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년회가 무섭다

글도 쓰다보면 관성의 법칙이 있는지 논문과 같은 글을 쓰다보면, 그런 글이 쉬워지고 감정은 말라붙는 것 같다. 그러다가 감정이 들어간 글을 쓰려면 처음에는 힘이 들다가도 또 쓰면 그 글이 손에 익는다.

우파니샤드에 부처도 공과 여래와 같은 형이상학적인 관념에 대해서 말씀을 했다고 썼지만, 법구경이나 수타니파타와 같은 초기불전에는 공과 여래와 같은 관념적인 단어는 없다. 금강경에는 반야심경에 뻑하면 나오는 공이란 단어는 단 한 글자도 없다.

부처님께서는 분명 형이상학적인 가르침을 배격했을 것이다. 실천과 수행중심의 근본불교가 대승화되고 타락하면서 교조화되고 관념화된 것이 아닌가 싶다.

연말이 되다보니 술자리가 잦다.

건강검진 결과는 술과 약물을 당분간 끊으라는 주문이다. 그리고 간(肝)에 대해서 신경을 쓰고 예의주시하라고 한다.

술을 좋아하지도 않는 내가 뭘로 그리 혹사시켰는지 잘모르겠다. 아무튼 간에게는 미안하다. 술이 문제인지, 아니면 모르는 사이에 떫은 삶의 한부분이 옆구리를 쑤시고 들어와 간을 피로하게 한 모양이다.

건강진단 결과를 보고 찝질한 마음으로 담배를 꼬놔물고 바라본 세상은 흐릿하고 눈은 침침한 데, 친구들은 나를 불러 할 일없이 흘려보내고 또 흘려보낸 한 해를 또 보내고 잊자고 한다.

간땡이가 부었다고, 썩었다고 하여도 놈들은 그리 말할 것이다.

이 험한 세상 간땡이가 붓지 않은 채 살아가는 놈이 어디 있겠느냐? 다들 묫자리를 봐 놓고 마시는 것이 술이라고… 코가 삐뚤어지게, 죽을 때까지 한번 마셔보자고 할 것이다.

빌어먹을 자식들!

좀 며칠이라도 더 살아보겠다고 안간힘인데…

20091211

This Post Has 16 Comments

  1. 마가진

    우리시대의 가장님들은 아직 힘드신가 봅니다.
    잘 보내자는 송년회보다 잊어버리자는 망년회라는 말이 아직 더 많이 쓰이는 걸 보면..

    요즘 마시자 위주의 송년회가 많이 바뀌고 있다더군요.
    그래도 친구분들과의 술자리를 완전 피해가실 순 없으시겠죠.^^;

    술은 마시는 것이 아니라 즐기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즐기시는 술자리, 망년회보다는 송년회가 되는 연말이 되시길 바랍니다.

    1. 旅인

      마가진님도 이제부터 바빠지시는 것 아닙니까? 술조심하시고요. 연말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

  2. 클리티에

    휴식이 제일 필요한것 같아요..
    송년회 모임 많으실텐데 술은 가급적 피하세요 ^^;;;

    간에는 흔히 알듯이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이 좋다고 해요.
    적절한 탄수화물 섭취도 중요하구요. 당근도 간에 좋다고 합니다.
    인스턴트류는 좋지 않구요!

    1. 旅인

      술도 그렇지만 식보를 잘해야 할 것 같습니다.

      술을 본래 안좋아하는 이유가 본시 간이 약한 모양입니다.

  3. 흰돌고래

    여인님! 술은 정말 적당히.. ㅠ 물이랑 많이 마시면서 드세요.

    1. 旅인

      예~ 가급적 안마시도록 노력하겠습니다.

  4. 善水

    하핫 이 험한 세상 간땡이가 붓지 않은 사람이 없겠느냐는 말에 그저 따라가는수밖에 없을것 같습니다
    일전에 백세주가 일반주류들중에서 건강에 가장 좋다고 분석한 기사를 본적이 있어요 ㅎ

    요즘 같은 시즌에는 간에 좋은 milk thistle하고 dandelion을 드셔보시는것도 좋을것 같습니다
    제 동생이 간이 안좋아지니까 눈도 자주 마르고 쉽게 피로를 느꼈었거든요 올개닉제품으로 먹여봤는데 정말 좋더라구요 꾸준히 먹이면 좋을텐데 비싸서 치아뿠슴다-.- 한의학에 보니까 간을 너무 좋게 하면 위를 치게 된다고 하니 위도 같이 보하면서 발란스를 잘맞추면 좋은것 같습니다

    1. 旅인

      저도 눈이 자주 피로하고 그런 것이 다 이유가 있었나 봅니다.

