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어거지로 마시다

TeaVowel/photos

커피를 좋아하는 터라 하루에 몇 잔을 마시는지 모른다. 취향도 촌스러워서 다방커피 또는 봉지커피다. 원두니 프림빼고, 설탕빼고 하고는 거리가 멀다.

그러면서도 출장을 다녀오면서 茶를 사들고 오곤 하는데, 대충 한두번 마시고 뚜껑을 덮어놓으면, 몇년이 또 지난다.

누님이 작년에는 푸얼(普洱) 떡차를 하나 보내주더니, 올초에는 하동의 우전(雨前)을 한통 보내주었다.

최근들어 커피를 줄여야겠다는 생각에 어거지로라도 차를 마셔야 겠다고 생각하고, 우전의 봉지를 열어 우려마시니 맛이 좋았다. 반을 덜어 회사에서 마시고, 반은 집에서 마시니 확실히 커피는 줄었다.

이 놈의 우전을 온도를 맞춰 우려내면 색깔이 연두빛이 감돌며 풀잎 냄새도 나고 고소하다. 그리고 실처럼 가늘던 잎이 펴지는 모습도 좋다. 두번째 우려내 마실 때 그 맛이 은은해서 좋다.

때론 푸얼도 마시는 데, 출장 때 사다놓은 푸얼은 가짜인지 탄 냄새가 난다. 누님이 보내준 떡차의 맛은 달다.

위의 차완(茶碗)은 이천의 도로가의 가게에서 산 것인데, 모양도 투박하고 오목하여 비싸게 주고 샀는데, 마누라가 설겆이를 하다가 그만 조그맣게 잇빨을 내버렸다. 그래도 마음이 든다. 언젠가는 수선을 해야할 듯 싶다.

20091121

16 thoughts on “차를 어거지로 마시다

  1. 우전.. 차 종류인가요?
    근데 “비오기 전”이라… 너무 이름이 멋있고 근사하군요.^^
    요즘 저도 차를 자주 접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찻잎을 담은 차를 받았는데
    아예 가루를 만들어 뜨거운 물에 담에 잎째 마시려구요.^^

    차완의 빛깔이 은은합니다..

    1. 시기로 구분되는데, 곡우(4/20일) 이전에 딴 차를 말합니다. 우리보다 좀더 날씨가 따스한 중국 절강성의 용정차의 경우는 청명(4/5일) 전에 딴 차가 있어서 이를 明前이라고 한답니다.

      녹차와 같은 백차의 경우는 여린 잎일수록 맛이 은은하고 순하답니다. 반면 워낙 생산량이 적어 값이 너무 비싼 것이 흠입니다.

      입하(5/5일) 전후로 따는 것을 세작(細雀), 그 이후 5월말까지 따는 것을 중작(中雀), 대작(大雀)이라고 하는데, 점점 따는 차의 새순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차잎을 덖을 때 차잎이 공작의 혀모양으로 말리기 때문에 작설차(雀舌茶)라고 합니다.

      6월부터 생산되는 차는 맛이 강하고 떫어서 질이 낮아지는데, 이를 가지고는 자스민, 국화와 같은 꽃을 가미하여 화차(花茶)를 만들거나, 곡물가루를 타서 떫은 맛을 감한 티백이나 가루차를 만들기도 합니다.

      동다송에 나온 것을 보면, 우전은 곡우 5일전이 제일 좋고, 그 다음 5일 그 다음이며, 그 다음 5일이 그 다음이나, 경험으로 봐서는 동다(한국차)는 곡우 전은 극히 빠르다. 마땅히 입하(5/5일) 전후가 때에 맞다(以穀雨前五日爲上 後五日次之 再五日又次之 然驗之 東茶 穀雨前後 太早 當以立夏前後 爲及時也)고 되어 있으니, 비싼 우전보다는 세작이면 최상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우전 대비 세작이 값이 1/2, 세작 대비 중대작이 1/2이니, 너무 비싼 차를 드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2. 살림살이 기구에 대한 관심은 없으나 손으로 만든 도기류는 욕심이 납니다. 투박한 듯 은은한 분청류를 좋아하는데, 저것도 은은하고 오래된 느낌이 나는 것이 참 좋군요.
    보이차 두덩어리를 얻었는데, 하나는 초록글씨포장, 하나는 검은글씨…주신분이 어느것이 더 오래된 것인지 잊었다면서 하나는 생차라는데, 아무래도 초록이 생차가 아닐까 찍어봤어요^^보이차와 보이차가 아닌 걸 귀신같이 알아내고 보이차만 찾는 아이들 땜에 구했는데, 사실 어떻게 먹는 건지도 몰라요^^

    1. 저 그릇이 분청류는 맞는 것 같은데, 갈라진 금은 유약에 금이 간 것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만든 것 같습니다.

