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파니샤드를 읽다가…

GoldenSutra

우파니샤드를 다시 읽는다. 인도의 지혜는 신을 찾아 헤매다가 결국 자신에게 돌아온다. 108개의 스승의 아래 가까이 앉아 배운 지혜서 중 13개의 우파니샤드, 그것도 짤리고 얼마남지 않은 글 속에서 아득하여 실체를 알 수 없는 진리가 하나로 돌아가는 것(萬法歸一)을 바라볼 수 있다.

우파니샤드 속에서 말하여지는 것과 부처의 말씀 사이에 어떠한 차이도 찾아볼 수 없다. 단지 단어만 다를 뿐.

말(言)이란 진리에 다가가는 도구이자, 진리에 다가가는 것을 가로막는 장애이다.

부처는 神(Brahman)과 自我(Atman)를 죽인다. 하지만 결국 1Sunya : Sunya는 zero 혹은 Nothingness라는 의미이다. 하지만 불교적으로는 생멸하는 유의법의 반대인 진여의 상태를 말한다. 즉 일체의 연기에 의하여 형성되지 않는 상태이다. 그래서 空은 不生不滅 不來不出 不一不異 不常不斷(中論의 八不偈)으로 부정의 언어로 밖에 표현할 수 없으며, 非有非無 非非有非非無 즉 있는 것도 아니며, 없는 것도 아니자, 있지 않은 것도 아니며, 없는 것이 아닌 것도 아니며…. 하는 부정의 언설이 무한소급되는 그런 것이다. 그래서 우파니샤드에서는 神(Brahman)에 대하여 neti neti(not this not this)라고 표현한다.如來 2Tathagata : 금강경 사구게의 ‘무릇 모든 존재하는 모습은 모두 헛되니, 모든 존재를 존재하는 것이 아닌 것으로 본다면 여래를 볼 것이라'(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에서 相(존재: 즉 현상세계)을 초월했을 때, 마지막으로 만나는 것은 ‘여래’다. 이 여래만 ‘곧 마음이 부처다'(卽心是佛)에서 볼 수 있듯 마음 즉 Atman에 다름 아니다. 는 그의 또 다른 이름이 아니던가? 일체유심소조 3一切唯心所造 : 불교 유식론의 대표적인 언명으로 ‘모든 사물과 존재(제법 : sarva dharma)는 오직 마음(Atman 혹은 如來藏)의 지은 바 이다’로 번역된다. 여기에서 心을 Atman이라고 하면 우파니샤드의 언어와 같다. 란 무엇인가?

단지 브라만교의 본체론을 현상론으로 바꾼 것일 뿐. 본체가 사라져버리고 난 후, 생멸하는 현상을 통하여 그 현상을 넘어있는 것에 대하여 말하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그리하여 남는 끝없는 부정.

不生不滅 不來不出 不一不異 不常不斷 非有非無 非非有非非無

이 천차만별 현상 세계에는 고정불변하는 것은 없으며 4諸行無常 : sarva samskara anitya , 또한 모든 사물과 존재에는 아무런 자아(Atman)가 없다. 5諸法無我 : sarva dharma anatman(an-atman의 an은 부정) 그리하여 모든 것은 아픔이나니 6一切皆苦 : sarva samskara dhukha , 이를 깨달아 소멸시키면 삼매에 이르리라. 7涅槃寂靜 : nirvana sarva samadhi(본 구절이 편입되면서 사법인이 됨) [부처님의 삼법인 중]

This Post Has 14 Comments

  1. 위소보루

    우파니샤드를 읽은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모든게 텅 비어버린 느낌입니다. ^^; 다시 여인님의 해석과 함께 보니 기억이 날듯말듯 합니다. 하하하

    브라흐만과 아뜨만은 확실히 기억나네요. 거꾸로 선 나무랑요 ㅋ
    요새 책을 안읽은지 너무 오래되서 쩝

    1. 旅인

      저도 읽으면서 잊어버리고 잊어버리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불경은 견고한 논리가 있지만, 우파니샤드는 종교적인 영감과 시적인 분위기 이런 것들이 함께 어우린 탓인가 봅니다.

  2. 클리티에

    참.. 철학이라는 학문은 오묘하고 어지럽고 이해하기 힘든 미로와 같아요.
    하지만 세상을 살아가는데 철학만큼 심오한 진리를 담고 있는 것도 없는 듯하네요.

    쇼펜하우어는 라틴어로 된 이 책을 매일 보면서 자신의 내면을 성찰했다고 하죠?

    철학 고전은 정말 피가 되고 살이 되는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도 중학교때부터 철학을 배웠으면 좋겠어요. ^^;;

    1. 旅인

      철학이란 참으로 힘듭니다. 머리가 나빠서인지 아직 이해를 못하여 끙끙거리고 있는 저도 참 한심합니다. 사실은 이해를 넘어서 철학을 생활 속에 응용하고 세상의 흐름을 해석하고 올바름을 구해야 하는데, 이해조차 못한다면 무엇 때문에 이 어려운 것을 하는 것인지 참으로 모르겠습니다.

