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감: 귀로 감상하기

耳鑑

서예나 회화작품을 수장하는 사람들은 대개 허망한 명성을 얻고자 하는 자가 많다. 종요나 왕희지, 혹은 고개지나 육탐미의 작품이 있다는 소리를 들으면 다투어 찾아가 그것을 구입하고자 한다. 이것이 바로 사람들이 말하는 이감(耳鑑)이라는 것이다. <몽계필담 17권 서화>

이감(耳鑑)은 귀로 감상하다라는 뜻이지만, 음악과 같은 것이 아닌 주로 서화와 같이 눈으로 감상하는 것에 주로 적용된다. 우리말로 한다면 입소문이라고 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

귀로 들을 수 없는 것을 귀로 감상한다?

이 터무니없는 것의 힘은 막강하다.

‘행복한 눈물’은 마이크 세코스키의 만화를 로이 리히텐슈타인이 그대로 옮겨그린 1964년작 팝 아트이다. 2002년 11월13일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삼성의 큰 마님 홍라희 여사께서 716만달러(당시 86.5억원)에 이 그림을 낙찰받는다.

사람들은 이감을 잘하기 위하여 계량화하는 방식을 택하기도 하는데, 희소성의 원칙, 작가의 명성, 그리고 갖가지 터무니없는 비평을 갖다 붙이고, 다른 작품과의 호당 가격 차이를 논한다.

하지만 작품이 주는 감동과는 무관하다.

즉 기의(감동)가 없는 기표(돈)에 불과한 것에 우리는 빠져드는 것이다.

이 이감은 최근에 들어서는 영화와 같은 것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되어, 영화가 주는 감동이 관객을 이끌기보다 관객수가 또 다시 관객을 부르고 천만관객 어쩌고 저쩌고 하는 효과를 낳는 것이다.

거지화가 고호와 부자화가 피카소를 가르는 차이점은, 예술성이라기 보다 단지 대인관계의 차이라고 누군가는 말한다.

20091129

8 thoughts on “이감: 귀로 감상하기

    1. 그런데 고호가 당시에 호평을 받는 작가였다면 어떤 작품들이 나왔을까요?
      플로방스 지방의 밝은 그림은 많이 줄어들고 칙칙한 파리를 배경으로 한 그림이 더 많이 생겨났을지도 모르지요?
      그러니 고호의 불행은 우리한테 더 많은 것을 주었는지도 모르지요. ㅜㅠ

  1. 거지화가 고호..
    고흐를 좋아한다고 하면 ‘귀 자른 사람’이란 말 부터 하는 말을 들어야 한다는 것이 싫어요. 미치광이 취급부터 하는거요. 아무것도 모르면서……..
    ㅜㅜ

    1. 그것 또한 이감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자기가 보는 작품에 솔직하지 못하고 다른 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는 것은…

      하지만 이감의 공능 또한 있는 것 같습니다.

      작품에 대한 이들의 갖가지 이론이나 설명이 어떤 면에서 현대의 포스트 모더니즘 회화에 대해 조금은 이해를 이끌기도 하니까 말입니다.

  2. 입소문이라고 한다면 이감(耳鑑)은 결국 자신의 귀에 달게 느껴지는 이감(耳甘)이겠군요 ^^ 확실히 그 군중심리의 힘은 얼마나 대단한지 알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무지에 기반할 때 얼마나 무서운지도요.

    전 예술 작품의 가치를 매기는 기준을 당췌 모르겠거니와 이해가 되지 않았었습니다.

  3. 고흐와 피카소의 차이점이 예술성이라기보다 단지 대인관계의 차이점이다.. 라는 말. 맞습니다. 예술이 예술이기위해서는 대중에게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는 그럴듯한 해석이 있어야 한다는 말안되는 말이 맞는 것이 현실인듯합니다.

    한편으론 예술이 예술이기 위해서는 자기세계만에 갇혀 다른 것들을 배척하고 몰아내기 보다는 자기세계를 의심하지 않으면서 다른 것들과 즐겁게 소통할 수 있는 힘이 예술을 예술로 만드는 것이 아닌가도 싶습니다.

    예술은 곧 인생이다. 였던가요? ^^;

    1. 은님께서 절묘하게 절충을 하셨네요. 예술 또한 대중과 소통을 해야한다는 점 늘 필요하고, 예술의 경우 일반들이 더 자주 마주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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