      보이차의 생차와 발효차의 차이점은 포장만 벗기면 육안으로 분간이 가능합니다. 생차는 아직 풀잎이 가진 녹색을 지니고 있지만, 발효가 진행된 것은 진한 갈색을 띄고 있을 겁니다.

      저도 생차를 한덩어리 가지고 있는데, 아직 마셔보지 않아서 잘모르겠지만, 보이차의 잎은 녹차에 비하여 크고 탄닌성분이 많아 떫고 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 아이들이 좋아하지는 않을 듯 싶습니다.

      보이차의 제다에 맞지 않는 생차가 유통되고 있는 이유는 속성으로 숙성을 하다보니 워낙 오염된 환경에서 발효를 시킨다거나 해서 보이차에 대한 이미지가 구겨지다보니, 아예 그런 걱정을 안해도 되는 생차 형태로 나오는 것 같습니다.

      저도 보이를 좋아하는데, 아무래도 맛이 부드러운 탓이 아닌가 싶습니다.

      차를 타먹는 방법이 어디있나요? 보이차는 물의 온도 차이가 있어도 맛에 그다지 차이가 없는 만큼 쉽게 우려내시면 될 것 같습니다.

  3. 어렸을 땐, 미꾸라지가 왔다 갔을 법한 흙탕물 색깔을 가진 액체가
    제게는 그저 어른들이 마시는 액체쯤으로 여겨졌었는데,
    그러던 커피가, 없으면 안되는 제 기호품이 됐어요.
    시간은 여러가지를 변하게 만드나 봐요..

    요즘에는 위경련이 도져서 마시고 싶을 때 마다 자제하고 있는데
    여인님 포스트를 보고 몇 번이나 마실까 말까 고민하다, 커피는 치워두고
    둥글레차를 마시고 있어요.
    커피를 닮은 색깔과 구수한 마음에 커피를 그리워 하는 마음을 달래어 봅니다. 🙂

    1. 저걸 어쩌나? 위장병 때문에 고생하시나 보네요. 요즘은 나아졌지만, 어렸을 적부터 오랫동안 속알이로 고생을 해왔습니다.

      그러면서도 커피는 계속 마셔왔으니…

      하지만 속에 좋은 음식이나 음료를 찾아 속을 살살 달래가야지 기운도 생기고 하니 좋은 것을 골라드시기 바랍니다.

    2. 신경성이라, 도지는게 있는것 같아요. 지금은 조심했더니 괜찮아요. 걱정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위장에 양배추가 좋다고 해서, 양배추 즙이랑 사과 갈아서 먹고 있는데 의학적으로도 효과 있더라구요.

      녹차는 타닌 성분이 있어서 위장병 있는 사람들에겐 부담을 줄 수 있대요.
      녹차를 발효시킨 우롱차나 홍차는 타닌이 불용성으로 변해서 괜찮다고 하구요.
      녹차는 많이 마시지 마셔요..

    3. 저도 녹차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위에 부담이 없는 푸얼을 좋아하는데 중국을 오고가며 산 푸얼들을 마셔보면 발효를 어떻게 한 것인지 탔거나 냄새나고 해서 오히려 입맛을 구길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영국 사람들처럼 녹차에 우유를 가미해서 마실 수도 없고…

  4. 전 왠지는 모르겠으나 따뜻한 음료를 잘 마시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냥 회사에서도 오미자나 오디, 복분자 원액등을 그냥 찬 물에 타먹으면서 음료처럼 마시고 있습니다.