      저는 철학이라는 낱말을 바꾼다면 좀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래야 심오하다고 신비화되어 있는 그 벽을 넘어 생활과 함께 하는 학문이라는 생각을 갖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학자들은 좀더 쉽게 철학에 사람들이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철학을 이렇게 구분짓고 싶습니다.

      서양철학 : 이론지를 추구하는 학문으로 사물의 개념을 파악하고 분석과 종합을 통하여 과학에 이르는 방법론, 특히 이런 과정에서 인식(자연과학)이나 이해(인문과학)에 대한 연구가 뒤따름.(오성의 문제)

      동양철학 : 실천지를 추구하는 학문이며, 형이상학적 관념보다 사회 속에서 어떤 인간으로 성숙해나가느냐가 중심과제이며, 사회와 인간의 관계 속에서 정치 및 윤리적인 문제가 크게 부각됨.(情理의 문제)

      인도철학 : 경험지를 추구하는 학문으로, 개인의 초월적인 체험을 목표로 하고 있음. 따라서 체험을 위한 방법론에 집중하며, 부수적으로 논리와 인식방법, 그리고 수행방법 등이 제시됨.(경험의 문제)

      사실 이런 사유들이 하나로 종합되고 상호간에 길항작용을 하면서 숙성된다면 참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클리티에님도 읽으셨겠지만, 소피의 세계와 같은 책들이 많이 읽혀지고, 청소년기에 좀더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게 된다면 좋을 듯 싶습니다.

    2. 클리티에

      중1때였나 처음 읽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재밌어요 ^^*
      전 그거 세권 읽고 EBS에서 방영한 소피의 세계 영화까지 보고 레폿을 썼더랬어요. 그냥 한번 보기엔 어려운데 또 읽음 재밌더라구요. ^^

      여인님 블로그에 오면 늘 하나씩 배워갑니다. 고맙습니다..

    3. 旅인

      이제 한번 철학사를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이전 사유에서 남은 의문을 해결하는 절묘한 방식들을 체험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플라톤만 하여도 소크라테스를 빙자하여 엘레아학파와 피타고라스학파의 온톨로지와 수적 하모니를 이데아로 흡수하고 밀레토스 학파의 자연철학을 현상계로 이원화함으로써 그동안 그리스 철학을 종합한 방식이야말로 절묘한 해결방법인 것처럼, 각 시대마다 앞선 사유는 뒤의 사유에 의하여 부정되고 새로운 해법이 만들어낸 천재들의 발자취를 본다는 것은 재미있는 일입니다.

  3. 마가진

    마지막으로 만나는 것이 여래라면 곧 그 여래가 참된 자기자신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여인님의 학문은 넓고 깊습니다.^^;;

    1. 旅인

      예, 본래면목이라고 하니 참된 자기자신이겠지요. 하지만 이렇게 문자선에 머물고 있으니 저를 활구(살아있는 말)를 참구하지 못하고 사구(죽어있는 문자)에 집착하는 맹목이라 합니다.

      그래서 안타깝게도 저는 절의 일주문조차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4. 모노피스

    글 감사합니다. 저는 철학의 철자만 나와도 무서워요..ㅡ.ㅡ;;;

    1. 旅인

      저도 철학의 철자도 모르는 상태입니다. 하지만 나름대로 개똥철학이나마 그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모노피스님도 열심히 우리의 세계를 보다 나은 것으로 만들기 위하여 열심이시니, 자신의 철학을 관철하고 계신 것이라고 믿고 열심히 응원하고 있습니다.

  5. Levanter

    우파니샤드에 대한 해석글은 어렵게 어렵게 어렴풋이 읽었습니다만.
    저는 그 위에 달아놓으신 짧은 문장이 더 와닿네요.
    “말이란 진리에 다가가는 도구이자, 진리에 다가가는 것을 막는 장애이다.”

    1. 旅인

      불교에서도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離言眞如(말을 떠난 진리)이겠으나, 말이 없으면 그 길을 찾을 수조차 없기 때문에 依言眞如(말에 의지한 진리)를 방편으로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말로는 진리에 다가가지 못하며, 달을 가르키는 손가락이 될 뿐 달은 못된다고 하네요.

  6. Levanter

    그렇게 보면 개념에 목을 매는 학자들의 일이
    결국은 손가락 짓만 열심히 하는 걸지도 모르겠군요.
    달에 닿으려는 시늉이라도 해봐야겠습니다.

    1. 旅인

      특히 인문과학을 하시는 Levanter님에게는 더욱 그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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