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2/27 14:33 : 오려진 풍경과 콩나물

아버지의 사진이다. 잘못 간수한 바람에 구겨져 버렸다. 이 사진은 아버지가 결혼하기 이전에 찍은 것 같다.

어머니는 여고시절, 아버지가 재직하시던 학교로 친구들과 함께 교생실습을 가셨다.

어린 시절, 집에 놀러오신 어머니의 친구분들께서는 우리들에게 "그때 느그 아부지가 얼매나 잘생깄는지 느그들은 모르제?"하고 말씀하신 후, "느그 어무이가 낚아채지만 않았어도..."하고 농을 하시곤 했다.

하지만 이 사진을 보고 있자면 이상하게 가슴이 아프다. 사진 속의 아버지의 모습은 편안해 보이지만, 사진 바깥의 부산에는 피난민들이 들끓고 아직도 강산의 어디에선가는 포성이 들리던 때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1953년에 결혼하셨다

사진 찍기를 극단적으로 싫어하다 보니 내 얼굴이 들어간 사진이 거의 없다. 졸업사진이나 각종 증명사진 외에는 내 얼굴이 들어간 사진을 찾아볼 수 없다.

식구들은 내가 아버지를 가장 많이 닮았다고 하는데, 아버지와 나는 서로 전혀 닮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이 사진은 중학교 3학년 때인데, 아직도 국민학생처럼 어려보인다. 이때만 해도 키가 작아서 교실의 첫째줄이나 둘째줄을 벗어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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