    성격이 급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거든요. 뜨거운 것을 마시면 한번에 내가 원하는 양만큼 마시지 못하니까요 ㅋ 그래서 차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고 커피는 찬 커피만을 마십니다

    그래서 차의 맛을 느낀다는게 저는 무척 부럽습니다

    1. 저도 차 맛을 모릅니다.
      요즘 차와 친해지려고 노력 중입니다.
      콜라도 끓여먹는다는 중국에 계실 땐 무척 불편했겠네요? ^^

    2. 그래서 꼭 물을 가지고 다녔습니다. 정말 여름에 운동 후 미지근하거나 뜨거운 걸 마시는게 제일 고역이었습니다. 기름기를 제거한다고는 하지만 차를 마시는 건 참 이해가 되지 않더군요 ㅋ

      그래도 중국에 살면 적응하게 되더군요

    3. 중국문명의 발전에 있어서 차가 차지하는 위치는 엄청난 것 같습니다. 차가 없으면 도자기의 발달도 없고 도자기의 발달이 없으면 철의 발전도 없다는…

      결국 차 때문에 아편전쟁이 벌어졌지만, 차란 대단한 것 같습니다.

  5. 저는 生 차는 잘 모르지만… 이야기를 보니 한번쯤 마셔보고 싶네요. 저도 커피끊으려고 요새 열심히 티백에 들은 차를 마시고있습니다! 🙂 행복한 하루되세요!

    1. 본초경에 보면 신농씨가 본초를 지음에 있어 (약초들을 감별하기 위하여) 하루에 72가지 독에 중독되었으나 차를 얻음으로써 제독할 수 있었노라고 되어 있습니다. 반면 동의보감에는 하초를 허하게 한다고 별로 좋지 않다고 나와 있습니다.

      대만에서 차에 대한 책을 한권 사 본 적이 있는데, 한국에는 과파차(鍋爬茶)가 있다고 해서 뭘까 하고 생각해보니 누릉지 차, 즉 숭늉이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차가 필요없는 나라 중 하나가 한국입니다. 우선 고온다습하여 각기병(차의 비타민 성분 필요)과 같은 질병에 걸릴 염려가 없고, 유제품이나 고기의 섭취량이 적어 장내에 오염물질이 낄 염려도 없으며, 물 또한 순하여 차와 같은 것이 필요없는 편입니다.

      그래서 불교를 숭상하던 고려조가 끝나고 조선에 들어와서 차 문화가 쇠퇴하고 조선말 다산이나 초의 등의 사람이 나오기는 하지만, 일반에서는 차를 마시지 않았습니다.

      제가 대학 다닐 때만 해도, 보성에는 녹차밭과 같은 것은 없었고 지리산록의 절에서 스님들이 소규모로 차를 재배하기 시작했는데, 차를 따고 덖고 끓이는 기술 모두 부족하여 녹차에 녹색이 감돌지 않고 갈색의 찻물이 우러났으며, 제대로 덖지 않아 엽산 등이 제대로 제거되지 않아 속이 쓰리고 떫은 그런 차였습니다. 그러니까 삼십년 전만해도 설록차나 작설차와 같은 우리 차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오히려 왠만한 중국의 백차보다 우리의 녹차맛이 더 좋고 부드러우며, 그윽한 것 같습니다.

      차는 이뇨작용이 활발하여 하초를 허하게 하는데, 그만큼 감비효과가 있어 보이며, 수승화강( http://yeeryu.com/359 )에 입각한다면 고혈압 등 심혈관계에도 양호한 작용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의 식습관 또한 육식섭취가 늘어나는 만큼 때때로 차를 마셔주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녹차와 같은 것을 먹을 때, 다과(茶菓)라고 하는 만큼 과자나 한과, 비스켙같은 것과 함께 하면 맛이 훨씬 좋아집니다.

      아 참 生차의 경우는 요즘 진공포장이 되어나오는 우롱이나 철관음 같은 것이 있는데, 향기는 일품이나 속에는 좀 자극적인 것 같습니다.

  6. 2~3년 전에는 그래도 차를 우려내며 느긋이 기다릴 여유가 있었는데
    요즘엔 여의치가 않네요. 그나마 시간이라도 있으면 커피전문점에서 압축기가 뿜어내는 커피마시는게 전부가 되어버렸답니다.
    저도 우전 한 잔 즐기고픈 마음 간절해지네요. 아래 덧글 어딘가에 쓰셨던 두번째 잔요. ㅎㅎ
    약간 단 맛도 돌았던 기억이…
    벗과 함께 즐기는 건 술이고,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것이 차라죠. 조만간 시간 내서 놀고 있는 다기들 일좀 시켜야겠습니다.

    1. 어떤 사람은 두번째 우려낸 차가 맛이 부드러워 첫잔을 그냥 걸러내고 두번째 잔부터 마시기도 한다고 하더군요.

      저도 커피 끊고 차와 좀 친해졌으면 싶습니다. 아무래도 커피를 너무 많이 마시는 탓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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