      그런데 milk thistle과 dandelion과 같은 것은 무엇인지 감이 안옵니다.

      좀 자세한 설명을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5. 컴포지션

    으아… 벌써 2009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망년회가 참 힘들죠.. 그나마 저는 미국에 있어서 코가 비뚤어지게 마시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한국에 있었다면, 간이 약한 저는 이미 이 세상에 없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여인님 항상 몸 조심하시길! 🙂

    1. 旅인

      아직 망년회가 몇개 더 남아있습니다. 암담합니다. 컴포지션님의 조언대로 조심하며 한 해를 잘보내겠습니다.

  6. 모노피스

    공감합니다. 아직 많은 날들이 남아 있는데…

    참 나름 힘든 한 해를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

    1. 旅인

      그러게 말입니다.
      모노피스님께서 즐겁지만 건강한 세모를 보내고 더욱 활기차게 새해를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7. 善水

    Milk Thistle은 간에 좋은 허브인데 시중에 파는 숙취해소음료? 그런것에도 보면 눈꼽만큼 함유되어 있는것도 보실수 있을것입니다
    제 생각에는 식품보조제로 어느정도 도움을 받아 회복을 돕되 장복하는것은 또 다른 균형을 깨뜨리지 않을까 하니 요즘같은 시즌에 영양보충하는 차원에서 한번 드셔보면 좋을것 같습니다 ^^
    비타민 C보다도 강한 항산화제라고 하니 담배도 많이? 태우시는 여인님께 또 필요할것 같기도 합니다
    (국제자연의학계에서 보고한것은 한국산 엉겅퀴에 그 좋은 추출물들이 가장 많이 함유되어 있다고 허네용^^)

    http://cafe.daum.net/stockpapa/1o7i/2784?docid=S7Dm|1o7i|2784|20090719013239&q=%BE%FB%B0%CF%C4%FB%20%C8%BF%B4%C9&srchid=CCBS7Dm|1o7i|2784|20090719013239

    엉겅퀴는 이름부터 참 억세고 질긴 그런 느낌입니다. 옛날 보릿고개일때 우리 밥상에 많이 올랐다고 하는데 요즘은 약재로 쓰인다고 다뽑아가서 흔하게 보기 어렵데요 자라는것도 논이고 밭이고 할것없이 여기저기 피는데 뿌리가 깊어서 왠만한 가뭄에도 장마에도 태풍에도 안뽑히고 꼿꼿해 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풀이라 하더라구용^^ 겉보기엔 까칠해도 좋은 것은 다주고 ㅋ 먹거리부터 약재까지 씨앗부터 줄기까지.. 우리 것은 알수록 뭔가 늘 묘한 기분이 들곤 합니다 전 여기에 오래 살다보니 사람도 그 토양을 닮는다는 생각이 종종 들거든요^^a

    엉겅퀴야 엉겅퀴야
    철원평야 엉겅퀴야
    난리통에 서방 잃고
    홀로 사는 엉겅퀴야
    갈퀴손에 호미 잡고
    머리 위에 수건 쓰고
    콩밭머리 주저앉아
    부르느니 님의 이름
    엉겅퀴야 엉겅퀴야
    하난강변 엉겅퀴야
    나를 두고 어디 갔소
    쑥국소리 목이 매네

    엉겅퀴꽃/ 민영

    저는 참 우리의 이런 정서가 멋있는것 같습니다
    슬픈 마음은 슬픈 마음대로 노래를 부르고 호미질은 한단 말이죠~ㅎㅎ

    그럼 여인님 연말 몸관리 잘하시고 즐겁고 따듯한 시간 보내세요^^

    (정말 민폐형 댓글입니다 ㅋ 죄쏭~)

    1. 旅인

      고맙습니다. 선수님…
      참고하여 건강을 보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8. 프라나비

    좋은 뜻으로 해를 보내고, 또 좋은 뜻으로 해를 받아야하는 시기인데, 한국은 이를 술로만 받으려고 하니, 좋은 한해 보내기도 전에 술병이 나진 않을까 걱정됩니다. 저희 아버지도 요 몇주간은 자제하셨던 술을 달고 사시니 많이 힘드신가봅니다.

    술을 권하는 사회. 이전에는 덕이었다지만, 요즘은 마냥 그렇지만도 않군요 T.T

    1. 旅인

      함께 섞여야 맛인 우리 사회의 병폐인 모양입니다. 머리를 식히기 위하여 혼자 술을 먹는 경우는 거의 없지요.

      새해가 시작되고도 술자리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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