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에…

지난 주 목요일에 회사의 회식이 있었고, 다음날은 팀원들과 곤지암 리조트로 스키를 타러 갔다. 스키 실력이야 초급코스에서는 그럴 듯하지만, 더 이상 경사도가 급한 곳에서는 속도 조절이 안된다. 넘어졌다가는 어딘가 절단이 날 것 같아 더 이상의 난코스는 포기. 10시가 넘어서야 삼겹살 굽고 술 한 잔 하고, 삼육구도 하고 소발바닥 닭발바닥도 했다. 역시 나는 반박자가 느리다. 그래도 걸리지 않고 무난히 넘긴 셈이다.

그리고 월요일부터 회의다 뭐다, 또 다른 팀에서 술을 먹자고 오퍼가 왔고 할 수 없이 직원들과 함께 술을 먹고 노래방엘 갔더니 직원들이 신났다.

신난 직원들의 모습을 보자, 내가 노래를 못부른다고(싫어한다고) 나한테 노래방 한번 가자는 소릴 못했구나 하는 자책이 들었다. 미안하다. 다음부터 우리도 노래방엘 가자구나.

그리고 크리스마스다.

크리스마스가 아무런 의미도 지니지 못한다는 것은 서글픈 것일까? 하늘은 흐리다. 망년회로 파김치가 된 몸을 추수르기 위하여 늘어지게 낮잠을 잤다.

망년회다, 팀원들과 워크 샾 빙자 단합대회니 뭐니 했지만, 그동안 출퇴근 지하철에서 꾸벅꾸벅 졸아가며 ‘철학과 굴뚝청소부’ 1데카르트에서 들뢰즈까지 라는 부제로 근대철학의 경계들을 조망한 책 를 읽었고, 9자의 부호를 가지고 남들이 보기에는 지금 뭐하는 짓거리인가 하는 작업들을 했다.

‘철학과 굴뚝청소부’를 쓴 이진경이란 친구는 서울대라는 곳이 그나마 필요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몇 안되는 사람 중의 하나인 것 같다.

데모 많이 하는 사회학과를 나왔다고 하는데, 독서가 깊고 사색이 여유롭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고답적인 틀에 갇혀 어느 사상가의 사유를 간신히 풀어내는 통상의 철학사 책들보다 전개하는 내용의 유역이 넓다.

이런 책을 읽다보면 뭔가 배운 것 같다. 몇번 더 읽어야겠다.

This Post Has 12 Comments

  1. luna

    크리스마스에 철학과 굴뚝청소부를 읽으시다니. 저도 별 의미를 두지 않는 날이긴 한데. 듣고 보니 그 굴뚝청소부가 혹시 산타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하하.

    1. 旅인

      내용이 너무 방대하여 다시 한번 읽기 시작했습니다. 요즘 나오는 책들은 정말 좋은 책들이 많아서 한국에 인문학이 점점 제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루나님 말씀을 듣고 보니 싼타였던 것 같습니다.^^

      한국에 들어와 가족과 함께 년말년시를 보내시고 계신지 모르겠습니다?

  2. 마가진

    재미있는 시간과 편안한 휴식을 가지셨군요.^^

    1. 旅인

      삼일동안 휴식보다는 노동을 많이 한 것 같습니다. 즐거운 노동이었으니 다 괜찮습니다.

      마가진님은 선물 외에도 즐거운 성탄절을 즐기셨겠죠?

  3. 위소보루

    오늘이 크리스마스 같더군요 ^^ 전 크리스마스 당일날 정말 심심하게 보냈었는데요 ㅎㅎ책이라도 볼 껄 그랬어요 쩝

    연휴는 잘 보내셨나요? 이번주도 4일만 있어서 좀 여유로울 거라고 생각하는데 남은 연말 컨디션 조절 잘하시기 바랍니다 ㅎ

    1. 旅인

      출장도 다녀오시고 바쁜 연휴를 보내셨네요. 그리고 또 제주도도 가야하시고…

      그러고 보니 신정이 3일 연휴네요.

      년말년시를 즐겁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4. 컴포지션

    크리스마스 연휴는 잘 보내셨는지요? 회사 직원분들하고 재미있게 보내신 것 같아 다행입니다! 🙂 저는 교회행사다, 친구들모임이다 해서 포스팅도 제대로 못하고… 그래도 알차게 보낸것같습니다. 늦었지만 메리크리스마스, 그리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

    1. 旅인

      그럭저럭 잘 보냈습니다. 이제 휴가시즌이라 조금 여유가 생기겠네요. 새해에 좋은 계획 세우시고 알찬 시간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5. 마가진

    여인님. 새 해에도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1. 旅인

      마가진님도 늘 건강하시고 내년에는 늘 기쁨이 충만하시길 바랍니다.

      그런데 어제 올린 사진이 완전히 근하신년 엽서 사진입니다.^^

  6. 수은

    이진경 님의 글도 좋고, 이진경님과 함께 수유+너머에 계시는 고병권 님의 글도 참 좋은 것 같아요. 요즘 세상을 이해하고 싶다는 욕망에 허덕 시달려서, 아주 입문 단계의 철학책도 접해보고 있지만, 사회를 이해하다니, 아마, 영원히 할 수 없겠죠. ㅋ
    흰색 스킨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저 둥실 떠 있는 구름 같은 태그들이 제 스타일이네요. 🙂

    1. 旅인

      이 책을 두번째 읽기를 막 끝냈습니다. 하지만 갈증은 여전합니다. 각각의 찰학자들이 이전의 철학에서 남겨진 딜레마를 해소해나가는 것들은 이해가 되지만, 왜 주체가 그토록 필요했는가? 진리가 왜 그토록 중요한 것인가? 하는 근원적인 의혹에 대한 그 시대의 요청에 대해서는 풀리지 않고 있습니다.

      그 시대의 요청을 이해할 수 있다면 왜 그토록 집요하게 존재와 인식의 문제를 잡고 늘어진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흰색스킨과 태그등은 도움을 받아 만들었는데 필요하시다면 지원토록 하겠습니다.

      요즘 수은님의 글을 몰래 몰래 엿보며 놀라고 있는데 여기까지 방문해 주시다니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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