게 살아야 모두가 행복해질 것을 생각하며…

정조가 의도했던 문체반정(文體反正)의 의미를 되새겨 봅니다.

3. 이웃분에게…

다시 한번 이웃분들께 감사드리며, 2010년에는 더 많은 것을 체험하시고 좋은 글들을 많이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저도 그 글들을 보며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며, 조금 더 성장하고 다른 것들을 많이 느끼고자 합니다.

올 한해 어렵고 힘들었던 일이 있었다면 남지 않은 시간동안 훌훌 떨어버리시고, 다가오는 새해를 큰 꿈과 희망으로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건강과 행복이 여러분에게 가득하고 흘러넘쳐 이 세상이 아름다운 곳으로 변하기를 기원합니다.

2009년 12월 31일에 旅인 올림

This Post Has 16 Comments

  1. 마가진

    한 해동안 감사했습니다.^^

    깊은 사고를 느낄 수 있어 여인님의 블로그가 반가웠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이야기 부탁드립니다.

    1. 旅인

      마가진님의 따스한 마음을 작년에는 늘 느낄 수 있었고 님의 포스트를 보며 늘 흐믓한 마음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올해도 마가진님의 마음 속에 늘 행복하고 포근한 것들이 가득하기를 빕니다.

      올해도 열심히 살겠습니다.

      해피뉴이어!

  2. goldenbug

    안녕하세요. ^^
    저를 관심블로그로 등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1. 旅인

      골든버그님의 포스트는 자주 읽으면서도 댓글을 달지 못하여 늘 죄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올해도 자주 들러 많이 배우도록 하겠습니다. 조금 더 나아가 댓글까지 달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새해에도 왕성한 작품(제게는 작품같습니다)을 남겨주시고 늘 건강하고 행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3. 클리티에

    참으로 고운 인연이었던 여인님.
    참으로 아름다운 만남이었습니다.

    그저 마음 속에서 아련히 피어나는 그 무엇처럼
    그리 그렇게 생각이 키워졌던 여인님이십니다.

    여인님께 감사하는 맘 전하고 싶네요. ^^*

    1. 旅인

      저도 님과 같은 마음이었습니다.
      올해도 늘 좋은 이웃이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합니다.
      저도 늘 감사합니다.

  4. Levanter

    여인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내년, 아니 올 해도 좋은 글 많이 많이 올려주세요. ^^

    1. 旅인

      벌써 새해네요. 하룻밤 자고 나면 내일이 없어지듯 내년이 사라져버리고 말았습니다.
      올해도 심기일전 보다 행복하고 좋은 글을 많이 쓰려고 노력하겠습니다.
      Levanter님도 늘 건강하시고 정진하시는 일에 성취가 있으시길 빕니다.

  5. luna

    여인님 글을 읽으니 지난 한해가 정리되는군요. 마냥 길게 느껴지는 한해였던 것 같아요. 저는 따로 인사글은 쓰지 않았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1. 旅인

      정말 작년은 기나긴 한 해였던 것 같습니다. 많은 일들이 해결되지 않고 질질 끌고, 밝혀져야 할 일은 덮혀진 채 침묵 속으로 들어가고, 똑같은 말들을 놓고 가하다 불가하다로 한 해를 보내고, 말 하나 하나가 무슨 뜻인지 곱씹어봐야 하고……

      올해는 모든 것이 투명하고 알아먹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합니다.

      멀리 이국에서 늘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에 큰 성취가 있으시기를… 그리고 가족들 또한 늘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빕니다.

  6. 흰돌고래

    으웅… 여인님 너무 멋져요ㅠ.ㅠ

    정말로,
    모두의 마음 속에 희망과 꿈을 한아름 품고,
    행복으로 넘쳐,
    좀 더 아름다운 세상이 되기를 !

    여인님, 사랑해요! 크크^^*

    1. 旅인

      작년 한 해동안 흰돌고래님의 착하고 뽀송뽀송한 이야기를 많이 보았습니다.

      올해도 그렇게 예쁜 나날들이 항상 함께 하고 남친과 아름다운 날들을 엮어가기 바랍니다.

      저도 ♡해요~

      새해에 복많이 받으세요.

  7. 위소보루

    블로그를 하면서 좋았던 것은 이웃분들이 생기시고 그 분들의 좋은 글들과 생각들과 모든 것들이 저에게 무척 큰 힘이 되고 도움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여인님 덕분에 작년 한해는 좋은 스승과 아버지와 큰형이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와서 많이 배우고 보고 느꼈습니다. 항상 감사드립니다.

    올 한해도 많이 기대하고 기대겠습니다.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마다 건승하시길. 그리고 무엇보다 화목한 가정을 가꾸어 나가시기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__)(–)

    1. 旅인

      이제 직장생활 2년째에 들어가시네요.

      위소보루님을 알게 된 점, 저로서도 행운이었습니다. 항상 위소보루님의 글을 보면서 건강한 삶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늘 좋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님도 복 많이 받으시고요.

      올해도 열심히 하루하루를 보내시는 위소보루님이 되시고, 뜻하신 바를 다 이루시고 또 아리따운 아가씨를 한분 꼭 만나시기를…^^

  8. 플로라

    저의 한해는 그저 그랬습니다.
    새로 맞이하는 오늘도 그다지 기대가 없습니다.
    의욕상실상태를 벗어나는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ㅠ.ㅠ

    1. 旅인

      작년 한 해동안 큰 일도 많고 해서 잠시 몸과 마음이 쉬고자 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올해도 작년같이 좋은 일이 많고 아이들과 플로라님께 늘 건강과 기쁨이 흘러넘치기 바랍니다.

      그리고 부군의 작업에 큰 성취가 있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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